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넘은 생존자의 분노 "일본, 당당하면 재판 나와라"

3년 만에 재판 열린 '위안부' 피해자의 일본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일본군 '위안부' 생존 피해자들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권리투쟁'이 시작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13일 첫 변론기일을 맞았다. 소 제기 3년여 만의 일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정의기억연대는 해당 소송의 첫 변론을 앞두고 서울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진행 경과와 법적 쟁점을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생존 피해자인 길원옥, 이옥선, 이용수 할머니도 참석했다.

이상희 민변 일본군'위안부'문제대응TF 변호사는 소송의 진행 동기에 대해 "2015년 12월 28일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고 선언하며 위안부 문제를 합의했다"며 "한국 정부가 더 이상 위안부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피해자들이 직접 일본에 책임을 묻기 위해 2016년 12월 28일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이 3년만에 열리게 된 이유를 두고 "그간 일본 정부에 (소송 관련 서류를) 송달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한 번은 '소장의 한글 원본과 일본 번역본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또 한 번은 '주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일본 정부가 소장을 반송했다"며 "결국 법원이 공시송달을 진행해 재판이 열리게 됐다"고 전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소송 상대방이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 등에 법원의 송달 서류 보관 사실과 그 사유를 게재한 뒤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다.

류광옥 민변 일본군'위안부'문제대응TF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목적을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충분히 드러내고 이 과정을 통해 일본의 불법행위를 증명하려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위안부와 관련한 역사적 사실은 상당히 밝혀져 있고, 연구도 상당히 진척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을 의견서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류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법적 쟁점 중 하나인 주권면제의 적용에 대해 "변호인단은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주권면제 이론이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이에 관해 국제인권법 학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있는 만큼 국내뿐 아니라 해외 전문가를 증인으로 모실 것"이라고 말했다.

주권면제는 한 주권국가에 대해 다른 나라가 자국의 국내법을 적용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칙이다.

류 변호사는 또 다른 법적 쟁점인 1969년 청구권 협정 및 2015년 한일합의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의 관계에 대해 "청구권 협정과 한일합의는 할머니들의 청구권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라며 "이 부분은 판례가 상당히 누적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청구권을 막는 것은 헌법 가치에 반하기 때문에 한국 법원이 피해자 인권에 다가가는 판결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민변과 정의기억연대, '위안부' 생존 피해자가 일본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소송 원고 20명 중 생존 피해자는 5명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생존 피해자는 모두 아흔이 넘은 고령이었다. 생존 피해자 중 한 명인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은 당당하면 재판에 나오라"며 "일본은 세계가 다 아는 위안부 문재를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일을 방해하지 말고 협조하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의 원고는 2016년 소 제기 당시 생존 피해자 11명과 사망 피해자 6명의 유족 10명 등 21명이었다. 이 중 한 명이 2017년 소를 취하하며 원고는 20명이 되었다. 20명의 원고 중 현재 생존 피해자는 5명이다.

민변은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의 최초 공개증언 이후 용기를 내어 피해자임을 밝히고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기 시작한지도 어느덧 한 세대가 흘렀으나 일본 정부의 철저한 책임 회피로 피해자의 고통은 가중되어가고 있다"며 "연령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들이 한국 사법부에 요청할 수 있는 마지막 권리투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소송에 대해 부디 한국 사법부가 피해자의 존엄과 회복을 위해 정의로운 판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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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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