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 정신병원 보내려한 전명규 비호하는 한체대"

체육계 폭력 근절 공대위 "한체대, 전명규 파면하라"

교육부의 한국체육대 전명규 교수 중징계 처분 통보에 한국체육대가 전명수 교수를 비호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6월 24일 한국체대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조재범 전 코치 폭행 사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등 각종 비위 사실이 적발된 전명규 교수를 중징계 처분하라"고 최종 통보했다.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는 지난 달 4일 검찰로부터 여자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 전 코치는 이미 심석희 선수 등에 대한 상습 폭행 혐의로 지난 2월 징역 1년6월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교육부는 빙상계 대부로 불리는 전명규 교수가 조 전 코치의 이런 상습적인 폭행, 성폭력에 대해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통용하는 등 이를 은폐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전 교수가 폭행 피해 학생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격리조치 중인 피해 학생과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피해자의 지인들을 동원하여 피해자에게 합의를 압박하고, 폭행 피해 학생의 아버지를 만나 '감사장에 출석하지 말라'고 회유했다는 사실 또한 밝혀냈다"고 밝혔다.

또 교육부는 전 교수의 개인 비리도 확인했다. 전명규 교수는 빙상부 학생이 훈련용도로 협찬 받은 4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자전거 2대를 넘겨받고, 스케이트 구두 24켤레를 가품으로 납품받는 방법으로 특정 업체가 대학으로부터 정품가액 합계 5100만 원을 지급받게 한 사실까지 적발됐다. 교육부는 또 최근 15년간 부양가족 변동신고를 하지 않고 가족수당 및 맞춤형 복지비 합계 1252만 원을 부당 수령했으며, 한국체대 빙상장을 사적으로 '독점 사용' 했다는 의혹도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체대는 교육부의 징계 요구가 '중복징계'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체육계 성폭력·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3일 성명을 내고 이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공대위는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학교운동지도자분과, 젊은빙상인연대, 체육시민연대 등이 함께하고 있다.

공대위는 성명에서 "전 교수의 비위 행위는 지난해 교육부 감사 결과를 통해서도 이미 사실로 밝혀진 바 있다. 이번에 새로 발표된 교육부 감사 결과까지 더한다면 전 교수는 '국립대 교수'나 '지도자'의 자격을 상실한, 빙상을 사익에 활용한 '비위 스포츠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체대는 교육부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 전 교수에게 중징계를 내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전명규 교수에 대한 징계를 내렸는데 또 내려야 하느냐'며 전 교수에 대한 징계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교육부 폐지'라는 이해하기 힘든,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고 있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또 한국체대의 지난 해 징계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2018년 9월 한국체대는 교육부가 중징계를 요구한 전 교수에 대해 공무원 징계 가운데 견책과 함께 가장 수위가 낮은 경징계인 '감봉 3개월' 결정을 내렸었다. 당시 한국체대는 "전명규 교수가 쇼트트랙 국가대표 감독과 빙상연맹 임원을 맡으며 정부 포상(체육훈장 청룡장)을 받은 바 있다"며 "교육공무원법의 '포상 감경' 규정에 따라 정직에서 감봉으로 징계 수위를 한 단계 내렸다"고 설명했다.

공대위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인 한국체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의 사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비위교수에 대해 엄정한 징계를 내리고 비리의 뿌리를 뽑는 일에 앞장서야 할 학교가 비위교수를 지키겠다고 나서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 태도인가"라면서 "자기를 정신병원에 보내려 기획한 전 교수와 함께 학교를 다녀야 하는 심석희 선수의 심정을 한국체대는 단 1%라도 고려한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전 교수는 앞서 교육부 감사에서 조 전 코치가 자신이 지도하던 사설 강습팀 학생들을 수 차례 폭행해온 사실이 알려지자 지인들을 동원해 "정신병원에 갈 정도로 피해학생을 압박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 관련기사 : 전명규 "정신병원 갈 정도로 피해자 압박하라")

공대위는 "전명규 교수에 대한 중징계는 대한민국 체육이 바로 서느냐, 아니면 과거로 회귀할 것이가를 가늠하는 중대한 시험대"라면서 "한국체대는 교육부의 중징계 요구를 받아들여 전명규 교수를 즉각 파면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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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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