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양국에게 "위로와 격려" 보다 시급한 것은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강력한 지역 보건 거버넌스 구축해야

중국 후베이성(湖北省)의 우한(武汉)지역에서 발생한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로 인한 국내 감염자가 매일 기록을 갱신하고 있어 국민들의 걱정이 커져가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울려대는 코로나19 감염자 현황을 알리는 긴급 재난 문자 경보음에 긴장의 연속인 나날이다.

중국 지도부 전염병 위기의식 부족이 키운 코로나19 공포


중국에서는 하루 동안 감염 확진자 수가 누그러지는 추세에 있다지만, 여전히 몇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있고 사망자도 계속 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 일본을 넘어 지구 반대편에서의 확산 속도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사태가 이렇게 되고 보니 매번 나오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몇 번이고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전염병 초기대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이미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태를 겪으면서 현대 전염병의 발병지의 국내 방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은 전염병에 대한 지도부의 위기의식이 없었고, 이와 관련한 법제도 구축 미비, 국제사회와의 협력 부족 등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중국은 2004년 '돌발사건대응법'(突发事件应对法)을 마련하는 등 전염병 관리에 대한 국가적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2015년 발병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는 매우 신속히 대응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마치 10여 년 전 사스 때로 돌아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바이러스가 우한지역에서 시작되었을 때, 메르스 때처럼 조금 더 기민하게 대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의 공중보건, 전염병 예방 및 관리에 대해 다시 한 번 각성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추락한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 신뢰

한편, 코로나19 사태는 과연 세계보건기구(WHO)가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갖게 했다. 원론적 이야기를 하자면, 세계보건기구는 1948년 발족하여 "세계 모든 사람들이 가능한 최고의 건강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주요 역할 중 하나가 "유행성, 풍토성 등의 질병을 근절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한마음, 한 뜻을 가지고 국제기구를 설립한 것은 세계가 글로벌화되면서 국내 문제가 더 이상 국내에 그치지 않고 세계로 확산되는 것을 막고, 이에 대해 공동으로 협력하여 대응하고자 함이다.

더욱이 유행성 전염병은 과거 19세기 유럽에서 창궐했던 콜레라, 페스트(pest) 등에서 경험했듯 국가 간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 세계 대재앙이 될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를 막기 위한 적절한 대응 가이드를 제시하고 국가 간 협력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세계보건기구는 어땠는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주변 국가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 긴급위원회 위원 15명 중 7명이 국제적 비상사태임을 언급했음에도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병한 이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책임감을 지고 현황을 파악하고, 대응 정책을 제시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중국은 충분히 잘 대응하고 있다", "한국은 잘 극복하리라 믿는다"는 등 마치 개별국가의 일인 양 방관자적 대응 일색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주도적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듯하다. 미국의 기금납부 거부에 따른 세계보건기구의 재정문제와 그 문제를 해결해준 중국에 대해 '감히' 쓴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세계인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조직이 그 중립성을 잃고 정치화된다면, 세계 어느 국가가 그 조직을 신뢰할 수 있을까.

유행성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거의 매년 전염병이 세계 각처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니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한-중 지역 보건 거버너스 구축 필요

전염병에 대해 이제는 글로벌 차원이 아니라 지역 차원의 감염 예방과 관리에 보다 방점을 두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국과 중국, 더불어 일본까지 동북아지역에서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여, 빠르게 전염병의 전파속도와 현황에 관련된 정보를 함께 공유하고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 절실하다.

지난 2004년 한국과 중국은 각 질병관리기관과 전염병 관리의 공동대처, 협력 강화를 위하여 '보건 및 의학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오늘날 같은 전염병이 창궐할 것을 대비하여 체결했던 양해각서는 양국의 전염병 예방 및 보건위생을 위해 매우 고무적 행동이었다.

이후 이에 따른 어떤 후속 활동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중국발 코로나19 전염병이 한국을 비롯하여 주변 지역에 속수무책으로 전파된 것을 보면, 양해각서에 근거한 두 기관 간 긴밀한 협력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20일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의 위로와 지원에 감사를 전하며, 한·중이 함께 곤경을 헤쳐 나가자(同舟共济)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지금 이 순간 서로의 격려와 위로의 말이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했듯, 향후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공동 대체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다. 2004년에 체결한 종이 한 장에 불과한 양해각서가 아니라,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를 대비하여 아주 세부적으로 양국의 공동 대응 메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지켜보았듯 양국 간 협력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전염병 전파자의 이동경로를 파악하여 전염병의 확산을 통제하고, 바이러스 발병 및 보건위생에 관한 국가 간 정보 교환, 전세기를 이용하여 감염국가로부터 자국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 필요한 출입국 수속, 영사협력, 세관 및 검역 등에서 매우 긴밀한 협력을 필요로 한다.

한중 양국 간 지역보건거버넌스를 구축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전염병에 대응함으로써 양국의 국민이 전염병의 지역전파에 대한 공포감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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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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