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대한 배가 침몰하고 있다"

[초록행동단 릴레이 기고] 환경 파괴에 신음하는 국토와 사람들

환경운동가들이 초록행동단을 꾸려 노무현 정부의 반환경적 개발정책 중단을 요구하며 지난 3일 19박20일 일정으로 전국의 환경 파괴 현장 순례에 나선 지 9일이 지났다.

그동안 초록행동단은 강원도 원주 군부대 기름 유출 현장부터 시작해 자병산 석회광산, 고리 원자력 발전소 신규 건설 부지, 지리산 골프장 공사 현장 등을 방문해 지역 주민과 함께 환경 파괴 실상을 고발하고 대안을 모색해 왔다.

초록행동단에 참여하고 있는 녹색연합 이유진 간사가 지난 1주일간 순례 여정을 기록한 글을 보내왔다. <프레시안>은 남은 여정 동안에도 부정기적으로 초록행동단에 참여하는 환경운동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할 예정이다. 편집자.

***"환경파괴현장에 초록불씨를 지피고 돌아오겠습니다."**

2005년 1월3일부터 9개 환경단체 30여명의 활동가로 구성된 초록행동단은 원주를 필두로 전국 23개 지역의 환경파괴 현장 곳곳을 시계 방향으로 순례하고 있다.

원주 군기지 환경오염 현장에서 자병산, 임하댐, 고리 원자력 발전소, 마산만, 지리산까지 순례단의 눈에 비친 우리 땅은 거대한 토목 공사 현장이었다. 일직선 콘크리트 제방으로 물길을 막고, 멀쩡한 산 중간을 잘라내고 시골 마을 한가운데에 하늘을 찌르는 듯한 교각을 세워 고속도로를 만들고 있다. 어떤 마을은 이중 삼중의 하늘 도로로 온 마을이 교각 아래에 잠겨버렸다. 도로를 이고 사는 마을들.

거대한 공사현장을 마주대할 때마다 행동단원의 눈에는 백두대간 자병산이 투영된다. 백두대간 마루금인 자병산은 1978년도부터 석회석 광산을 개발하면서 약 2백65ha에 달하는 산림이 훼손되었고, 산 전체가 60m나 깎여 날아가 버렸다. 온 국토의 난개발 마구잡이 국책사업 뒤에는 난도질당한 자병산이 있었다.

초록행동단은 순례 2일째인 4일 지금은 지도에서 사라져버린 백두대간 마루금에 두 개의 풍선에 "자병산아 미안하다"라는 현수막을 띄워 올렸다. 사라져버린 자병산 정상은 희뿌연 석회가루만 날릴 뿐이다. 자병산 훼손지는 지난 20년 간 생태복원은커녕 산림녹화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방치되어 왔다. 라파즈한라시멘트(주)가 추가 개발 사업을 마무리 지을 때 쯤이면 자병산은 원래 지형보다 2백m 이상 낮아질 예정이다.

<사진 1> 초록행동단은 지난 4일 석회산 광산 개발로 심각하게 훼손된 자병산에서 "자병산아 미안하다"라는 현수막을 띄워 올렸다.

자병산은 개발로 인한 국토 파괴의 심각성을 대표하는 곳으로 백두대간보호법이 제정된 계기를 제공한 곳이다. 그러나 정부는 자병산의 추가 개발을 허용해 주기위해 광산 개발이 불가능한 백두대간 핵심구역에서 라파즈한라시멘트(주) 석회석 광산을 제외시키려 하고 있다. 과연 이 정부가 백두대간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물길 막은 안동 임하댐의 고인 물은 주민들의 눈물"**

초록행동 3일째 우리는 산이 사라진 곳을 떠나 물이 막힌 곳을 향했다.

안동시 임동면 중평리, 저수량 5억9천5백만t으로 국내 8번째인 초대형 임하호의 중턱에 도착했다. 주민들과 함께 10여척의 배에 나눠 타고 '임하호 탁수문제 해결하라', '무용지물 임하댐을 폐쇄하라', '성덕댐 건설 중단하라'라는 만장을 달고 선상시위를 벌였다.

임하댐 상류 점토질 토양은 임하댐 물을 온통 흙탕물로 만들었다. 그 흙탕물을 수돗물로 이용하느라 막대한 정수비용을 들이고, 또한 응집제를 사용하면서 알루미늄이 기준치 이상 수돗물에서 검출되고 있다. 게다가 흙탕물은 멀리 구미까지 하천 바닥을 뒤덮어 하천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다. 윤병규 안동시의원은 "댐 안에는 안동의 전통, 문화, 조상들의 삶의 터전이 수몰돼 있고, 안동댐의 고인 물은 주민들의 눈물이다"라고 전한다.

<사진 2> 주민들과 함께 임하댐을 비롯한 정부의 댐 정책에 대해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새끼손가락만한 고리도롱뇽에 희망 건 신규 핵발전소 부지 주민들"**

선상시위는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순례 4일째인 7일, 초록행동단은 고리 핵발전소 앞 바다에 고무보트를 띄우고 '핵은 죽음이다', '고리 핵발전소 추가 건설 중단하라'고 쓰인 현수막을 펼치며 항위 시위를 벌였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리와 비학 마을 그리고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 효암 마을.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이 두 광역 지역을 아우르는 총 1백여만평의 땅에 고리 핵발전소 추가 건설 계획(신고리 핵발전소 1~4호기)을 추진중이다.

