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재해 기업 처벌법, 언제까지 손 놓을건가

[김용균의 죽음 1주기] '위험의 외주화' 방지는 어떻게 됐나

한국에서는 매년 산업재해로 2500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하청,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에게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집중되고 있다. 현 정부 들어서 이들 사망사고에 관심을 두고 제도와 법 개정에 신경을 쓰는 듯 했으나, 이내 후퇴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프레시안>에서는 현 정부의 산업재해 정책 관련해서 전문가들의 기고를 싣는다. 편집자

2017년 4월 13일 민주노총과 반올림, 세월호 가족, 가습기 피해자등 피해자 단체와 생명안전시민넷등 시민사회단체는 세월호 광장에서 '대선후보 생명안전 서약식'을 진행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안전 때문에 눈물 짓는 국민이 단 한 명도 없게 만들겠습니다"라고 직접 서명했다. 그리고, 연이어 열린 대선캠프 초청 토론회 등을 거쳐‘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제·개정,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비롯한 생명안전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이후 2017년 7월 50회 산업안전보건의 날에는 "그 어떤 것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며 생명안전에 대한 책임을 외주화하는 일을 절대로 없게 하겠다는 등 4대 입장을 발표했다. 같은 해 8월에는 범 부처 합동으로 '중대산업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하고, 2018년 1월에는 '국민생명안전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통해 사고성 산재사망 절반감소 대책을 포함하여 교통사고, 자살 등 3대 분야에 대한 집중 대책을 발표했다. 이후에도 환경부의 환경미화원 안전대책, 2019년 공공기관 안전관리 대책 등 각종 안전대책이 쏟아졌다. 절반을 넘긴 문재인 정부. 공약과 대책은 실종되고 있을 뿐 아니라, 생명안전제도의 개악과 후퇴가 급속하게 추진되고 있다.

▲ 고 김용균 씨. ⓒ발전비정규연대회의

첫째, 실종된 위험의 외주화 금지

대선 공약에는 산업현장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제․개정을 명시하고 '상시 유해위험작업의 사내 하도급을 전면금지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도급금지의 범위를 22개 사업장으로 극단적으로 축소해서 입법예고를 했고, 국회를 통과했다. 더욱이 도급금지 대상이 되어도 '일시 간헐적 작업, 전문기술이고 사업운영에 필수 불가결한 경우'에 대해서는 도급을 허용했다. 국회 핑계를 대던 정부는 하도급을 하려면 노동부 승인을 받도록 하는 도급승인’조차도 4개의 화학물질 설비 해체작업으로만 한정했을 뿐 아니라, 이 또한 기업이 잔류물질 제거증빙을 하면 적용제외 하도록 했다.

건설기계의 원청 책임강화 대상에는 덤프, 굴삭기 등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비는 적용이 제외되었다. 앞에서는 외주화를 금지한다고 생색을 냈지만, 뒤에서는 사실상 자본이 빠져나갈 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이다. 더구나 노동부가 직접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던 조선업 하청 산재, 국무총리실 훈령으로 구성된 김용균 특조위, 구의역 진상조사위 등에서 사고의 원인으로 위험의 외주화를 지목하고 직접고용, 다단계 하도급 금지를 권고했지만 아무런 이행이 없을 뿐 아니라, 외주화 금지 법안 반영의 요구도 철저히 묵살되고 있다.

원전 안전관리 업무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공공기관의 생명안전업무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지만 철도, 지하철, 발전소, 원전... 곳곳에서 노동조합이 파업을 불사하고 투쟁을 전개해도 공전되고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하청 비정규 노동자 죽음의 행진은 어제도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둘째, 법 위반 산재사망 사업주 처벌도 도루묵.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거론조차 없어

대선 공약에는 ‘중대재해와 산재다발 사업장 민형사상 책임강화’‘근로자 사망사고 등 중대사고 발생 시 기업 및 공공기관의 책임을 과실치사로 묻는 중대사고 기업처벌법 제정’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산안법 위반으로 인한 산재사망 사업주 형사 처벌에 하한형 도입의 경우 국회에 이송되기 전 국무회의 단계에서 이미 삭제가 되었다.

