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트럼프, 코로나 사태로 리더십 위기

즉흥적 리더십 한계 부각...'알아서 치료하라' 메시지에 주지사들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여 비판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이자 방송인 출신 답게 임기응변에 강하고 동물적인 감각은 뛰어나지만, 냉철한 판단력을 필요로 하는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국가적 위기에는 어울리는 리더십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엄중한 경고를 하더니, 지난 주말에는 또 코로나19가 "금방 지나갈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겨우 하루 뒤인 지난 16일(현지시간)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백악관 일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훌륭하게 일을 한다면 위기가 7월이나 8월에 지나갈 것"이라며 "그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다시 비관적 전망을 했다.

이처럼 '냉온탕'을 오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 크게 만들고 있다. 또 가뜩이나 불안심리로 가득찬 주식시장의 출렁임을 더 크게 만들고 있다. 16일 트럼프 대통령의 비관적 전망으로 뉴욕 증시는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폭락을 기록했다.

트럼프 "국민들에게 현금 지급 검토 중...우리는 크게 갈 것"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현금 보조를 포함한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부양책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크게 가겠다"며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다시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한 '낙관론'을 풀어놓았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정책 중 하나로 국민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미국인들은 지금 현금이 필요하고, 대통령은 현금을 지급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여세(payroll tax)도 한 방법이지만 몇 달이 걸릴 수 있고 우리는 훨씬 더 빠른 것을 원한다"며 당초 검토하던 급여세 면제에서 현금 보조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8500억달러, 최대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놓고 의회와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뉴욕 주지사와 '트위터 설전'...의료기기 제공 거부해 주지사들 반발

트럼프 대통령은 또 코로나19로 '초비상' 상태인 주정부에 각 주 정부가 직면한 어려움을 연방정부에 호소하지 말고 알아서 해결하라는 태도를 보여 주지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큰 충돌을 빚고 있는 것은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다. 쿠오모 주지사는 16일 뉴저지주, 코네티컷 주지사와 코로나19 대응 공조에 대해 화상회의를 하면서 연방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뉴욕의 쿠오모가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반격했다. 이에 쿠오모 주지사는 "내가 더 많은 것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는 비판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쿠오모 주지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쿠오모는 모든 주가 똑같이 대우 받기를 원하지만 모든 주는 같지 않다"며 "몇몇은 중국 바이러스에 심하게 타격을 받고 있고, 몇몇은 실제 전혀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 앤드루,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민주당 소속인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주지사에 대해서도 "실패한 미시간 주지자는 더 열심히 일하고 훨씬 더 미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휘트머 주지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각 주가 인공호흡기와 기타 의료기기를 사도록 주지사들에게 촉구하고 있다면서 연방정부의 지원 부족에 대해 비판한 것에 대한 반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는 지역에서는 병실, 치료기기 등 부족 현상을 겪을 것이 우려되는 상황과 관련해 "연방 정부가 도울 수도 있지만 각 주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5145명(존스 홉킨스대 집계)이며, 사망자 수는 100명이 넘었다. 이날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도 확진자가 나옴에 따라 미국 전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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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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