초록행동단이 찾은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비학 마을 일대. 바다에 생계를 의지하며 살아오던 1백50여 가구 대부분이 이미 보상과 이주를 마친 상태라 철거장비에 힘없이 무너진 벽돌 더미들만이 빈터를 차지하고 있었다. 고리 1~4호기 건설 이후 생계와 재산권에 침해받고 하나씩 이주를 결심하는 지역 주민들. 초록행동단은 지역단체 활동가와 지역 주민과 함께 한국수력원자력(주) 고리원자력 본부 정문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핵 중심 전력정책을 전환하고, 신고리 추가 건설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생면 사람들은 지금 새끼손가락만한 고리도롱뇽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비록 고리도롱뇽이 다른 곳에도 서식한다는 한수원과 학자들의 발표가 있었지만 '꽃피는 봄'이 오면 다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사진 3> 고리 핵발전소 앞 바다에 고무보트를 띄우고 항의 시위를 벌이는 초록행동단.

***힘없는 사람들에겐 '법'마저도 원망스럽다**

초록행동단이 마주치는 가장 처절한 현장은 바로 파괴의 현장에 맞서 싸우는 주민들이었다.

농촌마을에는 온통 힘없고, 나이든 어르신들만 남았고, 법 좋아하는 개발업자들은 이 촌로들이 평생에 구경도 못한, 아니 듣도 못한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지리산 산동면 사포 마을 주민들과 함께한 지리산 온천랜드 골프장 반대 집회에서 주민들은 "사포면 주민들은 반대할 권리도 없나"라고 외친다.

80명밖에 안되는 주민들 중 63명이 7억2천만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했다. 가두방송으로 지리산 온천랜드의 명예를 훼손하여 영업 이익 손실을 야기했다는 이유였다. 한 참 일해야 할 시기에도 경찰과 법원을 왔다갔다하는 주민들은 피가 마른다.

참여정부의 골프장 건설 규제 완화 발표에 따라 온 국토가 골프장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청정지역으로 자연이 그나마 살아 있는 구례, 곡성, 담양, 장성, 영광, 함평, 광주, 무안 등 광주·전남지역에서도 약 1천5백80홀 이상 2천6백10만평의 골프장 건설 난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그저 지금처럼만 농사짓고 남은 여생 보낼 수 있도록 해주이소". 할머니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사포면 주민들> 초록행동단원들에게 골프장의 환경 파괴 실상을 고발하는 사포면 주민. 이 마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주축이 돼 힘겨운 싸움을 해나가고 있다.

***환경 파괴로 인한 주민 고통 무시하는 친환경기업?**

고통 받는 주민들은 지리산 자락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말도 마소. '쿵'하는 소리에 놀라고, 집채가 흔들려서 혹시나 무너지면 어쩌노 가슴이 떨리는데예. 거 채석산에서 날아오는 먼지에 목도 아프고. 아 도대체 군납품 만든다는 공장이 산을 다 깎고 있는데 이게 말이 되는겨."

밀양시 상남면 평촌리에 살고 있는 김경순 할머니는 매일같이 오후 12시, 4시 2번씩 마을 인근 채석산에서 들려오는 발파 소리에 놀란 가슴을 하루에도 몇 번씩 쓰러 내린다. (주)한국화이바는 공장 부지 확장 명목으로 석산을 개발해 돌을 팔아 이득을 취하면서 주민들의 피해 호소에는 묵묵부답이다.

초록행동단은 한국화이바 앞에서 평촌 마을 지역 주민 1백여명과 함께 ▲불법광산 사업을 중단하고, ▲훼손지를 전면 원상 복원하며, ▲생존권을 말살하는 공장부지 확장 및 공장 증축을 중단하고, ▲지난 4년간 진행되어온 발파 작업으로 인한 피해를 전면 보상할 것을 촉구했다.

"부당한 금품요구 절대 응할 수 없다- 한국화이바 임직원 일동(World Best 21)", "사진 촬영시 법적 조치하겠음". 공장을 짓는다면서 석산을 개발해 돌을 팔아먹는 한국화이바가 정문 앞에 내건 현수막이다. 회사가 나이 많고, 힘없고, 농사짓는 것 밖에 모르는 평촌 마을 주민들을 평소에 어떻게 대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마을 주민을 무시하는 이 회사는 환경부장관으로부터 친환경기업상도 받았다.

***도법스님을 만나다**

답답한 가슴을 안고 순례단은 지리산 실상사에 도착했다.

실상사에서 따뜻하게 우리를 맞아주신 도법스님은 "애쓰는데 잘 안되죠? 왜일까요?"라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도법스님은 반성적 자기성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도법스님>

"첫 단추를 제대로 껴야하는데 앞으로만 나아가려고만 한다"며,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의 진실에 기초해서 처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표권을 가진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환경운동, 세계관과 삶의 방식을 바로 잡는 일에 소홀한 환경운동이 자성해야 할 부분이다.

"거대한 배가 침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순례 9일째, 염형철 부단장은 부서지고 망가지는 우리 국토에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답답함을 토로한다. 초록행동단, 이 길의 끝에서 '희망의 불씨'를 찾을 수 있을까.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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