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끊어질 위기에 처한 새만금**
정부의 공사 계획으로는 내년 3, 4월이면 최종 물막이 공사를 완료한다는 일정이기에 새만금 갯벌은 지도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새만금 갯벌은 많은 국민들의 사랑과 관심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재판 결과와 촉박한 공사 추진으로 인해 그 생명의 숨통이 끊어질 상황에 놓인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의 2심 판결이 있기 전에 전국의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350여 명의 인사들이 서울고등법원에 '재판 연기와 조정 권고안'을 요청하는 요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새만금에 대한 재판 결정이 원고, 피고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게 뻔한 상황에서 재판부가 이런 사정을 고려해 지혜롭고 현명한 결정을 내려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고등법원 재판부는 피고 측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 곧바로 원고 측의 의견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재판부의 판결에 뒤이어 강현욱 전라북도 도지사는 '새만금에 500층 건물을 짓겠다'는 둥 도민들을 호도하는 발언을 통해 마치 새만금과 관련된 모든 문제가 해결된 양 처신하고 있다. 재판부는 '농지 조성' 목적을 강조하며 기각 결정을 내렸건만 전라북도 도지사는 500층 건물 등을 운운하며 '농지 조성'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주장은 이미 정부와 전라북도 내에서도 수 차례 반복되어 왔다는 점에서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런 오락가락하는 사업 추진에 재판부가 동의해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정부 국책사업 타당성은 왜 검토하지 않나**
2심 재판부의 판결을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무효 확인 청구에 대한 판단에서는 첫째, 원고 주체와 관련하여 지역 주민들을 제외한 '환경영향평가대상 밖에 거주하고 있는 자', 즉 서울과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환경단체 대표들과 종교인들은 원고 자격이 없다는 결론이다. 둘째, 새만금 간척사업의 행정 행위가 위법하지 않고 하자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 측이 제기한 구체적 무효 사유 역시 전면 부정했다. △첫째, 새만금 간척사업은 민관공동조사단의 경제성 분석 결과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일부 하자가 있지만 큰 흠이라고 볼 수 없다 △둘째, '농지 조성' 목적이 상실됐다는 주장 역시 농지의 신규 창출 필요량 추정치가 정확하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 △셋째, '적법한 환경영향평가 결여' 주장 역시 사업 목적을 은닉하지 않았고 환경영향평가가 설사 부실하게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큰 문제가 된다고 볼 수 없다 △넷째, 담수호 수질 기준 달성 불능 여부는 수질 분석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농업용수의 수질기준 달성에 문제가 없다 △다섯째, (농지 목적의) 매립기본계획에 적합하지 않은 매립면허라 하더라도 무효화할 수는 없다 △여섯째, 공유수면 권리자(어민)들에게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하자가 없다 등등. 이런 내용에 따라 재판부는 농림부와 마찬가지로 쌀 생산 축소와 무관하게 농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결론을 맺었다.
1심 재판부의 판결과 정반대의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당시 1심 재판부가 국민의 막대한 세금으로 진행되는 정부 국책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한 것이라면, 2심 재판부는 원고 측의 주장의 신빙성이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의 사업이 의심스럽고 하자가 있기 때문에 법적 심판을 묻는 것인데 정부 사업의 타당성을 주요하게 검토하지 않는다면 재판은 무의미해지고 만다. 2심 재판부는 그와 같은 '우'를 범한 것이다.
***허점투성이 판결…농림부 목소리만 들은 재판부**
그렇다면 서울 고등법원의 재판부 판결은 과연 타당한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허점투성이다.
우선 원고의 적격성 여부가 환경영향평가 지역으로 구분된다면 우리나라 국민은 전 국토를 자유롭게 이용하고 보전할 권리를 갖지 못한다는 주장이 되고 만다. 어불성설이다. 또한 간척 목적이 이미 상실된 사업이라도 매립면허에는 문제가 없다면 불가능한 사업목적일 경우 법적으로 가능한 계획으로 세우고 나중에는 변경해도 하등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되고 만다. 재판부가 법을 어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셈이다.
또한 농지 목적 상실 주장과 관련해 신규창출 추정량이 정확하지 않다면 왜 농림부는 농지를 축소하고 있고 우리나라 농민들은 쌀 개방을 반대하는 시위를 홍콩까지 가서 벌여야 한단 말인가? 재판부가 조금이라도 현실을 보고 있다면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제 가치 논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농지 가치가 높다고 판결했지만 당시 민관공동조사단의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고 위원장이 독선적으로 자기 주장만 실어 논란이 컸던 사안이다. 특히 〈네이처〉가 갯벌의 가치가 최소 3배 이상이라는 공식적의 의견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충분하게 검토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재판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대목이 바로 이런 점이다.
새만금 공방은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당시 정황과 함께 판단하지 않으면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재판부는 '수질 개선 불가'라는 환경부의 의견과 '해양환경의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해양학자들의 의견도 무시했다. 오직 농림부의 의견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로서 우리는 2심 재판부가 자료를 충분하게 검토했다는 모두 발언과는 달리 3년 6개월에 걸쳐 진행되어 온 수많은 자료와 증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밖에 달리 생각할 만한 것을 발견할 수 없다. 그래서 새만금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재판부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아직 새만금의 생명은 끊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새만금은 여기서 소생할 길이 없는가? 정부와 전라북도의 계획대로 차질 없는 일정으로 공사가 마무리 될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10여 년에 걸쳐 새만금의 갯벌을 살리기 위해 활동하고 헌신한 사람들이 있다. 65일간 부안에서 서울까지 310㎞를 3보1배로 온 성직자들의 혼이 깃들어 있고 수천 년 지역어민들의 삶과 죽음이 스며 있다. 그리고 수많은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이 새만금을 품고 있다.
그래서 새만금은 다시금 부활하고 생명의 활기를 보여줄 것이다. 아직 새만금의 생명은 끊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새만금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지혜를 모으고 함께 할 것이다.
이제 정부와 전라북도도 성실한 대화의 자세를 갖고 새만금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할 것을 정중히 제안한다. 재판의 승패가 곧바로 새만금 문제의 해결이 결코 아님을 정부와 전라북도도 모르는 바가 아닐 것이다. 새만금의 토지 이용에는 아직 아무런 계획이 없고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면 앞으로도 국민적인 저항은 계속될 것이다. 전라북도의 주장처럼 '새만금 특별법'이 필요하다면 더더욱 합리적인 해결을 위한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그 길만이 파국을 막고 진정 갯벌을 살리고 전라북도도 발전하는 상생의 길임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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