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결산해설] '진짜 협상'은 지금부터 시작

예상된 지점에서 '일단 정지'...상호 이해심화는 '성과'

***'진짜 협상'은 지금부터 시작**

1년 여 만에 재개된 6자회담이 '합의'도 '파국'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7일 휴회에 들어갔다. 애당초 북한과 미국 간의 이견이 워낙 커 쉽게 합의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긴 했으나 '회기를 정하지 않은 무제한 회담'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일말의 기대를 모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회담 형식의 차이가 관계 당사국들의 입장 차이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회담 시작 전부터 '북한 핵 폐기'의 범위, 그 중에서도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에 대한 용인' 여부가 최대의 걸림돌이 되리라는 관측이 있었고, 꼭 그 대목에서 이번 회담이 좌초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의 진행과정을 돌이켜볼 때 '대북 직접 송전'으로 요약되는 우리 측의 이른바 '중대 제안'이 회담의 핵심쟁점을 진척시키는 데에 전혀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역시 북-미 간의 불신과 양측의 기존입장 고수가 13일 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관통하는 기조였다.

그렇다고 회담에 참가한 6개국, 특히 그 중에서도 남북한과 미국 등 핵심 관련국들이 '빈 손'으로 베이징 공항을 출발한 것 같지는 않다. 아직 그 내용이 정확히 파악되고 있지는 않으나 약 2주간 무수히 많은 양자 접촉과 수석 및 차석 회담 등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들을 한 보따리씩 챙긴 것으로 관측된다.

그것이 8월 말 재개될 '제2단계'의 제4차 6자회담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그 동안 평양과 워싱턴의 성명을 통해서만 상대방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던 북한과 미국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생방송'을 충분히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약 3주간에 걸친 휴회 기간 동안 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6개국은 이번 회담 결과를 정리하고 새로운 제안을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가능할지, 아니면 합리적인 모양새의 타협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지 숙의 과정에 들어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2단계'의 회담이 시작되기 전에 주요 당사국들이 만들어낼 '조정된 입장'이 주목된다. '진짜 협상'은 어쩌면 그 조정작업부터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北 "북-미 마주 걸어가야" - 美 "북 경수로 권리도 원해"**

13일이라는 회담 기간이 말해 주듯 제4차 6자회담은 결코 쉽지 않은 회담이었다. 역시 기본적인 문제는 북-미 간의 좁혀지지 못한 입장 차이였다.

북측 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7일 마지막 수석대표회의를 마친 뒤 북한 대사관에서 20여분 정도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회담은 앞으로의 회담 진전을 위한 기초를 쌓는 회담이었으며 한반도 비핵화를 회담의 총적 목표로 보고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재확인했다"면서도 "정치적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에 문건으로 좁힐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북-미가 비핵화 방향으로 마주 걸어와야 하며 우리만 걸어가서는 마주칠 수 없게 돼 있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이 (평화적 핵 활동 권리라는)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미국이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고 미국측을 겨냥했다.

그는 또 "미국이 핵무기로 우리를 치겠다 하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만드는 것"이라며 "미국이 가야 할 길은 우리가 핵무기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도록 했던 요인을 없애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으로서는 평화적 핵 이용 문제와 관계정상화 등 핵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에서 물러설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북한과는 정확하게 반대 쪽에 있었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일부 문제에서 많은 합의를 달성할 수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나머지 차이를 좁힐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에 따르면 북한은 특히 경수로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한은 핵에너지 이용 권리를 원할 뿐 아니라 경수로 사용 권리도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경수로 원자로 문제는 회담 테이블에 있지 않다"면서 "북한은 본국에 돌아가 경수로 원자로는 의제에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휴회 기간에 북한이 어떤 핵도 가지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바꾸기를 바란다"는 김 부상의 발언과는 완전히 상반된 것이다.

***좁혀지지 않는 北-美...강경파 대두 땐 회담 '모멘텀' 잃을 수도 **

이러한 근본적인 입장 차이는 휴회 기간 동안 북미 양국이 직간접적으로 활발하게 양자, 다자 접촉을 통해 의견을 좁히지 못하면 제2단계의 제4차 6자회담에서도 공동문건을 도출해내기가 쉽지 않음을 예시한다.