중대사고 기업처벌법은 노회찬 의원의 입법발의 외에는 정부의 입법 추진도 없고, 여당의 입법발의도 없다. 태안화력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산재사망 발생 시 공기업 임원에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10개월 동안 공기업의 수많은 산재사망에도 책임자가 처벌된 사례도 없고, 거론조차 안 되고 있다. 공공기관 안전관리 대책은 오히려 노동자 통제강화로만 강력하게 작동되고 있다. 공기업의 하청 노동자에게까지 안전수칙 서약을 강요하면서 위반 시 벌금, 징계, 퇴출에 동의 서명까지 받고 있다.

발전소 현장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그 작업에 투입되지도 않았고, 안전수칙 위반도 없었던 노동자들까지 통째로 해고와 퇴출을 당하고 있다. 게다가 공약에서는 산재발생 신고의무 위반 사용주 형벌부과와 산재은폐 사업장 공모자 일벌백계도 명시되어 있지만, 산재신고의무 위반 형사처벌은 전혀 추진되지 않았고, 산재은폐 사업장 형사처벌은 법 도입이후 단 2건의 실적만 있을 뿐이다.

셋째, 과로사 조장하는 탄력근로제 확대, 화학물질 규제완화 정부가 직접 나서고 있다

매년 370명의 노동자가 죽도록 일하다가 과로사로 죽어 나가고 있다. 저녁과 주말 있는 삶을 운운하며 공약한 포괄임금제 폐지, 출퇴근시간 기록 의무제, 퇴근 후 카톡 업무지시 금지, 최소 휴식시간 11시간제는 실종되었다. 오히려 탄력근로제 확대를 주문하고, 이제는 특별 연장근로 확대를 정부가 나서서 시행규칙 개정이라도 하겠다고 공표하고 있다. 공약에 있던 유해물질 알권리 보장 특별법과 ‘물질안전보건자료 공개 심의위원회’ 심의는 없어졌다. 오히려 산재 노동자의 직업병 인정을 위한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통한 유해물질 정보공개 요청도 삼성을 비롯한 자본에 휘둘려 국가기밀로 지정해서 아예 정보공개를 못 하도록 했다. 더욱이 일본 수출규제를 빌미로 경제 5단체가 화학물질 관리를 통째로 위협하는 개악요구를 수용해서 하위법령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사고조사, 작업중지에 대한 후퇴와 개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0회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전면 작업중지 원칙, 작업중지 해제에 원하청 노동자의 동의, 국민이 참여하는 사고조사'를 발표했다. 그러나, 개정 산안법에서 전면 작업중지는 무력화되었고, 노동자 동의에는 노조참여를 배제했으며, 발표 이후 구성된 4개의 국민 참여 사고조사위원회의 보고서와 권고는 휴지조각이 되었고, 사고조사 결과 공개와 국민 참여 사고조사위원회 제도화는 전혀 추진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에 사고성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모든 정책과 사업을 오로지 사고성 재해 감축에 매달려 왔다. 임기 내 절반 감축을 위해서 노동부 장관은 매년 100명의 사망사고 감축을 발표했다. 그러나, 2018년 산재사망은 오히려 증가했고, 목표 달성은 요원하기만 하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는 모든 부처에 ‘규제개혁 심의위원회’를 추가로 설치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추진되었던 규제일몰제 등 규제완화에 한 걸음 더 나가서 '이미 있는 규제에 대해 정부가 규제의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규제를 폐기'하는 기구를 모든 부처에 설치한 것이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 관련 규제를 그 심의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김용균 노동자의 참혹한 죽음의 1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사고로, 직업병으로 과로사로 동료와 가족을 잃은 노동자와 유족들의 "적어도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는 않아야 한다"는 최소한의 요구는 무참히 부서지고 있다.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김용균 분향소를 설치했다. 조선, 철강, 건설노동자를 비롯해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를 요구하는 노동자, 시민들의 촛불이 다시 켜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생명안전제도 개악을 즉각 중단하고, 위험의 외주화 금지,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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