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화국, 박정희가 만들었다

[이태경의 고공비행] "부동산 문제 심각성 안다면 '박정희의 덫' 벗어나야"

"(참여정부) 당시 부동산도 역대 최고로 폭등했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7일 대전 유세에서 한 말이다. 박 후보는 사실상 야권 단일후보가 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를 맹비난하면서 많을 말을 쏟아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출마한 박 후보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를 상대로 각을 세우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참여정부 시절에 부동산 가격이 역대 최고로 폭등했다'는 박 후보의 발언은 전혀 사실(fact)이 아니다. 박 후보가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듣고 그런 소리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발언을 할 때 적어도 사실관계는 정확히 파악하고 발언을 했으면 좋겠다. 확정된 사실관계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정치적 지향에 따라 혹은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겠지만 기초적 사실관계를 틀려서야 여당 대선 후보의 품격이 제대로 서겠는가 말이다.

박근혜 후보의 단언과는 달리 역대 정권 가운데 부동산 가격이 압도적으로 폭등했던 정권은 노무현 정권이 아니고 박근혜 후보가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정희 정권이었다. 이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경북대 이정우 교수(2007)가 각종 자료들을 토대로 만든 아래 표를 보면 이런 사실이 극명히 드러난다.
▲ ⓒ프레시안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박정희 통치 하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지가 상승 및 그로 인해 발생한 불로소득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박정희의 집권기인 1963~79년의 16년 동안 전국의 지가 총액이 3조 원에서 329조 원으로 폭등함으로써 무려 100배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박정희 집권 마지막 해를 기준으로 할 때 지가총액은 국내총생산의 12배에 달한다. 또한 박정희 통치 전 기간을 합하면 토지 불로소득은 생산소득의 두 배 반을 가볍게 넘는다. 박정희가 다스리던 시절의 대한민국 연평균 지가 상승률은 다른 정권들이 엄두도 내지 못할 수준이다.

반면 박 후보가 '부동산(가격)이 역대 최고로 폭등했다'고 혹독하게 비판했던 참여정부 시기 연평균 지가 상승률은 고작(?) 4.3%로 박정희 통치 시기와는 아예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국내총생산 대비 지가총액, 생산소득 대비 불로소득의 비율 역시 마찬가지다.

익히 알다시피 토지문제는 자산양극화, 토지의 저사용, 개발 갈등 유발, 주거 환경 악화, 생산 및 소비 위축, 경기변동의 진폭 확대, 예산의 낭비와 왜곡, 토건형 산업구조의 고착화, 부정부패 양산, 노사갈등의 야기 등 만악의 근원 역할을 한다.

이 같은 토지불로소득 양산구조를 경제성장의 주된 동력으로 삼았던 것이 바로 박정희 경제체제였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박정희가 만들어 놓은 부동산 공화국의 덫에서 아직도 허우적거리고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박근혜 후보가 취할 태도는 분명하다. 아버지 박정희의 과오를 사죄하고 시정을 약속하거나 적어도 침묵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박 후보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참여정부의 실정을 공격하고 나섰다. 참 대단한 사람이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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