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 '매매혼' 이제 없어져야 한다"

[결혼이주여성 잔혹사] ④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인터뷰

최근 베트남 결혼 이주 여성이 한국인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 당하는 동영상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두살 배기 아이가 보는 앞에서 부인에게 폭력을 휘두른 남편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한 해명은 "때릴만 해서 때렸다"는 것이었다. 한국인 남편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제기됐고,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나섰다.

하지만 한국인 남편의 전 부인이 피해 여성에 대해 '상간녀'라고 주장하면서 이 여성의 도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자 여론이 요동쳤다. 관련 청와대 청원(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베트남여성 폭행사건의 베트남여성의 한국국적을 주지 말아주세요")에 2만 명 이상이 동의를 했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이번 베트남 여성 폭행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우리 사회가 결혼이주여성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 결혼 중개업소를 통한 국제결혼은 한국 남성의 필요, 한국의 가부장적인 가족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생겨났다는 점에서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국제결혼이 짧은 기간 안에 속성 결혼이 일어나는 이유는 한국의 장시간 노동 때문이다. 평균 노동자가 연차 휴가를 쓰는 기간의 한계가 보통 일주일 정도다. 비용적인 한계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국제결혼 구조를 보면 한국 사회의 모순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방식의 중개업을 통해서 이윤이 발생하도록 만든 것이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상업적 방식의 중개업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김포시의회 전 의장이 골프채로 아내를 때려 죽인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처럼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여성들이 경험하는 '폭력'은 이주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때문에 허오 대표는 피해자가 이주 여성일 경우, 이 여성들을 불쌍한 존재로 일반화시키면서 시혜의식, 선민의식을 보이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태도가 오히려 이주여성들이 우리와 동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임을 인식하는 것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다음은 허오 대표와 지난 17일 가진 전화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시의회 전 의장 부인도 남편에게 맞아 죽었다...이주여성들만의 문제 아니다


프레시안 : 최근 베트남 출신 아내가 남편에게 폭행당하는 동영상으로 일부 결혼 이주 여성이 당하는 가정폭력 문제가 이슈가 됐다. 피해자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허오영숙 : 피해여성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고, 아이를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으시던데, 아이도 함께 지내고 있다.

프레시안 : 이 사건을 두고 관련 단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저도 같은 생각이다. 결혼 이주 여성의 가정폭력 피해 문제는 아주 오래 전부터 계속 지적되어온 일이다. 일차적으로는 가정폭력 자체를 심각하지 않은 '사적인 일'로 치부하고, 이로 인해 공권력과 법이 최소한의 개입을 하는 한국 사회의 인식이 문제다. 어떻게 보나?

허오영숙 : 그 지적에 매우 공감한다.

한국의 여성운동 흐름이 이주여성 현장에도 바로 영향을 미친다. 작년에 미투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을 때 이주여성들도 미투를 했다. 그런데 미투 이후 드러난 사실 중 하나가 성폭력 사건에 대해 사회에서 받아들이는 인식 수준이 달라졌지만 재판으로 가게 되면 아직 과거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형법상 강간죄 구성 요건이 바뀌거나, 형량이 높아진 건 아니다.

이번 베트남 부인 폭행 사건과 관련해 많은 분들이 영상으로 폭행 장면을 보니까 많이 놀라시고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을 하시는데, 이런 가정폭력의 문제가 이주여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얼마 전 김포시의회 의장 출신 의원이 골프채로 아내를 때려서 죽였다. (관련기사 : 아내 때려 숨지게 한 유승현 전 김포시의회 의장 "죽을 줄 몰랐다") 또 여자친구를 살해한 남성을 집행유예로 풀어주는 일도 있었다. (관련기사 : 연인 목숨 빼앗았는데 집행유예 vs 30년…왜?)

