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30일 주한 미국 대사관의 외교전문에 따르면 유명환 당시 외교부 장관은 이날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와의 오찬에서 미 대사관에 한국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와 관련해 한국와 UAE가 경제·군사협력에 동의했다는 사실을 흘렸다.
유명환 장관은 이러한 경제·군사협력이 "비밀이지만 국회 비준은 받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UAE에 국군 130명을 파견하겠다는 방안을 이듬해인 2010년 11월 국회에 알렸고 그해 연말 한나라당은 UAE 파병안을 통과시켰다. 유 전 장관은 이보다 1년 가까이 일찍 미국 측에 알렸을 뿐 아니라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고 사실을 왜곡한 셈이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했던 통상교섭본부 고위 관리들은 미국을 위해 일하는 것 같은 행동을 하기도 했다. 2006년 7월 25일 외교전문에 따르면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던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대해 미국이 반대 입장을 밝히자 7월 24일 오후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 정부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담은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을 입법예고하지 않도록 "죽도록 싸웠다"고 말했다.
2008년 3월 25일 문건에서는 한국의 통상 당국이 미국 쪽 요구가 받아들여지도록 '비공식적으로 활발히 활동중'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한달 뒤 미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만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완화할 뜻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외교안보 당국자들의 대북관도 이번에 공개된 외교전문에서 확인됐다. 2008년 12월 16일자 전문에 따르면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은 전날 "미국이나 한국이 대북 지원을 줄여도 중국이 식량·연료·자금 지원을 늘리고 있다"며 "대북 정책에서 최대 도전은 중국"이라고 말했다.
그해 10월 7일자 전문에는 권종락 당시 외교부 1차관이 10월 2일 "한국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까지 5~10년을 기다릴 수 없다"며 "북한에 '극단적 방법'을 쓸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2010년 지병으로 별세한 권 전 차관은 이른바 '영포라인'의 대표적인 인물로 현 정권 핵심 세력의 대북관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2010년 2월 22일자 전문에서 천영우 당시 외교통상부 2차관(현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은 2월 17일 스티븐스 대사와의 식사 자리에서 "북한은 이미 경제적 파산 상태"라고 규정하며 "중국도 북한 붕괴를 막을 수 없을 것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 북한은 정치적으로도 2~3년 내에 붕괴할 것"이라고 붕괴론적 시각을 드러냈다.
한편, 익명의 외교부 중동과 관계자는 2008년 10월 6월자 전문에서 "중국·인도 등 다른 국가의 기업들이 동참하지 않는 가운데 미국의 요청에 따라 한국이 이란의 제재에 동참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차후 한국 기업들이 이란뿐 아니라 중동지역 경쟁에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란 제재 참여하라는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 정부의 딜레마를 드러낸 것인데, 제재에 참여해도 국익에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당시 정부의 공식 입장과 상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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