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바이든, '코로나 사태'에 달렸다

[2020년 美 대선 읽기] 미 대선의 최대 변수가 된 '코로나 사태'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로 미국 정치권이 요동치는 가운데 오는 11월에 있을 2020년 대통령 선거의 대진표가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공화당은 17일(현지시간) 경선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확보해야할 대의원 수(1276명) 이상을 확보해 후보로 확정됐다. 이는 공화당 경선 일정상 최단 시간 안에 후보로 확정된 것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17일 치러진 플로리다, 일리노아, 애리조나 3개 주 경선 모두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승리하면서 최종 후보 지위를 굳혀 가고 있다. 18일 오후 현재 바이든 전 부통령이 확보한 대의원 수는 1121명(1991명 확보시 최종 후보가 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하 직함 생략)은 839명이다.


두 후보 사이의 확보 대의원 수 격차가 300명 가까이 벌어져, 샌더스가 경선 막판의 역전극을 기대하기는 조금 힘든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 사퇴설이 나오기도 하지만, 샌더스 캠프는 18일 이제까지 캠페인에 대해 "평가"하면서 논의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샌더스 지지자들 포섭에 방점..."샌더스, 듣고 있다"

바이든은 17일 밤 자택에서 인터넷 생중계로 승리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는 의료, 소득 불평등, 기후변화 등 샌더스가 중점을 두고 있는 정책 이슈에 대해 "전술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우리는 공동의 임무를 공유하고 있다"고 샌더스 지지자들을 끌어안기 위한 메시지에 집중했다. 그는 "샌더스와 그의 지지자들은 놀라운 열정과 끈기로 이 나라의 근본적인 논의 지형을 바꾸었다"며 "샌더스와 그의 젊은 지지자들에게 말하겠다. 샌더스, 난 듣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도 안다.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도 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운동으로서의 우리의 목표와 대통령 후보로서 나의 목표는 이 당을 통합하고 그 다음에 국가를 통합하는 것"이라며 트럼프의 재선을 막기 위해 합심할 것을 강조했다.

사실상 후보 자리를 굳힌 바이든이 가장 먼저 샌더스 지지자들을 끌어 안기 위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2016년의 '교훈'이기도 하다.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샌더스 의원이 '혈투'를 벌였고, 그 결과 상당수의 샌더스 지지자들이 본선에서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힐러리와 정치적 궤를 같이 하는 바이든 입장에서 본선에서 트럼프를 이기기 위해선 샌더스 지지자들의 이탈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때문에 샌더스와 그 지지자들을 칭찬하는 한편, 민주당 통합을 역설하며, 자신을 중심으로 뭉칠 것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안갯속 정국...바이든 대 트럼프 승부 예측 힘들다

2월 경선이 시작되기 전 예상했던 것처럼 '트럼프 대 바이든'으로 귀결된 2020년 미 대선에서 최종 승부를 가를 최대 변수는 '코로나 사태'다.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집권 후 최대 위기인 코로나 사태에 트럼프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냐에 따라 민심의 향배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18일 프레시안과 전화 인터뷰에서 "17일 경선 결과를 볼 때 바이든이 압승한 것은 코로나 사태가 바이든에게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며 "비상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표심이 경험이 많은 바이든과 변화를 상징하는 샌더스 중에서 경험이 많은 바이든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오하이오주, 조지아주, 루이지애나주 등 일부 경선 일정이 연기되는 등 대선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길어지느냐에 따라 트럼프 대 바이든의 본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20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 사태 별 것 아니다, 나만 믿어라' 이렇게 장담하다가 최근 들어 '나는 일찌감치 팬데믹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고 말하는 등 태도가 확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료 전문가들의 엄중한 경고를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17일 1조 달러에 해당하는 경기부양책을 내놓는 등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고 수습이 되면 이런 부양책으로 트럼프의 인기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트럼프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이 드러나면서 상대적으로 행정 경험이 풍부한 바이든에게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코로나 사태라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위기가 닥치면서 정치적인 전망이나 예측을 말하기가 어려운 시국"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바이든 전 부통령.ⓒCNN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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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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