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 교과서에 받아들이면 세계적 망신"

생물과학협회 "교진추 청원 절대 받아들이면 안 돼"

국내 생물학계가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서 '시조새'와 '말의 진화' 부분을 삭제ㆍ수정하라는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이하 교진추)의 주장이 "세계적 웃음거리"라며 이들의 청원을 기각해 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6일 한국생물과학협회는 '진화학 관련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 개정 청원에 대한 기각 청원서'를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게 제출하면서 이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생물과학협회는 청원서에서 "과학 교과서는 당대의 과학적 지식과 성찰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며 "현대 진화생물학이 최근 새로운 사실을 많이 발견했으나 과학 교과서가 제때 개정되지 못했고 그 빈틈을 교진추가 파고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과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교진추의 청원은 종교적 교리에 입각한 주장으로 진화생물학을 심하게 왜곡하고 폄하하고 있다"며 "절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생물과학협회는 "이번 교과서 논쟁은 국내는 물론 저명한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도 기사화돼 전 세계 네티즌이 조롱했다"며 "교진추 청원으로 과학 교과서가 수정된다면 이는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과학 한국의 위상도 크게 실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창조론에 입각해 진화학과 진화생물학을 공격하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뿐더러, 기독교 근본주의가 왕성한 미국에서조차 창조론자들의 요구로 교과서가 개정된 경우는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생물과학협회는 일부 과학 교과서에서 시조새와 말의 진화에 관한 보완 요청 사항이 발견됐다며 진화생물학의 성과가 보다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수정ㆍ보완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생물과학협회는 한국통합생물학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생태학회, 한국동물분류학회, 한국하천호수학회, 한국생물교육학회 등 6개 학회가 참여하는 공동 학술단체이다. 생물과학협회는 이번 청원을 위해 진화생물학특별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현행 교과서에서 수정 및 보완이 필요한 사항 등을 논의해 왔다.

기독교 교리에 따른 '창조론'을 과학으로 믿는 교진추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연달아 교과서를 펴는 출판사를 상대로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종이 아니"며 "말의 진화계열은 상상의 산물"이라는 주장을 펴는 한편, 관련 내용을 교과서에서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교과부가 이들의 청원을 받아들이고 일부 출판사가 해당 내용을 삭제하려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련 내용은 해외에도 '토픽' 감으로 알려질 정도로 논란이 됐다.

교진추는 지난 2009년 설립된 단체로, 진화론에 맞서는 창조론을 과학 이론으로 세우려는 목표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단체에 생물학 전공자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