이처럼 한국사회는 아직도 여성들에 대한 폭력에 대해 관대하다. 여기에 이주여성들은 주로 아시아 저개발국 여성이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차별 의식이 더해진다. 때문에 문제가 가중되는 것이지,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이혼한 전 남편에게 살해된 여성...가정폭력 가해자의 면접교섭권 제한돼야 한다

프레시안 : 인종적 차별 이외에도 결혼이주여성에게 '결혼'은 자신이 가진 사회적, 문화적 자원과 배경으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한국여성들보다 더 심각한 고립적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허오영숙 : 작년 12월 경남 양산에서 필리핀 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관련 성명서) 이 여성은 결혼 7년이 지났는데 귀화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지역 다문화가족 지원센터 이용 기록도 없었고, 필리핀 여성들의 자조모임에서도 이 여성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정황으로 이 여성이 결혼한지 7년이 지나도록 한국어 교육을 받지 못했고, 지역의 다른 결혼이주여성들과 교류도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다른 사설기관이나 종교단체 등을 통해 한국어를 배울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결혼이주여성들이 다문화가족 지원센터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얻는다. 센터를 직접 찾아오기 힘들 경우 방문지도 서비스도 있는데, 그런 기록도 전혀 없었다. 또 이 여성은 출입국 기록도 없었다. 이는 결혼 이후 친정을 한번도 방문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결국 이 여성은 남편의 철저한 통제 속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 살았다고 보여진다. 이처럼 결혼이라는 사적 관계의 틀 속에서 고립될 경우,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가 고민스럽다. 당시에도 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관에 여성의 신상이 통보돼야 하지 않냐는 주장이 나왔는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개인이 원하지도 않을 수도 있다. 한국 사회 분위기상 본인이 외국 출신이라는 것을 주변에 알리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친정 가족이 항상 울타리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가족결합권이 있으면 결혼 이주 여성들의 극단적인 고립 상태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레시안 : 베트남 여성 남편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때릴만해서 때렸다"라는 식으로 진술했다. 이는 평소 부부의 관계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가해자 남편은 이런저런 혐의가 적용되긴 했지만, 가정폭력의 양형 자체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 사후적인 2차, 3차 피해도 충분히 예상된다. 이에 대한 보호장치가 충분히 있나?

허오영숙 : 2015년 사건인데 베트남 여성이 한국인 전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뱃속의 아이와 여섯살 난 딸과 함께. (관련 글 보기) 이 여성은 남편의 폭력으로 쉼터로 피신했는데, 부인의 스마트폰 위치 추적을 통해 거처를 찾아내서 쉼터를 옮겨야 하는 지경이었다. 그 정도로 집요한 남편이었다. 남편과 이혼하고 다른 베트남 남성을 만나서 임신한 상태였다. 이혼은 했지만 전 남편은 둘 사이에 낳은 아이에 대한 면접교섭권은 있었다. 그래서 아이를 만나러 올 때마다 베트남 남편과 늘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작전을 짜고, 시나리오를 짜고, 그렇게 불안불안해 하면서 만났다.

그날도 그렇게 해서 전 남편을 만났는데, 결국 전 남편이 이 여성과 아이를 죽이고 본인도 자살했다. 이 남성의 폭력성은 이미 이혼하는 과정에서 입증됐다. 그렇다면 이 남성의 친권, 면접교섭권 등은 제한되어야 하는데, 법적으로 정말 어렵다.

이 문제는 선주민 여성이나 이주여성이나 같다.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여성들은 하나 같이 전 남편이 아이를 만나러 오는 것이 너무 무섭다고 한다. 차이가 있다면 이주여성들은 법적, 제도적 절차를 통해 자신을 방어하는 문제에 있어서 선주민 여성들에 비해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정도다.

세금으로 국제결혼 지원하는 지자체


프레시안 : 지난 8일 베트남 여성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성명서를 내면서 '결혼 이주 여성은 제도적으로 남편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국제결혼 중개업소를 통한 국제결혼은 한국 남성의 필요, 한국의 가부장적인 가족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생겨났다는 점에서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나?

허오영숙 : 국제결혼중개업소의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오랫동안 얘기해왔다. 한국남성들을 상대로 이윤을 내는 산업이기 때문에 남성들의 시선으로 광고를 하고, 전반적인 흐름도 그렇게 흘러간다. 그래서 광고 문구 등을 보면 성차별, 인종차별적이다.