북-미 본국 정부의 후속 조치와 반응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회담 결과를 두고 미국 매파와 북한 군부의 목소리가 커져 회담 협상파를 누른다면 회담 무용론이 다시 대두될 우려까지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도 바로 이것. 정부는 이에 따라 '휴회'가 '산회'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다각적인 대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하다간 북핵 문제 해결의 모멘텀 자체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특히 제4차 6자회담이라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특사로 파견하는 등 나름대로 분위기 조성에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얻지 못할 경우 후속 대책이 상당히 궁할 수밖에 없다.

***북미 양자 대화 '접촉' 수준 넘어 '협의' 단계로...**

한편 이번 회담의 두드러진 특징이자 성과라고 한다면 북미 양자 접촉이 상당히 활발하게 진행됐다는 점이 꼽힌다. 미국이 과거 북-미 대화를 꺼려했다는 점에서 양자 대화가 단순한 '접촉' 수준을 넘어 '협의' 단계로까지 갔다는 것은 수확이라 할 만하다는 평가다.

이번 회담에서는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지는 못했지만 고비마다 북-미 협의는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다. 북-미 양국 수석대표는 회담이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달 24일 첫 접촉을 가졌고, 개막일에도 북미 협의가 진행돼 북측은 이 자리에서 제3차 6자회담 당시의 미국측 제안에 대해 공식적인 회답을 제시했다. 이어 28일에는 2시간 40분이라는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세 번째 접촉을 가졌다.

그 뒤 29일엔 공동문건 초안을 도출하기 위한 북-미 협의가 이뤄져 결국 30일 1차 공동문건 초안이 제시됐으며 이날 북-미 양국은 베이징 소재 북한 음식점에서 처음으로 만찬 회동을 가졌다. 회담이 장기화되면서도 북미 접촉은 계속 이어졌다. 북미 대표단은 8월 1일에만 두 차례 회동을 갖고 3차 초안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그런가 하면 북미 협의가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자 3일에는 중국이 매개자로 나서 북-미 양측이 간접 협의를 가졌고, 4일에는 우리 대표단까지 자리를 함께한 남-북-미 3자 회동이 이뤄졌다. 하지만 양국 입장 차이는 이런 형식상 변화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좁혀지지 못했다. 5일에는 차석급 북-미 협의, 6일에는 마지막 북-미 수석대표협의가 이뤄졌지만 끝내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는 못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진행 양상이 유지될 경우 미국 부시 행정부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꼽히는 북한 협상 스타일에 대한 이해도 나름대로 깊어지면서 향후 원활한 회담을 위한 기반은 조성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회담장 주변의 공통된 인식이다.

<박스>

***제4차 6자회담(7월 26일~8월 7일) 일지**

7월 24일(일) 첫 남북 수석대표 접촉

7월 25일(월) 북미 양자 접촉
차석대표 실무준비회의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 주재 환영 리셉션

7월 26일(화) 제4차 6자회담 공식 개막 및 인사말
각국 양자 접촉 본격 시작
1차 수석대표회의
2차 북미 접촉

7월 27일(수) 전체회의 및 기조연설

7월 28일(목) 예정된 수석대표회의 29일로 연기
3차 북미 접촉(2시간 40분)

7월 29일(금) 2차 수석대표회의(30여분)
4차 북미 접촉(한시간 반)

7월 30일(토) 3차 수석대표회의
중국 공동문건 초안 제시
북-미 북한 음식점 만찬 회동
러시아 수석대표 러시아로 귀국

7월 31일(일) 차석대표급 실무협의(5시간)
중국 심야에 2차 초안 제시

8월 1일(월) 북미 접촉 두 차례 열림
차석대표 실무협의(3시간 30여분)
중국 심야 3차 초안 제시

8월 2일(화) 4차 수석대표회의
중국 4차 초안 제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첫 번째 '길거리 기자회견'

8월 3일(수) 각국 본국과 4차 초안 두고 훈령 교환
중국 각국에 3시까지 입장 제시 요청
수석대표회의 못 열려
북중미 3자 회동(3시간)

8월 4일(목) 5차 수석대표회의
남북미 3자 회동
북한 두 번째 길거리 기자회견

8월 5일(금) 북미 차석대표 회의
송민순 차관보 '창의적 모호성' 필요 언급

8월 6일(토) 북미 수석대표 협의(40분)
힐 차관보 '창의적 모호성' 반대 언급
정부 휴회 가능성 공식 확인

8월 7일(일) 6차 수석대표회의...휴회 결정
중국 의장성명 발표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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