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비교과 3요소 즉시 폐지해야"

대입 불공정성 사태 관련..."문재인 정부 공약만 이행했어도..."

'출신학교 차별 금지법'을 제정해 취업 시 학벌 차별 문제를 법으로 금지하고, 학생부 종합 전형(학종)의 비교과 3요소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기적으로는 학벌 구조를 해체해야 공정한 교육 체제가 마련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논란의 후속 대처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4일 내놓은 방안이다.

이날 사걱세는 서울 용산구 사걱세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사걱세는 우선 단기 대책으로 학종 비교과 3요소(수상경력, 자율동아리, 자기소개서)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걱세는 "현재 대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시 학종 전형 요소 가운데 공정성 훼손의 주요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며 이들 3요소를 학종 평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전했다.

사걱세는 이와 관련, 지난 2016년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교육부 장관)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 해 9월 실시한 '대입전형인식실태 조사결과' 조사에서 학생의 86.7%, 학부모의 85.3%, 교사의 92.5%가 비교과 활동을 학종의 가장 고통스러운 요소로 꼽았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입시제도 개선을 위한 추가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이대희)

비교과 활동 평가 대상서 제외해야

사걱세는 "현행 학종의 비교과 활동 중 학생이 준비하기 어려워 부모와 학원 등의 개입이 쉬운 부분이 (비)교과 교내대회, 소논문, 각종 인증시험"이라고 지적했다.

사걱세는 "교내대회를 열어 특기와 소질을 보인 학생의 수상 경력을 기록하는 학생부 항목은 교육적으로 온당한 것 같지만, 이것이 대입에 반영되면 심각한 왜곡이 벌어진다"며 '수상경력이 학생부 비교과 항목 중 사교육 유발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2017년 교육부의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 방안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사걱세는 "수상경력을 학생부에 기재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교내대회 수가 너무 많아 정규 교육과정과 교내대회의 주객이 전도됐고, 상위 20% 수상자만 학생부에 기록되는 문제, 소위 '몰아주기'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고도 강조했다.

사걱세가 전국 9개 지역 91개교 교내대회 운영상황을 2016년 조사한 결과, 서울 강남구 일반고의 교내대회 개최수는 연간 21.8개인 반면, 전북 임실군의 일반고는 2.5개에 불과했다. 사걱세는 "전국의 학교별로 양과 질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수상경력'의 대입 반영은 국민으로부터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는 항목"이라고 전했다.

사걱세는 자율동아리와 자기소개서 항목도 대입 전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걱세는 "특히 학생부에 소논문 반영이 금지된 현재에도 사교육기업은 학종 컨설팅 상품을 판매하면서 자율동아리를 통해 소논문 활동을 대입에서 우회적으로 강조할 수 있다고 호도한다"며 "이런 부작용을 막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율동아리도 대입에서 반영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 현직 교사는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되지 않은 자율동아리는 사실상 교사가 활동 내역을 감독하지 못하지만, 생활기록부에는 활동 내역을 기록해야 한다"며 "생기부에는 단 한 줄만 들어가지만, 이 기록을 근거로 학생은 자기소개서에 자율동아리 활동 내역을 화려하게 포장할 수 있다. 자율동아리가 자기소개서와 결합해 입시 활동을 위한 활동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특목고 입시를 위해 중학교에서도 자율동아리가 같은 방법으로 악용된다"고 말했다.

사걱세는 자기소개서 역시 부모와 학원의 개입이 가장 쉬운 분야라며 대입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 대형 사교육기업은 학생 자기소개서를 사실상 대신 써주는 식의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걱세는 "부모와 학원 등 학생 이외의 사람의 자기소개서 대필 및 허위 작성에 대한 완벽한 검증이 불가능하다"며 "이런 이유로 교육부도 지난해 대입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 안에서 자기소개서 폐지를 제안한 바 있다"고 첨언했다.

