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18일 노조 설립 신고...신고증 교부될까

설계사 노조 "정부가 '특고 노동자 노동권 인정' 공약 이행해야"

대구의 한 보험사 대리점에서 일한 설계사 A씨는 얼마 전 강제 해촉됐다. 계약 기간 중계 수수료가 연체되거나 미지급되더라도 다른 보험사로 이직할 때 이를 상환 받는다는 계약 내용이 이행되지 않았는데, 이를 따지다 일어났다. 당시 A씨가 일하던 회사의 소속 본부가 변경되면서 해당 계약 발동 조건이 갖춰졌으나, 회사는 A씨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

국내 이름난 생명보험사로 팀원 10여 명을 데리고 이직한 보험설계사 B씨도 강제 해촉 당했다. 이 회사는 고객이 든 보험 상품이 유지되지 않으면, 설계사가 받은 수수료 일부를 도로 토해내게 했다.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한 정규직 노동자가 다른 회사로 이직 시, 그가 받은 월급 일부를 토해내라는 것과 같다. B씨가 이 규정이 문제가 있다며 회사에 따졌으나, 회사는 도리어 근거 없는 여러 이유를 들어 B씨를 강제 해촉했다.

18일 오전 보험설계사들이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 설립을 신고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선 피해 사례들은 기자회견장에서 소개됐다.

이들은 설립 신고에 앞서 "지난 수십 년 동안 보험회사의 일방적 수수료 규정 변경, 관리자의 갑질 행위, 부당해촉, 해촉 이후 보험판매 잔여수수료 미지급 등 온갖 부당행위가 이뤄졌으나 보험설계사 법적 보호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보험회사는 당장의 영업실적을 위해 허위, 과장 광고 교육을 설계사에게 하면서 정작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을 설계사에게 떠넘"겨 보험설계사가 이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보험회사는 설계사를 자영업자라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 보험회사의 관리 감독 하에 있는 보험설계사는 특수고용 노동자(이하 특고 노동자)"라며 "보험회사가 보험판매 수수료를 비롯한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보험회사와 설계사 사이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 전속적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보험설계사는 지난 2000년 처음으로 노조(전국보험모집인노조) 설립을 신고했으나, 당시 정부는 보험설계사가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이번 노조 설립 신고는 19년 만의 재도전이다.

오세중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 위원장은 노조 설립 신고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특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노동3권도 보장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여태 지키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하루빨리 공약을 이행해 모든 특고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여전히 열악한 업무 환경과 관리자의 갑질로 인해 힘들게 노동하는 특고 노동자 250만 명이 있다"며 "엄연한 노동 현장에서 '사용자'로 분류돼 각종 불이익을 당하는 특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도 인정하지 않는 정부가 지금이라도 태도를 고쳐야 한다"고 일침했다.

지난 2017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가 특고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도록 법을 제·개정할 것을 권고하고, 같은 해 고용노동부도 인권위 권고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특고 노동자의 노동권은 제대로 보호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 11월 택배기사 노조(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의 설립 신고증을 교부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이 학습지교사 노동조합도 노조로 인정했으며, 지난 6월에는 자동차판매 영업사원의 노동조합(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도 합법 노조로 인정했으나 보험설계사와 대리운전노동자, 방과후 강사 등의 특고 노동자는 여전히 법의 보호 대상 바깥에 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원장(변호사)은 "'노조 설립을 신고한다'는 사실을 기자회견으로 알리는 건 난센스고, 이 기자회견에 이처럼 많은 취재진이 몰리는 것도 난센스"라며 "아무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야 하는 일이 이처럼 주목받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개탄했다.

신 원장은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 중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극소수(약 30개국)에 불과하다"며 "한국이 1인당 소득 기준으로는 세계 상위 10대 국가에 올랐지만, 국제노동기준을 이행하는 순위로는 꼴찌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 보험설계사노조가 18일 서울고용노동청에 보험설계사노조 설립을 신고했다. ⓒ프레시안(이대희)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대희

독자 여러분의 제보는 소중합니다. eday@pressian.com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