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 돼야 경기 회복에 도움

걸프전의 경기 영향과 시사점

미국의 세계무역센터(WTC)에 대한 테러 사건 이후 중동 지역에 다시금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으로 시작될 이번 중동전의 전개 방향은 향후 세계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중동전의 양상은 전쟁 기간과 전장의 확산 정도에 따라 네 가지의 시나리오 설정이 가능하다.

첫째는 미국이 단기간 내에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적 공격으로 전쟁을 끝내는 것이다. 이는 지난 92년의 걸프전과 유사한 경우가 된다. 둘째는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한 빈 라덴 추종 세력들과 장기적으로 전쟁이 지속되는 것이다. 소련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그리고 미국과 베트남과 같은 전쟁 양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는 이스라엘과 아랍의 6일 전쟁과 같이 이번 전쟁이 아프가니스탄 이외 중동 지역으로 확산되지만 단기간 내 종식되는 경우이다. 넷째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과 중동 지역 국가들과 장기 전면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는 새무엘 헌팅턴이 제기한 21세기 ‘문명의 충돌’이 현실화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네 가지 시나리오 중 현재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은 두 번째와 네 번째 시나리오와 같은 장기 국지전이나 확산전이 벌어질 가능성이다. 만일 이러한 사태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세계 경제는 1920년대의 공황과 같은 절망적 상태에 빠져들 것이다.

그러나 이번 중동전은 지난 90년과 91년 사이에 일어난 걸프전 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세계무역센터 붕괴 이후 시간이 갈수록 세계적으로 반전 여론이 확산되고 있고,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 영향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걸프전 당시처럼 빈 라덴의 은닉처를 중심으로 한 일부 지역에 집중적 공격을 단행하여 단 기간 내 전쟁의 명분과 실리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전개할 것이다. 만일 이번 사태가 걸프전 당시처럼 종결된다면 세계 경제는 이번 전쟁을 계기로 오히려 경기 회복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걸프전 당시에도 전문가들은 중동전의 장기화에 따르는 세계 경제 침체를 우려하였다. 실제로 걸프전 초기에는 심리적인 충격으로 생산 감소, 물가 상승, 소비 심리 냉각 등에 따라 실물 경제가 침체되었고 금융 시장도 불안한 양상을 띠었다. 하지만 다국적군의 이라크 공습 이후 전쟁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미국 등 각국 경제가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하였다. 미국의 경우에 걸프전이 전개된 3주간 동안 다우지수는 4.3% 하락하였으나, 한달 후에는 17%가 올랐으며 3개월 후에는 19.8%, 6개월 후에는 18.7%나 상승하였다. 미국의 GDP 성장률 역시 전쟁 발발 당시 연도인 1990년과 1991년에는 각각 1.8%와 -0.5%를 기록하였지만 1992년부터 90년대말까지는 거의 3~5% 대의 고율 성장을 이어갔다. 전쟁 초기인 1990년에 배럴당 23달러 수준으로 급등했던 유가 역시 1991년과 1992년에는 각각 19.3달러와 19.0달러 수준으로 하향 안정세를 기록하였다. 더욱이 전쟁 중 세계무역량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1990년에 3조 5,000 억 달러였던 세계 무역 총액은 91년과 92년에는 3조 7,000억 달러대로 상승하였다. 유로 달러 금리도 89년 9.3%에서 90년 8.3%, 91년 5.9%로 매년 크게 낮아졌다.

걸프전이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 또한 매우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경제 전문가들은 걸프전으로 인해 국내 경제에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수출이 부진해지며 투자 및 소비 심리가 위축되어 경제 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당시 한국 경제 상황을 보면 심리적 불안감으로 인한 주가 하락과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 현상이 나타났지만, 실물 경제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우선 연평균 종합주가지수는 1989년 918포인트에서 1990년과 1991년에는 각각 747포인트와 657포인트로 하락하였다. 또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89년의 5.7%에서 8.6%와 9.3%로 상승하였다. 이처럼 주가가 하락하고 물가는 상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GDP 성장률은 89년 6.1%에서 90년과 91년에는 9.0%와 9.2%로 크게 상승하였다. 수출 부진 양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1989년부터 1991년까지 수출 증가율은 각각 18.6%, 13.6%, 16.7%의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였다. 1992년 이후 국내 경제는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졌으나, 이는 걸프전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장기간 고율 성장에 따른 구조 조정이 이의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에 따르는 지나친 비관주의는 외부 충격에 이어 경제 활동을 더욱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연결 고리를 이어주는 것이 된다. 미국의 크루그만은 비관론이 팽배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애써 낙관론을 제기하고 있다. 소비 심리 불안은 일시적인 것이며 재정 지출 확대와 군수 호황으로 경기 회복이 조기에 가시화될 것을 그는 힘써 주창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애국심에 기대를 걸고 있는 기업가들도 있다. 소비재 기업인 다이얼 그룹의 허버트 바움은 미국 시민의 애국심 발로로 소비자 신뢰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금도 사실 테러 사건 이후 가장 우려했던 유가 급등은 현실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한 테러 재앙이 경제적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계 각국이 최대한의 노력을 강구하고 있어 중동전의 부정적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이 승기를 잡은 계기가 되었던 미드웨이 해전이 대공황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변곡점이었다고 한다. 걸프전 역시 미국의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세계 경기가 어둡고 긴 경기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는 시발점으로 작용하였다.

이제 미국의 대아프가니스탄 공격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이슬람 전체를 적으로 몰지 않고, 미국이나 서방에 제2의 보복 테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 며, 외부 충격을 완화하려는 인간들의 지혜가 총동원될 것이라는 인간 이성의 ‘자율 조정 기능’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현 사태에 대해 너무 비관만 하는 것은 지금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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