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웨스트버지니아는 왜 '코로나 청정지대'였나?

웨스트버지니아 1번 환자 확진 1주일 넘게 걸려....확진자 줄이려 검사통제?

미국 50개주 가운데 웨스트버지니아주는 가장 늦게 지난 17일 오후 첫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환자가 많이 발생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 등 일부 주지사들이 연방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에 맞서 지난 17일에도 "몇몇은 중국 바이러스에 의해 심하게 타격을 받고 있었고, 몇몇은 실제로 전혀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며 "뉴욕은 매우 큰 '핫스팟'이고 웨스트버지니아는 지금까지 0건"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민주당 주지사들을 공격에 맞서 웨스트버지니아 사례를 계속 얘기해왔다. 원래 공화당 출신인 짐 저스티스 웨스트버지니아 주지사는 2015년 주지사 선거에 나가기 위해 잠시 민주당으로 갈아 탔다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공화당으로 다시 당적을 옮겼다.

미 코로나19 확진자 3만명, 사망자 400명 넘어서


하지만 저스티스 주지사가 지난 17일 오후 첫 확진자 발생을 발표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게 됐으며, 그 이후 확진자와 사망자는 매우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2일 오후 5시(현지시간) 현재 확진자는 3만 명이 넘은 3만2356명, 사망자는 414명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중국, 이탈리아 다음으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국가가 됐다.

미 전역에서 이처럼 빠른 증가세를 보이는 원인과 웨스트버지니아가 지난 17일까지 '코로나 청정지대'로 보고됐던 원인은 일맥상통한다. 코로나19 사태를 대응하는 지방정부와 의료기관의 '불투명성'이 그 원인이다.

CNN은 22일 웨스트버지니아의 1번 환자인 제임스 비질 씨와 부인 캐롤린의 사례를 통해 주정부와 병원에서 얼마나 주먹구구식 일처리를 해왔는지 보도했다. 제임스 씨가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코로나19 확진을 받기까지는 통계학자 출신이며,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면서 오랫동안 병원 및 보험회사와의 '싸움'에 능숙한 부인 캐롤린의 고군분투가 있었다.

제임스 씨가 처음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3월 9일께였다. 천식환자인 그는 이날 퇴근하고 돌아와 바로 잠자리에 들었고, 심한 두통을 호소했으며 고열(40도) 증상을 보였다.

'핫라인'은 먹통...공무원들은 전화 돌리기...병원은 진료 거부


캐롤린은 남편에게 해열제 등 기본적인 대처를 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다음날 아침 코로나19와 관련해 공표된 주정부의 '핫라인'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캐롤린은 그 다음에 주 보건부에 전화를 걸었다. 보건부 관계자는 기침, 발열 등 기본적인 증상과 관련해 물었고 모두 해당된다고 말하자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것을 권유했다. 그 담당자가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어 의사에게 말하자, 의사는 "절대 여기에 오면 안된다"며 캐롤린이 처음 전화를 걸었던 '핫라인' 번호를 알려주었다.

첫번째 난관에 부딪힌 캐롤린은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친구는 병원 응급실을 가볼 것을 권유했다. 캐롤린은 남편을 차에 태우고 병원에 도착한 뒤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 남편은 차에 두고 혼자 접수 창구에 가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접수 창구의 직원은 이 병원에서는 진료를 할 수가 없다며 주정부의 '핫라인' 번호를 알려주었다.

다시 한번 막다른 상황에 처한 캐롤린은 '핫라인'으로 이미 전화를 시도해봤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고 밝히며 의료진이 나와서 더 나은 정보를 줄 때까지 돌아갈 수 없다고 버텼다. 결국 수석 간호사가 나왔지만 그녀는 마찬가지로 '핫라인'을 통해 주정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캐롤린은 간호사에게 차에 있는 남편의 상태를 보면 그가 얼마나 아픈지, 그리고 우리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간호사는 남편의 증상에 대해 자세하게 물은 뒤, 그가 지금 당장 진료를 받아야한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남편은 병원 뒷문을 통해 특별 진료실에 수용됐다. 의사는 다른 질병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진료했지만, 결국 코로나19 검사를 하기로 하고 표본을 채취했다. 캐롤린과 남편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5일 동안 자가격리 상태로 있으라고 지시를 받았다.

