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만 사람 살고 비수도권은 국립공원 된다?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수도권 인구 50% 돌파와 지역 균형 발전

50% 돌파

지난 1월 6일 수도권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주민등록 인구가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1737명이 더 많았고, 올해 1월 말 기준으로는 3만 2483명이 더 많으니, 수도권의 인구 집중은 더욱 심화된 편이다.

▲ 그림 1. 비수도권과 수도권의 인구 갭(좌축) 및 그 증분(우축) 추이(1960년 이후) ⓒKOSIS

그림 1을 보면 1960년대만 해도 비수도권 인구가 1600만 명이나 더 많았지만, 그 폭은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급격하게 떨어져 1990년대에 이르면 불과 500만 명으로 좁혀졌다. 2010년에는 그 차이(갭)가 100만 명 미만으로 낮아졌고, 2019년에는 수도권 인구가 더 많아졌다.

특히 1980년대에만 그 차이가 500만 명이나 감소할 정도로 1980년대의 10년 간은 산업은 물론 인구 역시 수도권으로의 초집중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와 2000년대, 그리고 2010년대의 약 30년간 다시 500만 명의 차이가 감소했다.

그림 1의 파란색 그래프(비수도권과 수도권의 인구 차이)를 보면 1990년대 전반, 즉 IMF 위기 이전까지 그 차이가 둔화됐고, 2010년대에 이르러서도 4~5년 정도로 차이가 둔화되는 시기가 있었다. 이때는 비교적 수도권에 대한 규제 혹은 지역 균형 발전이 이뤄지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주황색 그래프는 비수도권과 수도권 인구 갭의 증분을 그린 것인데, 증가율보다도 균형 정책의 효과와 실패가 잘 드러난다. 비수도권과 수도권 인구 갭의 증분은 갭 그래프가 우하향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마이너스의 값을 갖는다. 즉 그 갭은 늘 작아져 왔다는, 곧 수도권 인구 비중이 증가해 왔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런데 유의하여 살펴보면, 그 증분이 큰 마이너스 값에서 작은 마이너스 값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시기가 1990년대 전반과 2005년 이후 2015년까지 나타나고 있다. 즉, 이 시기는 비수도권-수도권 인구 갭이 둔화되는 시기로서 지역균형 발전이 효과를 보이던 때이다.

1990년대는 3차 국토종합개발 시기로서 서해안 신산업지대 등 적극적인 지방 투자 및 대기업 분공장 이전 정책을 통한 지역균형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났던 시기다. 이 때 비수도권과 수도권 인구 갭의 증분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기 활성화 정책으로 인해 지역 균형 정책은 후퇴하게 되는데, 그 결과가 1990년대 후반에서 2002년까지 그 갭 증분이 다시 큰 마이너스 값으로 하락하는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연스럽게 비수도권-수도권 인구 갭은 감소한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 이르러 지역 균형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되어 공기업의 지방 이전, 행정수도 이전 등의 정책들이 추진되면서 인구 갭은 2015년까지 증가하게 된다. 지방 이전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 균형 정책은 이명박 정부에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추진되어 지역 균형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런데 중요한 것은 2015년 이후이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인 2015년 이후 몇 년간 비수도권-수도권 인구 갭의 증분은 다시 마이너스로 깊은 하강 곡선을 그리게 된다. 즉 수도권 인구의 급증을 나타낸다. 그 결과 2019년 연말의 수도권 인구의 50% 상회라는 초유의 결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 그림 2. 비수도권과 수도권의 생산 갭(좌축, 1960- ), 건설투자 갭(1995- ), 주택공급 갭(2004- ) ⓒKOSIS, 국토교통부
그림 2는 비수도권과 수도권의 생산 갭, 건설 투자 갭, 주택 공급 갭을 표시하고 있다. 생산(지역 내 총생산) 갭은 아직까지 플러스의 값을 갖는다. 그런데 건설 투자 갭과 주택 공급 갭은 플러스 값과 마이너스 값을 오르내리며 변화하고 있다.

1960년부터의 생산 갭은 우리나라 경제 규모의 성장과 함께 갭의 규모 역시 증가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1970년대의 영남 지방 투자의 효과를 보여준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의 급격한 생산 갭 하락은 그 시기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수도권에 집중되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1993년 이후의 급격한 생산 갭 성장은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 균형 정책의 영향을 보여준다.

그 후 후퇴와 진행을 반복하던 지역 균형 정책은 2015년 이후 현저한 후퇴를 보여주며, 인구에서의 갭과 동일한 패턴을 시사하고 있다. 2017년에는 이미 6조 원 정도(2010년 불변 가격, 이하 같음)의 차이로 줄어들어, 1998년 45조 원의 차이(2010년 불변가격)에 비해서는 5분의 1로 급격하게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생산 갭에서의 이러한 패턴 건설 투자 갭과 주택 공급 갭에서의 변동과 정확히 동조하고 있다.

