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침묵은 죄악! 시민사회가 나서야 할 때

[제안] 기후위기에 대응할 시민사회 공동 행동을 위하여

기후위기로 인해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폭염 등의 기상 이변이 지구적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아직 기후위기에 대응할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은 12일 페이스북에 이 같은 현실을 개탄하고, 오는 23일 오전 10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시민사회의 공동 행동 논의를 위한 집담회를 가질 것을 제안했다. 해당 집담회는 그린피스 등 9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제안했다. 한 소장의 동의를 얻어 그의 제안 성명을 싣는다. 편집자.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 집담회를 제안합니다

파국적인 기후위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전 지구적 기온 상승 2도 혹은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 남은 시간이 10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계산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세계의 주요도시들이 더는 사람이 거주하기 힘든 지역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의 우려는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상이변이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기온이 50도 가까이 치솟은 인도 대륙, 45도를 넘어버린 남부 유럽, 멕시코만한 면적의 빙하가 녹아내린 남극 대륙, 기온이 30도가 넘어서면서 산불과 홍수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알래스카... 올해 상반기까지 외신을 통해서 전해진 기상이변 소식입니다. 한국에서도 갈수록 변덕스러워지는 폭염과 한파, 사라져가는 장마철과 사계절의 구분이 이미 우리가 기후변화의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음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멸종저항'이라는 대중조직이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비폭력 직접행동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우려 표현과 경고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가 기후위기를 대처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이들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런던 템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점거하여 교통을 마비시키고, BBC 건물을 봉쇄하여 직원들이 빠져 나오지 못하도록 하고, 자연사 박물관을 점거하여 죽은 듯이 누워 시위합니다. 이런 직접행동은 정부와 전 사회가 당장 기후행동에 나서도록 촉구하기 위함입니다. 이런 "사회적 혼란"이 아니라면 누구도 기후위기 문제를 쳐다보지 않고, 귀를 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만이 아닙니다. 스웨덴의 16세 청소년이 시작한 '기후 학교 파업' 시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벨기에, 호주, 독일 등 전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3월 15일과 5월 24일, 세계적인 기후파업이 조직되어 수십만 명의 학생들이 학교 대신 거리를 메워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도둑맞은 미래를 돌려놓으라고 주장했습니다. 독일에서는 '토지의 종말(엔데 겔랜데)'이라는 단체가 석탄 광산과 철도를 점거하는 시위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일부 과격하고 급진적인 단체들만 참여하는 시위가 아닙니다. 기후변화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시민 누구나 참여하는 시위로서, 독일 녹색당의 연방의원들까지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독일 녹색당은 기후위기 해결을 요구하는 정책으로 지지율 1위에 올라서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행동이 급진적인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상황이 급진적입니다.

과학자들의 경고, 전 지구적으로 목격되는 기상이변, 그리고 대중의 급진화한 기후행동으로 인해 세계 각국 정부가 반응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영국, 프랑스, 캐나다, 아일랜드 등 15개 국가와 뉴욕을 비롯한 백여 개의 도시들이 기후변화를 국가 비상상태로 선언하고, 많은 자원과 역량을 동원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 방안 중 하나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선언해 법률로 제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2030년 혹은 2040년부터 석유를 태우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선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요? 문재인 정부가 혁신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에너지전환 정책은 과거 정부 정책에 비해 놀랍고 환영할 만하지만,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에는 크게 부족합니다. 에너지 부문뿐만 아니라, 노동, 인권, 보건의료, 농업, 식품, 교통, 건물, 복지, 수자원 등 모든 분야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와 실천으로 확대되기는커녕, 에너지전환마저 오히려 위축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이야기하기 꺼리는 정부와 여당, 미래에 대해서 어떤 대안도 가지고 있지 않은 보수 야당, 보수 언론, 그리고 기득권 세력 사이의 이전투구는 기후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봉쇄하고 있습니다.

지금, 기후위기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시민 사회가 비상한 각오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누구보다 먼저 청소년들이 길거리에 나섰습니다만, 기후위기는 그들만의 문제도, 책임도 아닙니다. 청소년, 여성, 시민, 노동자, 농민 등 다양한 계층과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생존을 위해 함께 나서야 할 때입니다. 정부, 국회, 기업, 언론 등 기후위기를 심화하고 그 해결을 외면하는 모든 권력을 향해 기후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압박하고, 또 견인해야 합니다. 이제 기후침묵은 용납될 수 없다고 경고해야 합니다.

또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전 지구적 연대를 강화해야 합니다. 이미 오는 9월 20~27일 사이에 전 세계 공동의 기후파업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9월 23일에는 뉴욕에서 기후행동을 위한 세계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각국 정상이 기후위기 해결에 적극 나서도록, 목소리를 모으고 높여야 하는 시기입니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우리들은 한국의 모든 단체, 조직, 모임과 개인에게 기후위기에 대응할 시민사회의 공동 행동을 논의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집담회를 제안합니다.

ㅇ 일시: 2019년 7월 23일 오전 10시
ㅇ 장소(안): 그린피스 회의실(지하철 1호선, 남영역 인근 청룡빌딩 7층)
ㅇ 안건: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공유와 공동 행동 논의
ㅇ 대상: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누구나

• 문의: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02-6404-8440), 환경운동연합(02-735-7000), 에너지정의행동(02-702-4979)

제안단체: 그린피스, 녹색미래, 녹색연합,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에너지정의행동,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ICE Network (추가할 단체와 조직들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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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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