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까지 5%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보이던 우리나라는 이러한 세계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라 제조업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2012년 이후부터 평균경제성장률이 2%대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하락 및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 등으로 2014년에는 53년 만에 제조업 부문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기술 추격과 부품 소재 국산화에 따른 시장 잠식이 꾸준히 진행되면서, 모바일, 자동차, 조선, 철강, 반도체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해외시장 입지가 크게 축소되고 있다.
1970년대부터 국가 및 지역 산업육성정책을 통해서 특정 산업에 전문화되어 성장·발전해 온 국내 산업도시들은 최근 주력산업의 부진, 초국적 기업의 퇴출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형태의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 울산, 거제, 통영 등과 같이 조선소 및 그 협력업체가 집적한 지역들은 조선업의 불황으로 선박 수주물량이 급격하게 감소함에 따라 2010년대 중반 이후 대거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서 역내 주력업종 종사자들의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는 등의 심각한 경제적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 중 거제지역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중화학공업 중심 제조업의 눈부신 발전을 견인한 지역으로, 우리나라 양대 대형조선소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입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산업도시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과 그 협력업체들의 구조조정 여파로 생산·소비가 최악의 상태에 빠졌을 뿐만 아니라 인구 '엑소더스'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2018년 상반기 기준 특별·광역시를 제외한 전국 시군 가운데 가장 높은 실업률인 7%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이에 정부는 2018년에 군산을 시작으로 거제, 통영·고성, 울산 동구, 목포·영암·해남, 창원 진해구를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하였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르면,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은 지역의 주된 산업의 침체로 지역경제가 심각하게 위축되거나 위축될 우려가 있어 일정기간 동안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지역으로, 해당 지역은 금융·세제지원, 재취업 및 창업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즉, 국내외 경제여건의 악화에 따른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력산업의 침체와 이로 부터 발생하는 지역경제의 위기를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한정된 재원으로 인해 모든 산업 위기도시가 이러한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구미 지역의 경우 산업화 시대에 걸쳐 국내 최대의 전자 및 IT산업 집적지로서의 명성을 떨치며 국가경제의 발전을 견인해 온 대표적인 산업도시이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로 전자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수출산업으로 전략화하기 위하여 조성된 구미국가산업단지의 발전과 함께 성장·발전하여 왔다.
하지만 지역경제의 양대 축으로 자리 잡았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2010년대 들어 평택, 파주 등 수도권과 베트남을 비롯한 해외로의 활발한 이전으로 점차 그 존립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는 지역중소기업들의 급속한 매출 감소에 따른 심각한 경영위기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구미지역 전체의 불황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위기의 극복을 위해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는 울산, 거제, 군산 등의 지역들과는 달리, 구미 지역은 산업위기 대응지역 지정의 지연,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의 실패 등과 같이 각종 제도적 지원 선정에서 배제되어 산업위기에 대한 별다른 대응책이 마련되지 못하면서 눈에 띄게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상과 같은 산업도시의 위기는 위기 대응전략의 변화를 촉구한다. 기존의 위기 대응은 '예방'을 중심으로 특정 결과에 대한 원인을 모색하여 특정한 매뉴얼에 따라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현재 맞닥뜨리게 되는 위기는 단일 요소로 규정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원인으로부터 기인한다. 특히 산업도시의 침체나 쇠퇴에 있어서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가장 주된 요인은 지역경제를 이끌던 산업의 적응주기의 변화라고 하겠다.
산업이 특정 지역에 집적하고 뿌리내리면 그 지역의 사회·경제적 조건은 산업이 만들어 놓은 관행에 고착되는데, 그 결과 산업의 진화경로를 따라서 지역이 진화하기 때문이다. 이에 특정 산업에 의존적인 지역경제가 성장 및 발전에 효과적인 만큼이나 산업의 침체 및 쇠락과 같은 외부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취약성이 크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주지해야 할 것은 산업의 진화과정에서 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비롯된 외부충격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지역경제가 이러한 충격으로부터 신속히 회복할 수 있는가에 있다.
이처럼 불확실성과 저성장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정태적(static) 관점에서 양적 성장을 염두에 두는 시각은 적합하지 않다. 대신에, 지역경제에 대한 예측하기 어려운 충격에 대응하고 이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가능하도록 하는 개념이 바로 '회복력(resilience)'이다.
회복력은 경제지역을 둘러싼 대내외적 여건의 급속한 변화에 따른 부정적 충격을 완충·흡수하고 이로부터 회복하는 일련의 과정과 능력으로, 오늘날 불확실하고 유동적인 사회·경제·정치적 환경에서 복잡성과 격변의 증가를 인지하고 이로부터 유래하는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경제지역이 필히 갖추어야 할 능력이다.
최근 국제기구 및 해외 정부의 전략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회복력 개념이 널리 도입되고 있는바, 이러한 패러다임에 입각하여 국내에서도 위기에 처한 산업도시의 회복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현실적인 과제라고 하겠다.
따라서 산업도시 위기 극복을 위한 회복력 강화 전략은 첫째, 지역경제와 이를 좌우하는 산업의 순환적이고 상호작용적인 특성, 즉 공진화에 대한 고려를 바탕으로 한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둘째, 외생적 수요 창출이 불가능한 저성장의 상황에서 양적 팽창에 초점을 둔 전략은 실효성이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위기상황에 따른 주력산업의 다변화를 중심으로 한 전략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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