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엔 남편 보내는 오늘 올까 잠들기 싫었다"

[현장] 세상 등진지 100일만에 치러지는 문중원 기수 장례

문중원 기수의 장례가 시작된 7일. 문 기수 사진을 붙인 700여대의 차량이 과천경마장에서 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분향소까지 17km 거리 도로를 달렸다. 문중원시민대책위가 주최한 '죽음을 멈추는 희망 차량 행진'이었다.

1시간여를 달려 분향소에 도착한 차량 앞에는 문 기수 유족이 서 있었다. 유족은 차에 탄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등도 함께였다. 참가자들은 경적을 울려 화답했다.

애초 참가 차량은 시민분향소에 도착한 뒤 청와대와 총리 공관 방면을 순환할 계획이었으나 경찰이 해당 방면 차량 통행을 막았다. 길이 막힌 차들은 분향소가 있는 광화문광장 방향 도로와 세종문화회관 뒤편 도로에 빙 둘러 늘어섰다.

그렇게 30여분이 지난 뒤, 문 기수 시신을 싣고 71일간 정부서울청사 앞에 세워져 있던 운구차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출발했다. 100일 만에 치러지는 장례를 위해서였다.

지난 6일 문중원시민대책위 및 열사대책위와 한국마사회가 기수 죽음의 재발방지 대책 등에 합의했다. 문중원 기수는 세상을 떠난 지 99일 만에 장례를 치를수 있게 됐다.


▲ 길게 늘어선 희망 차량 행진. ⓒ공공운수노조

▲ 희망 차량 행진 참가자들에게 인사하는 문중원 기수 유족. ⓒ공공운수노조

부인 오은주 씨 "제가 아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길 바란다"

희망 차량 행진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시민대책위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8번째 죽음을 막기 위해 마사회를 개혁하는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인 오은주 씨는 이 자리에서 장례를 치르게 된 심정을 담은 글을 읽었다.

오 씨는 먼저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전 집을 나서던 순간과 세상을 떠난 날은 "영원히 제 가슴속 깊은 곳에 머무를 세상에서 가장 슬픈 추억"이라고 말하며 "99일간 질긴 싸움을 하며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풀썩 주저앉고 싶은 순간도 많았고 이를 악 무는 순간도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99일 동안 함께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오 씨는 "99일간 투쟁을 하면서 한 번도 제 남편에게 '좋은 곳을 가라'고 말을 못했다. 아직 보내줄 수 없었고 보내기 싫었다"며 "어젯밤에는 남편을 보내는 오늘이 올까봐 잠들기 싫었다. 제 남편이 차가운 길거리 한복판에 누워있었지만 제 옆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보낼 수 없었는데 이제는 보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 씨는 "너무나도 사랑했고 우리 가족에게 존재만으로도 빛이 났던 제 남편을 저 하늘의 별이 되어 더욱 밝게 빛이 날 수 있도록 가는 길 외롭지 않게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남편의 유서 마지막에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적혀있었다. 더 나아가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도 행복하길 바란다"고 마지막 말을 전했다.

▲ 장례를 치르는 심정을 담은 글을 읽은 뒤 울고 있는 오은주 씨. ⓒ프레시안(최용락)

"문중원 열사가 연 싸움 잊지 않고 계속하겠다"

이날 저녁에는 서울대병원장례식장 앞 공터에서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유족과 그 곁을 지켜온 사람들, 희망 차량 행진에 참가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아버지 문군옥 씨는 "100일이 지나 중원이 장례를 치르고 경쟁도 비리도 없는 저 하늘나라로 가서 편히 쉴 수 있게 해주셔서 진심한 마음으로 감사드리며 유가족 모두 죽는 날까지 이 은혜 잊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며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문 씨의 발언이 끝나자 길고 차분한 박수가 이어졌다.

생전 문 기수가 소속되어있던 공공운수노조의 이태의 부위원장은 "고맙다"고 말하는 문 씨에게 "저희들은 아드님 지켜내지 못해서 죄송해 하는 사람이고 더 밝은 세상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더 많은 과제를 남겨놨기 때문에 아버님 어머님 앞에 늘 죄인인 사람들"이라며 "문중원 열사가 연 그 싸움 잊지 않고 계속하겠다. 힘내시라. 고맙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추모문화제가 끝난 뒤에는 부인 오은주 씨가 상주가 되어 조문객을 맞았다.

문 기수의 장례는 오는 9일까지 3일간 치러진다. 9일에는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생전 문 기수의 동료였던 기수와 마필관리사들이 함께하는 노제가 예정되어 있다.

▲ 문중원시민분향소에 붙어있던 한 시민의 글.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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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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