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1991년 6월 25일 한국일보 장명수 국장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노선은 '중도좌'라면서 "중도좌를 다른 말로 하면 사회민주주의인데, 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지니는 필연적 결과로서의 인간소외와 무제한적 이윤추구 경쟁으로 인한 부패·타락·범죄 등을 치유하기 위해 마르크스의 사상·철학적 부분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고 설명한 바 있다.
주대환은 이 인터뷰를 근거로 선생님을 사회민주주의자로 규정했다. 선생님은 마르크스의 이론에서 절반만 수용한다. 즉, 마르크스의 저작을 전후기로 나누어 전기의 휴머니즘 사상을 주로 강조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성의 회복을 지탱해주는 이론적 근거로서 '전기 마르크스'의 존재론적 인간학은 이후에도 철학·윤리적 지침으로 남을 것"(1991년 1월 26일 한국정치연구회 월례토론회에서의 강연)이라고 한 것이다.
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지니는 필연적 결과로서의 인간소외와 무제한적 이윤추구 경쟁으로 인한 부패·타락·범죄 등이 마르크스의 사상·철학적 부분을 수용함으로써 치유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후기 마르크스'의 경제이론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더 근본적이다. 이 부분이나 한정연 강연 내용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에 차분하게 생각해보기로 하고, 여기서는 주대환식 사민주의의 맹점을 지적하는 데 국한하고자 한다.
주대환 대표는 지난 8월 3일 딴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민주주의연대는 '뉴-레프트' 운동 단체"라고 밝히면서 "민족주의 유전자를 뺀 좌파가 곧 '뉴-레프트'입니다." 라고 설명했다. "'뉴-레프트'는 사회민주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복지국가운동'하자는 선진국형 진보"로서 "가장 중요한 건 민족주의를 벗어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걸로 사회민주주의연대의 성격과 주대환 대표의 노선을 확인했다.
그러면, 리영희 선생님의 노선에서 민족주의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선생님은 중국이 1980년대 초 자본주의의 길을 걷게 되면서 "자본주의 중국이라면 전통적 서구·미국식 경제연구가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서 단념"하고 '중국연구'를 종료했다. 그리고 이렇게 회고했다.
"그 결정 이후, 나의 연구 방향과 정렬은 남북 민족관계 문제와 통일문제, 그 최종 목표까지의 과정에서 예상되는 전쟁회피·군축·군사적 협력·휴전선 문제·미국의 변함없는 한반도에서의 불장난 가능성과 그에 관한 구체적 문제들에 집중됐어."(<대화>, 635~636쪽)
그 맥락에서 나온 책이<분단을 넘어서>(1984년)이다. 이 책 서문에서 선생님은 " 불행하게도 민족은 갈라졌지만, 서로가 배후의 핵강국에게 핵전쟁의 마당을 제공하는 일만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이 반도의 '비핵지대화'(非核地帶化)야말로 남북으로 갈라진 민족의 평화적 생존과 나아가 어느 날엔가는 이루어질 통일을 기약하는 '80년대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그리고 1988년 유명한 <남북한 전쟁수행 능력 비교연구>가 발표돼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NLL의 진실을 밝힌 것도 선생님이었다.
나는 선생님을 사민주의자로 재단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사민주의자라 해도 주대환식의 '민족주의 유전자'를 뺀 사민주의자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분단을 넘어서> 머리말에서는 특히 "누구 못지않은 나라 사랑과 겨레 사랑의 충정"을 분명히 했다. 노환과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민족의 위기 앞에 집회 참석과 강연 요청도 마다하지 않았다. 선생님에게는 '민족주의 유전자'가 강렬하게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일보 인터뷰에서는 이런 말씀도 했다. "나는 '공산주의식 교조주의'의 불모성과 자본주의적 물질 지상주의와 극단적 이기주의를 다 같이 거부하는 인간복지 위주의 평등지향적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정연 강연에서는 "남한은 사회주의를 수용하고 북한은 시장경제를 수용하여 사회의 기본적 성격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그 노력을 거부하는 한 진정한 평화적 통일은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노선과는 별개로 사상적으로 사민주의자로 재단하는 것과 '민족주의 유전자'를 뺀 사민주의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주대환 대표는 사회민주주의연대를 알리기 위해 리영희 선생님을 제논에 물 대기 식으로 이용했다. '민족주의 유전자'가 없는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데일리NK 따위와 친분을 쌓고, <시대정신>에 기고하듯이 말이다. 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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