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리고, 실수해라!"

[최재천의 책갈피] <틀려도 좋다>

애플사의 로고를 기억할 것이다. 흰 바탕에 검은 색깔의 베어 먹은 사과이다. 하지만 어느 쪽을 베었을까? 오른쪽일까? 왼쪽일까? 사과에 잎이 달렸을까?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조사를 해봤더니 로고를 정확하게 그린 사람은 85명 중 단 1명에 불과했다. 부제가 재밌다. '스마트한 뇌 사용설명서', 본제는 독일의 심리학자 헤닝 백의 <틀려도 좋다>(장혜영 옮김, RHK 펴냄)다.

인간의 망각에는 다 이유가 있다. "첫째는 그 정보들이 너무 비슷비슷해서 뇌의 정보 필터가 걸러내어 버리기 때문이고, 둘째는 너무 중요해서 일단 막무가내로 무의식에 넣어두었다가 나중에 유연하게 다른 정보와 결합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정보가 과도하게 쏟아지면 뇌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내용에 관심을 기울일 수 없게 된다. 때문에 그저 정보가 달라지는 방식(벨 소리, 진동, 화면 커서 등)밖에는 인식하지 못한다. 해결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오직 휴식! 뇌를 쉬게 하여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결정과 선택의 차이에 대한 설명 또한 흥미롭다. "우리 뇌는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결정을 잘 내릴 수 있다. 그리고 감정과 사실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그 결정에 가장 책임을 잘 질 수 있다. (중략) 하지만 때로 그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을 때가 있다.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훨씬 더 간단한 일, 즉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그때이다." 인간은 선택지가 많을 때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하는 약점을 갖는다. 전문용어로 '선택 과부하 Choice overload'다. 미국의 세제 업체 P&G는 2000년 초반 샴푸 종류를 26종에서 15종으로 줄였다. 그랬더니 10퍼센트의 매출 신장 효과가 나타났다. 비교의 부담을 덜어주자 매출이 오른 것이다. 그렇다면 주변과 사물을 단순화시키는 것 또한 스마트한 뇌 사용법이 된다.

책은 뇌와 관련된 인간의 실수를 나열한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실수하는 동물이 되고 만다. "어쨌든 모든 실수는 완벽과 무실책에 가치를 두지 않는 뇌의 특성 탓에 생긴다. 완벽을 지향하는 뇌는 적응력을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저지르는 작은 실수들은 뇌가 그런 오류를 항상 고려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실수가 없었다면 변화도 없었을 것이다. (중략) 실수만이 우리를 기계보다 우월한 존재로 만든다. 두려워하지 마라. 실수는 우리 편이다. 실수를 저질러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라. 틀리고 실수해라. 실수야말로 당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특기이니까 말이다."

▲ <틀려도 좋다>(헤닝 백 지음, 장혜영 옮김, RHK 펴냄).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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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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