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추억이 담긴 미래한국당, 그 위험한 유혹

'김문수당', '이정현당', '홍문종당'...'자발적 위성정당' 난립이라는 변수

자유한국당이 '꼼수'라는 비난에도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급조한 가운데, 자유한국당 뜻대로 이 위성정당이 연동형 비례 의석으로 할당된 30석 중 얼마나 차지하게 될지 의문은 커지고 있다. 새로운 변수가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자발적 위성 정당' 난립 가능성이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26일 "문재인 주사파 독재를 끝내기 위해서는 자유대통합을 해야 한다"며 "자유한국당과 차별화되는 신당 창당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태극기부대' 등에 소구력이 있는 김 전 지사가 신당을 창당하면, 황교안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보수 대통합'에 새로운 변수가 생기게 된다.

이미 우리공화당은 홍문종 공동대표와 조원진 공동대표간 결별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이들이 '분당'을 선택할 경우 이른바 '홍문종당'과 '조원진당'이 새로 나타날 수 있다. 보수 세력 일각에선 '이언주당'으로 불리는 '미래를 향한 전진당 4.0'이 나타났고,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도 이른바 '이정현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지분 노리는 자발적 '짝퉁' 위성정당들, 못먹어도 '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우파가 대통합을 해야 하는 것이 시대 정신인데 한국당과 유승민당은 서로 자기들만 살기 위해 잔 계산하기 바쁘고 태극기 세력은 조원진당, 홍문종당, 김문수당으로 핵분열 하고 보수우파 시민단체는 20여개 이상 난립하고 있으니 좌파들만 살판이 났다"고 했다.

홍 전 대표는 "결국 총선은 각개 전투로 치르고 총선 후 ‘헤쳐 모여’로 재편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건가"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는 군소 보수정당들과 통합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신당 창당' 목적은 '당대 당 협상'을 통해 한국당에 흡수되지 않고, 통합 보수당의 공천 지분 등을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때문에 첫째, 한국당과 통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둘째, 협상이 실패하더라도 '보수 정당의 자발적 위성 정당'임을 강조해 정당 득표율을 최소 3% 이상으로 끌어올려 연동형 비례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등의 목적을 갖게 된다. 현재 비례대표 의석을 얻게 되는 최소 정당득표율을 3%다.

3% 달성 가능한 정당들이 늘거나, 3% 달성을 목표로 삼는 정당들이 늘면, 자연히 한국당의 '본진 위성정당'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연동형 방식 도입으로 유권자들이 어느 선거보다 사표에 대한 우려를 덜 하고, 이른바 소수정당에 대한 '전략 투표'에 적극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미래한국당엔 불안 요소다.

자유한국당의 '위성 정당'에 대한 여론이 안좋은 것도, 보수 표의 분열을 가속화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CBS-리얼미터가 조사한 데 따르면 비례정당 창당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1.6%(찬성 25.5%)로 나타났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 응답률은 5.1%)

물론 이는 '비례 민주당'을 만들거나, 만들지 않거나 더불어민주당에도 해당될 수 있다. '우리가 민주당과 함께 하는 정당'이라는 입소문을 선거법을 피해 유포시키는 '자발적 위성 정당'이 난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한국당은 '친박 겨냥' 맞춤형 작명?...친박연대 전신이 '미래한국당'

미래한국당이라는 당명을 두고도 묘한 뒷말이 나온다.

이언주 의원의 '미래를 향한 전진당'은 '미래'라는 단어를 자유한국당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공유한다. '미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즐겨 쓰던 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2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의 '독선'에 반발해 탈당한 후 만든 정당이 '한국미래연합'이었다. '미래한국당'과 어감이 비슷하다.

미래한국당은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따르는 친박계가 지난 2008년 이른바 '친이명박계'의 공천학살에 대항해 대거 입당했던 정당의 이름과 똑같다. 당시 친박계는 2007년 '참주인연합'으로 출발해 당명을 바꾼 미래한국당에 대거 입당하고 당명을 '친박연대로 다시 바꾼다. 미래한국당이 '친박연대'의 전신이었던 셈이다. 원래는 '미래친박연대'로 하려고 했으나, 당명은 친막연대로 최종 결정됐고, 이후 이 당은 '미래희망연합'으로 또 다시 당명을 바꾼다.

'미래한국당' 작명 뒤에는 이같은 '친박 정당'의 역사가 어른거린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을 따르는 이른바 '태극기세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미래한국당'이 친박 정당을 연상시키게 되면, 다른 '친박 군소 정당'들과 차별점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극우 세력'의 표가 갈라지고, 새보수당의 한국당 통합 참여가 막히게 되면, 자유한국당의 이념 스탠스는 '어정쩡한 정당'으로 남게 될 수도 있다. 대선은 '중도 싸움'이지만, 총선은 '지지층 결집'이 중요하다. 연동형 비례제 도입으로 '위성 정당'이라는 '꼼수'를 내세운 한국당 뜻대로 선거판은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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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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