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1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즈>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DMZ(비무장지대)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것은 전형적인 트럼프 식의 TV쇼"라면서도 "훨씬 더 중요한 무엇인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조엘 위트는 1994년부터 2002년까지 미 국무부에서 군비 통제 및 비확산 업무를 담당했다.
위트 연구원은 그러나 "이는 단지 첫 단계"라면서 "정상 간 한 번의 만남뿐 아니라 몇 달 동안 실무자들이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해 7월 중순 경 시작될 실무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핵물질 생산 동결→핵 개발 계획 철회→궁극적인 제거로 이어지는 3단계 비핵화 과정을, 미국은 대북제재 해제, 북한과의 수교,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면서 "(북미 정상의) 지난 주말 합의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단계"라고 했다. 이어 위트 연구원은 실무 협상의 첫 번째 과제로 "하노이 회담에서 확인된 핵심 쟁점에 대한 양측의 괴리를 좁혀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공적인 협상이 되려면 양측이 어려운 타협을 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이 당장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더라도 단계적으로 비핵화 수순을 밟는 방안을 수용하고, 북한 역시 당장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전체적으로 완화될 수는 없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위트 연구원은 북미 내부에 존재하는 협상 회의론과 반발을 "심각한 함정"이라고 규정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방문에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동행하지 않은 점, 이번 판문점 만남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실패 후 비등해진 북한 내부의 회의론을 극복하고 협상을 진전시킬 명분을 확보한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북미 협상이 성공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민주당 대선주자들과 맞설만한 외교정책의 승리가 될 것이고,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경제적 발전과 리더십 강화로 귀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동결'로 골대 옮겼나? 볼턴 "들어본 적 없다" 반박
하지만 미국 언론에선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행보를 차갑게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재선이라는 정치적 목적에 사로잡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너무 많이 양보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CN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도박'은 이미 정치적으로 승리했다"면서도 "북한보다 낮은 수준의 핵 기술을 보유한 이란에 대해선 이란핵협정(JCPOA)를 파기하고, 북한은 핵보유국이라는 지위를 인정했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의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략 차원에서 북한의 '핵동결'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협상안을 몇 주 전부터 검토했다는 지난 30일 뉴욕타임스 보도에서 촉발됐다. 핵동결, 즉 현상유지를 목표로 한 협상은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워싱턴포스트>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큰 양보를 하고 적은 대가를 요구할지도 모른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한 비핵화에서 핵동결로 골대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가세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 존 볼턴 보좌관은 1일 "누구도 북핵 문제를 동결로 마무리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거나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려는 비난받을만한 시도이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미 국무부도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북한에 대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라며 "우리는 현재 어떠한 새로운 제안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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