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비상행동 "한국 정부 준비는 '낙제점'"

환경단체 "정부 위기 인지하는지조차 의심...진실 직면해야"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끝났다.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각국 정상과 회의에 참가한 비정부 대표를 향해 지구온난화 한계선 1.5°C를 지키기 위한 구체적 대응 방안을 주문했다.

각국이 내놓은 답안은 '정답'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국내 환경단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낸 대안이 매우 미흡하다며 더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후행동 정상회의 결과는 '실망'

이번 정상회의에서 한국 주요 언론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이번 정상회의에서 더 중요한 의제는 기후위기 대응방안 마련이었다. 지난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현 추세대로 각국이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고 배출할 경우, 오는 2040년 경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평균 기온이 1.5°C 상승할 것이며, 이 경우 인간의 노력으로 다시는 지구 환경을 통제하지 못하리라는 예측 결과가 도출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망조차 낙관적이라는 평가가 일부 과학계에서 제기됐다. 지구가 스스로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여러 변수를 제외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일각에서 1.5°C 기온 상승 시기를 2030년경으로 잡고, 남은 시간이 불과 10년이라는 경고가 나온 배경이다. 1.5°C 선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기후행동을 종전의 3배에서 5배까지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기후행동 정상회의는 IPCC 보고서를 바탕으로 각국이 구체적으로 1.5°C 상승 한계를 지키기 위해 어떤 대안을 가져왔는가를 살펴보고, 대안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나온 대략의 행동 방안은 다음과 같다. 우선 뉴질랜드와 노르웨이, 칠레, 콜롬비아, 피지, 덴마크, 코스타리카는 기존 목표를 상향 조정해 오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탄소 중립이란 이산화탄소 배출 수준과 흡수 수준을 똑같이 맞춰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아울러 자산 소유자 연맹(Asset Owners Alliance)에 속한 일부 금융기관이 오는 2050년까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37기가 톤에서 3기가 톤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국적 식음료 기업 다논(Danone)은 ‘생물다양성을 위한 하나뿐인 지구 비즈니스 연합(One Planet Business for Biodiversity Coalition)’을 발족해 재생식 농업으로 사업을 전환키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은 기대보다 매우 실망스러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마누엘 풀가르-비달 WWF 글로벌 기후·에너지 총괄리더는 "선례가 될 수 있는 공약"이 나왔다면서도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와 기관의 행동 없이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한국 정부 문제 심각서 인지하는지조차 의심"

특히 한국 환경단체들은 문 대통령이 제시한 한국의 기후대응 방안 수준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혹평했다.

문 대통령은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에서 녹색기후기금(GCF) 공여액을 종전의 두 배로 늘리고, '세계 푸른 하늘의 날' 지정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파리협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지난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 목표를 2℃로 잡아, 이미 새 기후 안정 목표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내년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P4G는 덴마크가 주도한 민관 연대다.

지난 21일 전국 각지에서 행진 행동을 연 기후위기비상행동은 논평을 내 "지금 대통령과 청와대 보좌진들이 기후위기 현실과 국제 사회 흐름, 청소년을 비롯한 세계 시민 사회의 절박한 요구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매우 의문스럽다"며 "문 대통령이 석탄화력발전소 감축을 언급했으나, 정작 한국이 추가 건설 중인 대규모 신규 석탄발전소는 말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의 45%를 감축해야 하지만, 한국의 2030년 계획은 (감축량) 18.5%에 불과하다"며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조차 불확실한 것이 한국 기후 정책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세계 푸른 하늘의 날' 제정 목표 또한 기후위기 본질과 동떨어졌다고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적했다. 비상행동은 "불타는 지구와 멸종의 위기를 경고하고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을 호소하는 마당에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와 관련한) '세계 푸른 하늘의 날' 제정을 제안했다"며 "이 자리에서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대책을 발표한 건, 마치 기말 시험에 가서 중간 시험 답안을 써낸 것과 같다"고 촌평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전 세계 시민이 불타는 지구에 비상행동을 각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하루빨리 기후위기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기후위기 문제를 알리기 위해 청소년들은 오는 27일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 예정이다. 청소년들은 기후위기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날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도 그레타 툰베리가 연설자로 나서 각국 정상에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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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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