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국내 네번째 확진...우한서 한국에 6400명 입국

일본은 '지정감염증' 지정 방침, 의협 "입국금지 조치 등 검토해야"

설연휴 중 우한 폐렴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27일 0시를 기준으로 전국 30개 성과 홍콩·마카오·대만에서 2744명의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는 8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796명, 사망자는 24명 늘어난 것으로, 사망자가 처음으로 한꺼번에 20명 이상 늘었다. 베이징에서는 9개월 영아가 우한 폐렴에 걸리고, 새로 감염된 환자 5명 중 4명이 30∼40대로 확인됐다.

국내에서도 우한 폐렴 네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이날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방문했다가 지난 20일 귀국한 55세 한국인 남성이 우한 폐렴 원인균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21일 감기 증세로 국내 의료기관을 방문했고, 25일 고열(38도)과 근육통이 발생해 의료기관을 재방문한 뒤 보건소에 신고돼 능동감시를 받았다. 26일 근육통이 악화해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폐렴 진단을 받고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됐다. 같은 날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분당 서울대병원)으로 격리돼 검사를 받았고, 다음날인 27일 검사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됐다.

세번째와 네번째 확진자 모두 한국인이면서 국내 입국 이후 능동감시 대상이 되기 전까지 수십 명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 '슈퍼 전파자'가 등장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세 번째 환자(54세 남성, 한국인)와 접촉한 사람을 총 74명으로 파악하고 모니터링에 나섰다.이 가운데 1명(호텔 종사자)은 관련 증상을 보여 격리하고 검사를 시행했으나 음성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접촉자 가운데 증상을 보인 사람은 없다. 이에 따라 가족과 동행자 14명은 자가격리했으며 나머지 접촉자는 능동감시하고 있다.

우한 폐렴이 미국에서 다섯번째 확진자가 나오고 유럽과 호주 등 전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슈퍼 전파자'에 의한 확산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전문가들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한 보건전문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이미 10만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26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공중위생 전문가인 닐 퍼거슨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교수는 "내가 아는 한 감염자는 현재 10만명에 이를 것"이라면서 실제 감염자 수는 중국 보건당국 등을 통해 알려진 2000여명을 크게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한 폐렴 원인균의 감염력이 사스보다는 약하지만 지난 2015년 한국을 강타한 메르스보다 강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중국 보건당국은 사스와 메르스처럼 잠복기에 감염력이 거의 없는 것과 달리 우한 폐렴은 무증상이나 경미한 증세의 보균자들에 의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에서도 증세가 나타나기 전 다른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사례가 보고됐다.

이에 따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을 법률에 의해 강제조치가 가능한 '지정감염증'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정감염증으로 지정되면 일본 내에서 감염이 확인된 환자에 대한 강제조치가 가능해진다.

구체적으로는 환자에게 감염증 대응이 가능한 의료기관에 입원하도록 권고하고, 따르지 않으면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다. 환자에게 일정 기간 일을 쉬도록 지시할 수도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우한 폐렴을 '감염증법'에 따른 지정감염증으로 28일 열리는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지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폐렴 진원지가 된 중국의 우한 시에 지난 23일부터 봉쇄령이 내려져 '죽음의 도시'가 되었지만, 1100만 명의 대도시 우한에서 이미 500만명이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나 통제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FP=연합

1100만명 우한 시, 봉쇄령 직전 500만명 빠져나가...한국에만 6400명 입국


중국 국무원은 우한 폐렴의 확산세가 커지자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이달 30일에서 다음 달 2일까지 연장한다고 이날 밝혔다. 또 전국 각 대학과 초중고, 유치원의 개학을 연기하도록 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교육 부문에서 별도로 통보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우한 시에 대해 봉쇄령이 내려지기 직전에 500만 명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나 이미 통제 가능한 시기를 놓친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저우셴왕(周先旺) 우한 시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춘제(春節·중국의 설)와 전염병 때문에 1100만 명의 우한시에서 500여만명이 우한을 떠났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제일재경망과 바이두(百度)는 27일 우한이 봉쇄되기 전인 지난 10∼22일 우한 지역 바이두 지도 앱 사용자의 동선을 분석해 발표했다. 바이두 지도 앱은 중국인의 절반에 육박하는 6억4400만 명이 사용해, 이 기간 대략적인 우한 거주자의 이동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분석에 따르면, 우한에서 출발한 사용자 중 60∼70%는 우한시 인근 후베이성의 다른 도시로 이동했으며, 나머지는 허난(河南), 후난(湖南), 안후이(安徽), 충칭(重慶), 장시(江西), 광둥(廣東),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지로 이동했다. 후베이성을 제외한 지역 중에는 충칭과 창사(長沙),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로 이동이 많았다.

이와 함께 제일재경망이 중국 항공서비스 앱 '항공반자'(港班管家)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한 탑승객의 목적지 상위 10개 도시는 모두 중국 주요 대도시이지만, 같은 기간 해외로 떠난 우한 탑승객은 태국이 2만558명으로 가장 많았고, 싱가포르 1만680명, 도쿄 9080명, 한국 6430명 순으로 조사됐다.

잠복기에서도 전파 가능성이 대두되자 대한의사협회는 중국에서 한국으로의 전면적인 입국 금지 조치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놨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세번째 확진 환자 발생에 따른 대한의사협회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의협은 담화문을 통해 "세번째 확진 환자의 발생은 우리 사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과 관련해 더 이상 수동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조치에 돌입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하였음을 의미한다"면서 “이제는 수동적인 대응이 아닌,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며, 과거 메르스 사태에 준하는 경각심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협은 "최초 발병국인 중국의 전국적인 사태의 추이를 면밀히 주의해 최악의 경우에는 중국으로부터의 전면적인 입국 금지 조치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위한 행정적 준비를 당부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준비해달라"면서 "최근 2~3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으로부터 입국한 입국자의 명단을 파악해 정부 차원에서 소재와 증상 발생 여부 등의 전수조사 및 추적, 관리를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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