이와 관련,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로부터 받은 자기소개서 유사도 검사 결과를 보면, 해당 검사에서 자기소개서가 표절임이 확인돼 불합격 처리된 지원자 수가 지난해의 경우 1406명에 달했다.

사걱세는 "표절로 인한 불합격자 수는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불합격자가 매해 1000명 이상 나오는 상황이라면 학종의 공정성 담보 차원에서 자기소개서를 폐지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걱세는 대입 공정성을 키울 다른 방안으로 현 특목고 자기주도학습 전형에 도입된 공공사정관제를 대학에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대학 입학전형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관리하는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공공사정관제란 학생 산발 과정에 국가가 파견한 공공 입학사정관 참여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사걱세는 "학종 불신에는 학생부 기록 불신 못지않게 대학의 평가에 대한 불신도 상당하다"며 "공정성을 담보하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공정한 대입전형 운영을 위한 공공성 관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걱세는 또 공공사정관제 운영을 위해 교육부 산하에 ‘대학 입시 공정 관리 위원회’를 설치할 것도 제안했다. 매년 대학의 학생 선발 내역을 평가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이의신청 창구 기능을 담당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입시 의혹 논란은 한국 사회의 불공정성을 다시금 드러냈다. ⓒ프레시안(최형락)

학벌 차별 불법으로 제도화해야

사걱세는 다른 단기 대책으로 '출신학교 차별 금지법'을 제정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현재 공공기관에 적용하는 블라인드 채용 정책을 민간 시장에도 확대 적용하자는 취지다.

앞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17년 하반기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5.7%는 블라인드 채용 정책을 민간 기업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걱세는 "교육 분야에 공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는 경제 영역의 불공정, 즉 출신학교에 따라 채용 시장에서 작동하는 차별이 노동에 따른 임금 격차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며 "출신학교에 의해 채용 시장에서 차별받지 않게끔 법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법안은 이미 국회에 발의돼 있다. 지난 7월 23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용상 출신학교 차별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 환노위에 발의했다. 심상정, 오영훈, 김부겸, 나경원, 강길부 의원 등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사걱세는 보다 근본적인 장기 대책으로는 특목고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고,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내세운 대학서열 해소 공약을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즉, 문재인 정부가 당초 공약만 예정대로 이행해도 학벌 서열화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현 정부가 그간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으로도 읽힌다.

사걱세는 "특목고와 자사고 등 소위 명문대 진학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과정으로 인식되는 특권 고교가 있기 때문에 중학생은 물론이고 초등학생도 고입 경쟁에 뛰어든 지 오래"라며 "문재인 정부는 외고, 국제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나, 정책 추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자사고 재지정평가에서 일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던 각급 교육청의 결정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자기 자녀를 입시에 유리한 학교로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경쟁심이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모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해야만 실행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사걱세는 또 "현재와 같은 대학의 완고한 서열체제가 변하지 않는 한, 바늘 끝보다 더 촘촘한 변별력에 대한 요구, 공정한 입시제도에 대한 요구는 끝없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공약단계에서 논의한 국립대학 통합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 정책은 물론, 대학입학보장제와 같은 대학 서열화 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걱세는 "한국 교육은 가장 낙후하고 후진적인 영역으로 방치돼 왔다"며 "수능 시험이 끝나면 원하는 점수가 안 나왔다고 어린 18세 학생이 삶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쏟아져도 이제는 무감각하게 들리는 나라"가 돼 버렸다고 개탄했다.

사걱세는 "교육을 방치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며 "(조국 딸 입시 의혹 사태는) 교육 개혁을 방치한 문재인 정부를 향한 청년과 국민의 분노가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걱세는 "즉시 국민을 대상으로 학종 비교과 3대 독소 요소 폐지 서명운동을 시작할 것"이라며 "대입과 채용 시장에서 차별 없는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대책을 세우고, 동시에 국가교육과 학교 수업이 전 세계가 집중하는 미래역량을 위한 교육 혁신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대희

독자 여러분의 제보는 소중합니다. eday@pressian.com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