국제결혼이 짧은 기간 안에 속성 결혼이 일어나는 이유는 한국의 장시간 노동 때문이다. 평균 노동자가 연차 휴가를 쓰는 기간의 한계가 보통 일주일 정도다. 비용적인 한계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국제결혼 구조를 보면 한국 사회의 모순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방식의 중개업을 통해서 이윤이 발생하도록 만든 것이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상업적 방식의 중개업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결혼도 사실 중개업이 존재한다. 하지만 보여지는 양상은 분명히 다르다. 그래서 중개업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들이 하는 광고나 홍보 방식은 강력하게 규제하고, 불법적인 부분은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 특히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업으로 국제결혼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기도 하는데 금지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말로만 금지한다고 하고, 사업을 하면 권고 수준으로 경고하는 식이 아니라 예산상의 패널티를 주는 식의 실질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관련기사 : 세금으로 국제결혼 지원?…"사실상 매매혼" 논란)

그런데 현장에서 중개업소를 통한 결혼이 굉장히 많이 줄었다는 것을 느낀다. 2014년 비자 발급이 강화되면서 줄어든 것도 있고, 결혼을 해서 정착 단계인 커플들이 서로 지인을 소개하는 개인 소개로 결혼하는 비율이 늘었다. 그래서 중개업소만의 문제는 아니고, 결국 한국사회의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의 문제다.

▲ 한 국제결혼중개업소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제결혼 희망 여성들 사진. 여성들의 사진을 클릭하면 자세한 인적 정보도 볼 수 있다. 이런 사진 게시 문제 뿐 아니라 사이트 곳곳에 올라온 홍보문구는 성차별, 인종차별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MBC 화면 갈무리

프레시안 : 결국 남편에게 종속된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에 기반한 법과 제도는 이주여성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안전권의 문제인 체류권 문제마저 제대로 보장하지 않도록 만든다. 법무부에서는 남편의 '신원보증' 서류가 폐지되었다며 '신원보증'이 필수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허오영숙 : 체류 연장에서 신원보증서 서류 자체는 폐지되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 배우자의 의사가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다. 신원보증서 폐지로 혼자서도 체류 연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면, 현장에서 흔히 듣는 '남편이 안 해준다'는 이주여성들의 하소연은 무엇인가? 귀화 신청 서류 구비 중에는 한국인이 해주지 않으면 못하는 것들이 있다. 한국인의 기본증명서, 재직증명서 등이 그것이다. 서류가 구비되지 않으면 귀화 신청도 할 수 없다.

결혼이민비자(F-6)는 혼인 상태에 따라 3종류로 나뉘어 별도로 관리되고 있다.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생활을 유지하지 않고 있는 경우는 체류 기간 연장 등에 있어서 불리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정부에게 결혼이민자의 혼인여부와 상관없이 체류를 안정화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명백히 사생활과 인권 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결혼이민 비자에 1회 부여할 수 있는 체류기간 상한은 3년이지만, 실제 3년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고 대부분 1년, 2년의 체류기간을 받는다. 심지어 가정폭력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쉼터에 입소한 여성에게도 체류기간을 6개월 주는 등 불이익을 주고 있다. 이밖에도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15일 법무부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한 뒤에 이주단체 대표들이 법무부와 면담을 하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상간녀' 베트남 여성 국적 주면 안된다"는 청원에 2만명 넘게 동의


프레시안 : 섣부른 일반화는 문제지만, 가정폭력 등 결혼이주여성들의 문제는 한국인 남편들의 문제다. 과거에는 아무 제한 없이 누구나 결혼중개업소를 통해서 국제결혼을 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소득 등 일부 기준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남성들에 대한 기본적인 자격에 대한 기준이나 교육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허오영숙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국인 남편들도 단일한 집단으로 볼 수 없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중에 외국인 아내의 귀화를 신청하러 갔다가 담당 공무원이 인종차별적인 인식을 보였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계신다.

