안철수 교수에게 바란다

[독자 기고] 이번 대선에 기여하고 그 다음을 대비하라

바야흐로 차기 대통령 후보를 놓고 국민적 여론경쟁이 매우 흥미로운 시기이다. 여권의 어느 후보는 독보적 존재로 자리매김해온 지 오래지만 그 경쟁상대인 야권의 후보는 아직 오리무중의 상태이니 야권에 기대를 거는 국민들에게는 흥미와 긴장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신성처럼 부상한 안철수 교수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많은 것을 시사하며 정치평론가 및 정치인들의 대단한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현상을 보면서 정치적 민주화를 이만큼 달성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정치열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회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통령, 그 자리가 그렇게 만만한 자리인가? 세계 여러 나라들 중에서도 가장 힘든 근현대사를 써온 한반도와 우리 민족. 그 남쪽을 대한민국이 차지해온 지 65년이 되었다. 그동안 9번째 대통령을 맞고 있지만 제대로 민주적 절차에 의해 그 직을 수행한 대통령은 3-4명에 불과하며 진정 진보개혁적 대통령이 집권한 시기는 불과 10년 정도이다. 나머지는 이 어려운 대통령직을 비정상적으로 차지했기에 대통령직에 대한 경외감마저 있었는지조차 의심이 갈 정도이다. 민족, 국가, 국민을 위하고 내 자신의 운명과도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중요한 자리이기에 그에 걸맞는 인물의 선택을 위해 우리 모두가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는 향후 십 수년의 대한민국의 운명 나아가 한반도통일의 향방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역대 비정상적 통치에 시달리고 기존의 정치권에 실망하고 현 정당들의 행태에 식상하여 새로운 정치권의 분위기와 통치자를 갈망하는 국민적 심경은 이해한다. 이명박대통령같은 수구보수적 통치자는 물론 차단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 신참 정치인 그것도 최고통치자로서 안철수 교수에 기대려는 국민들의 단선적이고 안일한 정치의식을 방관하거나 무비판적으로 동조하고 싶지는 않다. 과거의 공포와 혼란으로 뒤범벅된 군사독재정치, 현대의 비양심적 부패한 정치행태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그 책임면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현대사회 및 정치적 현상은 자유로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우리 국민이 만든 우리 모두의 합작품이다. 외부에서 보기엔 대한민국의 정치인과 국민은 모두 함께 대한민국 국민이다.

자연인 안철수, 전문경영인 안철수에 대한 국민적 찬사를 전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자연인으로서의 안철수 교수를 정치인 내지 최고 통치자와 동등한 위상에 놓을 수는 없다. 전인적으로 훌륭한 자연인과 전인적으로 훌륭한 정치인 내지 최고 통치자의 자격조건은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최고통치자의 필요조건은 다사다난한 대한민국의 역사 및 복잡다단한 현 국내외 정치상황이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자리를 아직 훌륭한 자연인에 불과한 안 교수에게 맡긴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요 투기이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시행착오를 망각해서는 안된다. 과거를 회상해 보고 현재를 분석하면서 어떠한 미래를 그려야 할지 고민하며 실수없는 판단을 해야 한다.

만에 하나 안 교수가 대통령이 된다손 치더라도 만일 이상과 개혁타령만 하다가 실패한 대통령이 된다면 안 교수 개인 뿐만 아니라 국민적 실패요 국가적 불행이다. 적어도 박원순 시장 정도라도 시민운동가로서 사회문제와 오랜 세월 씨름하고 대안을 고민해 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자연과학보다는 사회과학 측면에서 많은 소양과 경험을 갖춰야 한다. 비록 소수이지만 분명 현 정치인들 중에도 안철수식 시행착오를 예방하면서 통치자로서 유망한 대체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기본적 필요조건을 갖춘 대항마가 있다는 것이다. 근거없는 과잉기대에 정치지도자로서 검증되지도 않은 안 교수의 불확실성에 의존하는 것 보다는 어느 정도 신뢰할만한 정치적 이력과 경험을 갖춘 기존 정치인이 차라리 더 미덥지 않을까? 애매모호한 환상은 금물이다. 차원높은 국민의식은 훌륭한 지도자를 갖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차기 대한민국 대통령의 필요조건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투철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이를 국민에게 교육하고 국가적 정체성의 궤도수정이 필요하다고 확신하는 자여야 한다.

2.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미국식 자본주의 및 신자유주의를 배격하며, 좌우이념 논쟁에 휘둘리지 않고 건실한 경제민주화를 이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현 부동산제도의 폐해를 인정하고 개선하며, 재벌개혁을 단행하는 경제철학으로 무장해 있어야 한다.

3. 절대빈곤층을 위한 복지증진을 우선적으로 하고 경제적 약자인 서민대중과 노인의 생활안정을 기하며, 공교육의 획기적 확충을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을 펴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4. 남북의 긍정적 민주주의체제경쟁을 유도하고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 준비를 멈추지 않는 통일관을 가져야 한다.

5. 무비판적 종속적 친미일변도의 외교를 지양하고 자주적 외교를 기반으로 한 4강외교를 펴 한반도의 안정을 기하고 국제정치적 위상의 제고를 꾀해야 한다.

6. 고질적 지역편중 정책에 기인한 지역감정의 근원적 치유를 위한 정책을 펼 수있는 불편부당한 통치철학을 가져야 한다.

7.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에 걸맞는 정신문화의 창달을 위해 인문학의 획기적 발전을 꾀하고 국가발전에의 자연과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미래지향적 학문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8. 그간의 압축성장의 산물인 퇴폐한 향락문화, 비정상적 과외학습, 비생산적 3차산업, 저질적 언론문화, 안되면 되게 하라는 식의 조폭적 사고방식, 돈이면 물불 가지리지 않는 경제비리 등을 밥먹듯 하는 풍조를 척결할 수 있어야 한다.

9. 자신의 통치철학을 자신의 정치적 동지들과 공유하고 실천할 수 있는 성실한 인적 조직과 불굴의 지도력을 갖춘 자이어야 한다.

안철수 교수에게 바란다. 진정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우선 정당에 가입하라. 그리고 거기서 산전수전 겪으며 정치인으로서 숙성되고 검증을 받아라. 차기(2013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결정적 기여를 하고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정치철학, 역사관 및 시대관을 숙성시켜 국민들이 느끼게 하고 정치적 동지들을 규합하라. 차기 때통령직에 대한 안 교수의 성급한 도전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직을 너무 우습게 보는 오만함을 노출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다. 차차기를 향한 결단은 국민들의 단기적이고 경박한 정치의식을 크게 각성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안 교수의 현재 역할은 차기 대통령후보에 대한 지원을 통해 그를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이는 안 교수의 미래를 담보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5년 후가 불안하다면 아예 정계에 투신하지 않아야 한다.

안철수 교수에 기대하는 국민적 심경을 이해하나 공감할 수는 없다.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고려컨대 오히려 그러한 구태의연한 국민적 사고와 분위기를 경계한다. 대한민국, 상당히 팔자가 쎈 나라이다. 지난 100년의 역사를 돌아보고 현재를 직시하며 적어도 향후 30년 쯤은 생각하자. 좀더 크고 야심적인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보다 무겁고 사려깊은 국민적 정치의식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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