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코크 형제는 어떻게 미국을 주물렀나

[최재천의 책갈피] <벼랑 끝에 선 민주주의>

오래전 미 연방대법관 루이스 브랜다이스(1856~1941)는 "우리는 선택을 내려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가질 수도 있고 소수의 손에 부가 집중되는 체제를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둘 다 가질 수는 없다."

'미국 극우의 설계자' 제임스 뷰캐넌과 억만장자 찰스 코크·데이비드 코크 형제와 같은 '자유지상주의자'들의 핵심 주장은 정부는 개인에게 "강압"을 행사할 권리가 없으며, 정부의 권한은 기본적인 법치와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의 견해에서 볼 때 정부는 강압의 영역이고 시장은 자유의 영역, 즉 자유로운 선택에 기반을 둔 상호 호혜적인 교환의 영역에 해당한다.

당연하게도 이들은 노년층을 위한 메디케어, 빈곤층을 위한 메디케이드를 반대해왔고, 가장 최근에는 오바마 케어에 반대했다. 이들의 주장은 이런 식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의회 상원의원이었다가 코크 형제의 지원으로 2014년에 연방 상원의원이 된 톰 틸리스는 음식점들이, 화장실을 다녀온 종업원들이 손을 씻게 의무화하는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선택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음식점이 '우리는 종업원들에게 화장실 다녀온 뒤 손을 씻으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라고 표지만 붙여놓는다면 나머지는 시장이 알아서 할 것"이라는 논리다.

역시나 이들에 따르면 정부가 문제를 고치려 드는 것은 되레 일을 악화할 것이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도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최선"이다. 교도소도 국가의 할 일이 아니다. 당연히 기업에 넘겨야 한다. "이제 우리는 민영 교도소가 더 빠르게 지어질 수 있고 더 낮은 비용으로 운영될 수 있으며 질적인 면에서도 정부가 운영하는 것에 못지않은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같은 자유지상주의자 경제학 교수인 타일러 코언은 심지어 이렇게까지 말한 적이 있다. "미국의 정치 제도에서 견제와 균형이 약화 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높아질 것이다."

듀크 대학교 역사학 교수 낸시 매클린의 <벼랑 끝에 선 민주주의>는 역사학자의 시각에서 코크 형제와 뷰캐넌이란 '자유지상주의자'들이 연합하여 각각 부와 이론을 무기로 어떻게 미국의 민주주의에 족쇄를 채우고 일부 가진 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미국의 법과 의회를 바꾸려 했는지를 기록했다. "안전하게 가려고 하는 것은 천천히 자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결단이 필요하다.

▲ <벼랑 끝에 선 민주주의>(낸시 매클린 지음, 김승진 옮김)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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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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