주민등록 인구의 변동은 출생과 사망 등을 통한 인구 동태와 이주를 통한 인구 이동의 결과이나, 우리나라의 인구 동태가 1980년대 중반부터 이미 안정화 단계에 있는 만큼, 인구 이동이 비수도권-수도권 인구 갭의 주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인구 이동은 주택 공급과 직결되는 만큼 통계 제공 기간이 짧은 관련 통계에서 보더라도 수도권 인구 50% 돌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50% 돌파라는 다소 충격적인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류종현 연구원이 지난 10년간은 서울 시내 그린벨트 해제에 의한 택지 공급을 지목한 것은 근거가 없지 않다.

적극적인 지역 균형 정책이란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겠지만, 비수도권과 수도권의 소득 격차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려들면 택지 공급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근본 원인은 비수도권과 수도권의 소득 격차일 수밖에 없다. 아래는 수도권의 소득, 생산, 인구의 비중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 그림 3. 수도권의 소득, 생산, 인구의 비중 추이 ⓒKOSIS, 서민철(2019)

그림 3은 수도권의 소득, 생산, 인구의 비중 추이를 1960년부터 추적한 그래프다. 또한 수도권에서 서울의 비중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서울 비중의 그래프도 가는 선으로 표현했다.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는 통계로 인구 통계와 지역내총생산 통계로부터 2000년대 이전까지 수도권의 생산 비중이 인구 비중을 견인하는 모양새를 볼 수 있으며, 이것은 1960~80년대에 이르는 대대적인 이촌향도의 물결로 나타났던 바이다.

그리고 1990년대부터는 서울 인구 비중이 감소함으로써 경기도가 수도권의 동력이 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생산 측면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경기도의 비중이 중심이 되었고, 그것이 1990년대에 이르러 주거 교외화에 따른 인구 측면에서의 경기도 비중의 증가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림 3에서 두드러진 것은 이렇게 이미 알려진 통계 이외에, 과세 소득에 의한 소득 통계에서의 수도권 비중이다. 우리나라의 소득 통계는 지역별로 구득이 어렵기 때문에 그동안 수도권의 소득 비중을 확인하기 어려웠으나, 과세 소득 자료를 활용한 연구에 의해 일부 그 단면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결과는 다소 충격적인데, 생산 비중이나 인구 비중에서는 수도권의 비중이 50%를 넘지 못하고 거의 근접해가고 있는 것에 비해(그나마 인구 측면에서는 이번에 깨진 것), 소득 측면에서의 수도권 비중은 이미 1960년대 후반부터 50%를 훨씬 초과하여 1990년에는 70%대까지 치솟은 적이 있으며, 그 이후에도 여전히 60%대에서 변동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에는 이미 서울만으로 전국 소득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였고, 1990년대의 중산층의 교외화에 의해 경기도 지역의 소득이 꾸준히 성장함으로써 수도권의 소득 비중은 60%를 상회하고 있다. 더욱이 2015년 이후에는 수도권 소득이 오히려 더 증가하는 경향마저 보임으로써, 수도권 균형 정책이 과거 몇 년간 후퇴한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과세 자료를 통해 파악한 소득이지만, 소득 자료의 이러한 지역적 과편중 현상은 수도권 인구 집중의 결과이면서 또한 원인이기도 하다. 소득을 발생시키는 것은 생산으로서, 생산 시설의 편중은 임금 소득의 편중으로 나타나며, 재산 소득의 증가라는 매개를 거쳐 다시 소득의 편중으로 귀결된다.

재산 소득은 시설과 인구의 밀집의 결과라는 점에서 볼 때, 정책으로서 추진되는 지역 균형 전략은 부득이 생산 시설의 분산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그것이 1990년대 전반의 대기업 분공장의 지역 이전 정책, 2002년 이후의 중앙 행정 기관 및 공기업의 지방 이전 정책 등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러한 이전 정책에 대해 효과가 없다느니 비용이 더 크다느니 등속의 무수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비수도권 인구를 그나마 50% 이상으로 간신히 유지시키는 힘이 되었고, 비수도권 인구가 40%대로 떨어지는 것을 몇십 년간 지연시켜왔던 것이다.

"인구는 모든 것의 원인이자 결과"라는 페르낭 브로델의 말처럼, 이제 50%를 초과한 결과로서의 수도권 인구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인구 집중을 더 촉진하게 될 것이다. "지방의 소멸"이라는 우려가 목전에 현실로 다가온 느낌이다.

지방 균형 발전은 전염병 못지 않게 중요한 정책 과제로서 2002년 이후 노무현 정부, 1990년대 전반 노태우 정부가 추진한 바 있던 적극적인 지방 투자를 통해 지방의 생산 기반을 마련해야 비로소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자 했던 '혁신도시 시즌2' 정책은 물론, 대기업 분공장의 지방 이전 정책, 수도권 공장 총량제의 강화 등으로 인한 대규모 공장의 지방 입지 유도,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지방 입지 등의 전술들을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몇십 년 뒤 6000만 인구가 수도권에 살고 나머지 지역은 모두 국립 공원이 되어 있는 현실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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