지금도 국제결혼 안내프로그램이라고 있는데, 결혼 상대자가 아시아 7개국일 경우에만 받도록 하고 있다. 이 자체가 인종차별이다. 국제결혼을 하면 문화적 차이 등으로 갈등을 겪는 문제가 미국인과 결혼을 할 때는 없고, 태국인과 결혼할 때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중개업소를 통한 국제결혼이 비상식적으로 많으니까, 이런 특정 국가와 결혼할 때만 교육을 받으라는 지침이 생긴 것 같은데, 인종차별로 볼 수 있다.

또 가정폭력의 소지가 충분한 남성들이 한국인 여성과 결혼할 때는 교육을 받으라고는 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남성들은 한국사회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남성들이 많다. 이런 남성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강화시키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사전교육 프로그램이 있고, 작년에는 인권교육이 추가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약 교육을 한다면 특정 국가만 대상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덧붙이고 싶은 얘기는 최근 문제가 된 베트남 이주여성의 경우, 한국인 남편의 전 부인이 '상간녀'라고 주장하고 나서고, 관련 청와대 청원에 2만 명 이상이 동의를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베트남여성 폭행사건의 베트남여성의 한국국적을 주지 말아주세요"에 7월 18일 오전 10시 현재 2만8000여 명이 동의했다. 필자 주) 여성이 도덕적인 문제가 있으면 폭력적인 상황을 용인할 수 있다는 인식, 특히 외국인 여성일 경우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을 경우 일종의 처벌의 의미에서 국적으로 주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결혼이주여성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서 동등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이주여성들

프레시안 : 결혼 이주 여성들을 직면하는 어려움은 가정폭력, 성폭력, 학대 등 극단적인 상황만이 아니다. 가족제도, 문화 등의 차이도 이들이 경험하지만 극복해야할 문제이기도 하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극단적인 피해 사례만 부각되는 것은 이주자에서 정주자가 되어야 하는 여성들이 가진 문제를 협소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허오영숙 : 여성에 대한 폭력은 어디에나 있고, 이를 줄이기 위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노력할 것이냐의 문제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피해자가 이주여성일 경우, 이 여성들을 불쌍한 존재로 일반화시키면서 동등한 시민권을 행사하는 것을 오히려 가로막는 경향이 있다. 특히 언론은 워낙 자극적인 소재에 민감하다보니 피해 여성 사례에만 반응하고, 대중들도 이에 호응한다.

이런 면에서 피해여성들의 문제가 심각하지만, 이를 알릴수록 이주여성을 일반화 시켜서 피해자화 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다.

결혼이주여성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한국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여성폭력에 대한 의식을 향상시키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이주여성들은 한국 사회에 정착하면서 우리 주변에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잊으면 안 된다.

아직도 한국 사회는 소수자로 있을 경우에는 선민의식을 갖고 불쌍해 하면서 시혜를 베풀다가 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하면 선을 긋고 엄청난 비난을 쏟아낸다. 19대 때 이자스민 의원에 대한 인신공격이 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허오영숙 : 얼마전 익산시장 발언과 관련해서도 그렇고, 베트남 여성 폭행 사건도 그렇고, 이런 문제를 대응함에 있어서 이주여성들이 스스로 운동의 주체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끼게 된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지난 5월 11일 '다문화가족을 위한 행복나눔 운동회' 축사에서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필자주)

익산시장 발언 규탄 집회를 제안한 것은 물론 센터에서 했다. 그런데 화요일(지난 6월 25일)에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 전주 주말 사이에 이주여성들 커뮤니티를 통해 소식이 돌아서 200명 정도가 전국 각지에서 집회를 참석하기 위해 왔다.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서 버스를 대절하고, 기차를 타고 왔더라. 또 전북지역 이주여성들은 모금을 해서 물과 빵 등을 미리 준비해서 기자회견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이 여성들이 다음에는 여의도에서 집회도 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도 제출하자고 한다. 이런 모든 과정에서 이주여성들이 스스로 권리를 지키기 위한 힘들이 모아지고 있음을 현장에서 강하게 느낀다. 결국 이런 힘이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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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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