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청년들도 '분노하라'…월가에서 시위 중 80여 명 연행

"금융 자본의 중심 미국, 실패의 결과를 보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청년들의 '분노하라' 시위가 경제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으로 옮겨 붙을 조짐이다.

<뉴욕 데일리뉴스> 등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에서 24일(현지시각) 저녁 수백 명의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80여 명이 연행됐다.

시위대는 "부자에게 과세를", "기업 복지가 아닌 의료복지를 위한 돈을 원한다"라는 팻말을 들고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대부분이 대학 졸업 후 취직을 하지 못한 20대들로 알려졌다. 시위대들은 유럽 청년 시위대들의 구호였던 '분노하라' 대신 '월스트리트를 점령하자'를 외치며 금융 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월가의 자본가들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경찰은 뉴욕 증권거래소 인근에서 시위대를 가로막고 강제 진압에 돌입했다. 시위대는 경찰들이 친 그물을 피해 도주했지만 경찰은 이들을 바닥에 넘어뜨리고 수갑을 채웠다. 일부는 최루 스프레이를 맞고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고, 경찰은 이들을 찍어 눌러 연행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 젊은 여성을 넘어뜨려 체포하던 경찰에게 항의하던 첼시아 엘리어트는 경찰이 자신에게도 스프레이를 뿌렸다면서 "우리는 인도에 있었고 아무런 불법도 저지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시위에 참가했던 켈리 브래넌도 <뉴욕타임스>에 "경찰이 우리를 마치 가축 몰듯 했다"고 비난했다.

시위대의 대변인 패트릭 브루너는 경찰이 극도로 폭력적이었다며 시위대는 평화롭게 행진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전미변호사협회는 연행된 이들에게 법적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 24일(현시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 인근에서 청년들이 주축이 된 시위대가 월스트리트 금융가들을 규탄하는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일주일 전부터 시위 벌였지만 주목 못받아

시위대들은 지난 17일부터 월스트리트 인근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을 진행하면서 미국의 빈부 격차와 금융가들의 탐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이 시위는 캐나다 토론토에 본부를 둔 미디어단체 애드버스트가 수개월 전부터 기획한 행사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홍보됐지만 참가자의 수가 수백 명에 그쳐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시위를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는 미국의 주요 언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미미한 참여율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그리스, 스페인 등에서 대규모로 벌어진 청년 시위가 미국에서도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다. 데이비드 그래버 영국 런던대 교수는 25일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는 교육을 마치고도 직업도 미래도 없이 빚에 짓눌린 미국의 새로운 세대가 저항을 시작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유럽에서처럼 거대한 사회 실패의 결과물을 (미국에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0년대 초 세계무역기구(WTO)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자본의 이해에 봉사하는" 기구에 대한 저항 운동이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그리스, 스페인, 미국과 같은 개별 국가 내에서 금융자본에 대한 저항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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