검사 5일 뒤 병원에 전화하니 "검사 표본 분실"...알고보니 '양성' 결과를 숨기고 있었다?


병원에서 검사한지 4일 지났지만 여전히 결과를 통보받지 못했고, 다음 날 새벽 캐롤린은 너무 더워 잠에서 깼고 체온을 잰 뒤 자신도 고열 증상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검사 5일째 되는 날 캐롤린은 오후까지 기다리다가 결국 병원 응급실로 전화를 했다. 그러자 병원은 카운티 보건부에 전화를 하라고 알려줬다. 보건부에 전화를 한 캐롤린은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남편의 검사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카운티 보건부는 기록이 없으니 다시 검사를 받으라고 했고 캐롤린은 너무 화가 나서 주정부에 전화를 걸었다. 주정부에 전화를 걸어 담당직원을 찾았지만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만 받았다. 얼마 뒤 집으로 걸려온 전화는 주정부가 아닌 병원이었고, 남편의 검사 표본이 분실됐으니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감염 우려 때문에 병원이 아닌 다른 장소를 찾아서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검사를 받은지 5일 만에 남편과 캐롤린은 원점으로 돌아왔고, 남편의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캐롤린은 결국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버지니아주로 운전해서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버지니아에 가서 검사를 받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알아보고 있는 동안, 웨스트버지니아주 연구소에서 연락이 왔다. 남편의 검사 샘플을 찾았다는 연락이었다. 하지만 표본이 너무 오래 돼서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캐롤린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캐롤린은 이런 사연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를 본 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인 조 먼친(민주당)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먼친 의원의 보좌진은 진상 규명과 정보 공유를 약속했지만, 캐롤린은 이제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태가 됐기 때문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먼친 의원 보좌관은 자신들에게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고, 캐롤린은 '하루'만 더 기다리겠다고 했다.

캐롤린은 드디어 주정부 보건 최고위직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았다. 그들은 많은 것을 물었고, 이에 대한 답변을 들은 뒤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캐롤린은 다시 전화를 받고 또 한번 경악했다. 그들은 남편의 검사 결과가 이미 나왔으며, 양성이라고 말했다. 웨스트버지니아주는 한시간 정도 뒤에 첫번째 확진자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그들은 남편이 2번 검사를 받았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캐롤린은 다음날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에 가서 검사를 받았고, 이틀 뒤 결과를 통보받았다. 그녀도 양성이었다.

웨스트버지니아의 비결은 검사 통제와 불투명한 정보 제공


결과적으로 주정부와 병원의 허술한 일처리 때문에 남편 뿐 아니라 캐롤린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하지만 캐롤린은 자신과 남편이 겪은 고초를 겪은 일주일 사이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연방정부도 코로나19 TF를 통해 종합적인 상황 점검과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주가 17일 전까지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해 코로나19 검사를 일부러 억제했다는 정황은 먼친 의원을 통해 폭로됐다. 먼친 의원은 16일 "웨스트버지니아는 검사를 84건 밖에 하지 않았다"며 "웨스트버지니아는 노인 인구가 72만 명이며, 60세 미만 인구 중에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도 22만 명이나 된다. 웨스트버지니아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완전히 파괴될 수 있는 사람이 100만 명 이상이 된다"고 주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에 대해 비판했다.

CNN은 지난 16일 웨스트버지니아의 한 간호사가 일주일 이상 고열 등으로 매우 아파서 두 종류의 독감 검사에서 모두 음성을 받은 뒤,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 했지만 주정부에서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이 간호사는 자신과 담당 의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주 보건부는 그녀가 코로나19 확진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사를 불허했다고 밝혔다.

▲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의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 모습. CNN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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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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