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무역전쟁 피해자 "대두"
지난해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 500억 달러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의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중 간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이후 중국도 미국에 질세라 돼지고기 등 3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예고, 미국의 입장 변화가 없자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미국은 중국산 통신장비 등 500억 달러 규모 수입품에 관세 부과를 발표, 이어 중국이 미국산 대두와 자동차 등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미중 양국 대두 시장이 긴장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이후 양국은 몇 차례 협상을 시도하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서로 엎치락뒤치락 관세 부과 전쟁을 지속해오다 21개월 만인 올해 12월 1단계 무역협의안이 타결됐다.
중국의 연간 대두 소비량은 전 세계 대두 소비량의 30% 정도로, 1억 톤이 넘는다. 전체 소비량의 15%만이 자체 공급이며 약 8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세관에 의하면 미국은 중국의 최대 대두 수입국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2017년 중국은 9550만 톤을 수입하였고 이 중 50%를 초과하는 5093만 톤을 미국에서 수입했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2018년 중국은 전년도보다 7.9% 하락한 8803만 톤의 대두를 수입했다. 국가양유정보중심(国家粮油信息中心)이 발표한 데이터에 의하면, 2019년 중국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로부터 수입량을 늘려 8900만 톤으로 2018년보다 증가하긴 했으나 2017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양으로, 양국 대두 시장이 모두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이다.
대두 경작 5000년 중국, 어쩌다 수입 대국이 되었나?
중국은 농업 대국으로 대두의 생산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더욱이 중국의 대두 경작은 5000년에 달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이러한 중국이 어쩌다 대두 수입 대국이 되었을까?
1995년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대두의 순 수출국이었다. 하지만 이후 대두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수입량이 꾸준히 확대되었고 대외 의존도가 85% 정도에 이르게 되었다.
중국의 대두 소비량이 증가하게 된 주된 이유는 중국인의 식습관 변화다. 개혁개방 초기만 해도 중국인의 식사 중 곡물:야채:육류의 비중이 8:1:1이었는데 개혁개방으로 인한 경제성장 및 중국 정부의 동물성 단백질 및 동물성 지방 섭취 장려 등의 요인으로 중국인의 육류 섭취가 증가하면서 그 비율이 4:3:3으로 바뀌었다.
대두로 기름을 짜게 되면 콩기름이 되고,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를 깻묵이라고 하는데 이는 돼지, 닭 등 가축의 사료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1톤 대두로 0.18톤의 기름을 만들고, 0.8톤의 깻묵을 생산한다.
우리가 알다시피 중국 음식은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데 외식 문화가 비교적 발달한 중국에서 3차 산업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기름의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다. 대두는 기름 생산과 가축 사육을 위해 가장 저렴하게 이용되는 산물로, 중국의 기름과 육류의 안정적이고 저렴한 공급을 위해 수입량이 대폭 증가하게 된 것이다.
중국 대두 수입의존도 감소 및 자체 공급 확대 실시
중국에는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이용한 요리가 많다. 그만큼 많은 중국인들이 돼지고기를 좋아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돼지고기 가격이 중국의 생활물가를 측정하는 바로미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돼지고기 가격 안정화를 매우 중요시한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가 돼지고기 가격 안정화에 필수 요소인 "대두"를 미중 간 무역분쟁의 도구로 썼다는 것은 엄청난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고, 어느 정도 타격도 예상하여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도 여러 각도로 고심했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대두의 안정적인 공급과 수입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19년 △2020년까지 대두 경작지 약 930만 헥타르로 확대, △약 0.07헥타르당 평균 135kg 생산 등을 골자로 한 "대두 진흥계획 실시방안(大豆振兴计划的实施方案, 이하 방안)"을 제정했고 현재 진행 중이다. 2018년 전국 대두 경작지는 약 841만 헥타르였으나 방안 실시로 경작지가 증가하면서 2019년 자체적으로 4.7% 증가한 1680만 톤을 생산했다. 하지만 국내 생산량의 5배 정도를 수입하였다.
현실적으로 자체 공급 확대 실시 어려워
물론 단기간 내에 자체 공급을 확대하고 수입의존도를 낮출 수는 없다. 이는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자체공급을 확대하고 수입의존도를 낮출 수는 있으나 이는 미미한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땅이 넓기는 하나 인구도 많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현재 약 1억 3000만 헥타르 정도의 경작지가 있다. 하지만 1인당 경작지가 0.1헥타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세계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과거 기아 사태를 경험한 중국이기에 핵심 양식인 밀과 쌀의 생산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다. 2018년 밀과 쌀의 순 수입량은 100~200만 톤에 불과했다. 극단적인 계산이기는 하나, 만약 대두를 최대로 수입한 2017년의 수입량을 중국에서 직접 경작하고자 한다면 약 5100만 헥타르의 땅이 필요하다. 대두 경작을 위해 전국 경작지의 약 40%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더욱이 중국 내에서 단위 면적당 생산 가치가 가장 낮은 농작물이 대두라고 한다. 대두의 생산 가치는 농업 총생산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분의 1 정도로 4분의 1인 다른 곡물과 비교하여 비교적 낮다. 중국 정부가 정책적 측면에서 대두 생산을 지원하고 있는데 토지면적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만약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농작을 하지 않을 것이므로 자체 공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특정한 국가에 대한 지나친 수입 또는 수출 의존도를 보이는 것은 분명한 문제다. 중국은 이번 미국과 무역전쟁을 통해 이를 느꼈을 것이고, 한국은 중국을 통해 이를 체감했다. 따라서 수출과 수입국 다변화를 이뤄야 한다. 그래야만 자국 내 정치를 위해 국제 경제 또는 상대국의 경제를 볼모로 삼는 행태들이 사라질 것이다.
완전한 협의를 위해 아직 갈 길이 멀긴 하나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경제 및 세계 경제 안정화를 위해 경제 대국인 미중 간 무역전쟁이 신속히 종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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