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의 ‘국민과의 소통’ 철학에 기반하여 출범 이후 국민의 높은 관심과 참여를 이끌었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최근 정당해산,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선동과 지지세력 간 정치적 각축장이 되면서 국민적 우려와 함께 존폐 여부에 대한 논쟁이 진행 중에 있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소통 공간의 중요성, 대의제 보완의 의미 등을 강조하면서 유지가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일부에서는 법적 근거와 실효성 미약, 권력남용 가능성, 숙의성 부재, 정쟁 공간으로 전환 우려 등을 이유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나는 이 글에서 문제의 원인이 '민원 해결이라는 행정적 공간'을 '혁명적 열기를 담아내는 정치적 공간'으로 잘못 인식한 현 정권의 잘못된 기획과 정치적 논쟁을 방치한 운용상의 오류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미 정치 공간으로 불가역적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운용상의 개선을 통해서는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고 진단하고, 국론분열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청와대 게시판을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청원권 형성의 역사, 내용적 측면, 해외 사례를 볼 때, 국회가 국민청원의 중심기관이 되는 것이 마땅하나, 현재의 구조와 운용방식으로는 그 기능을 전혀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독일의 e-청원 제도 등을 참고하여, 접근 편리성, 공개성, 숙의성 등을 고려한 전면적인 제도개선과 상설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
청와대 국민청원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문재인 정권의 국정철학을 지향·반영하고자 2017년 8월 문재인 정권 출범 100일을 맞아 청와대 홈페이지를 '국민소통플랫폼'으로 개편하면서 신설한 국민소통 공간이다. 2017년부터 출범에서 2018년 11월까지 청원 내용을 분석한 결과 총 35만 건 이상이 접수되었고, 각 청원에 대한 추천 합계는 5천 4백만 회를 넘어 우리 국민 총수를 상회하였다. 청원 35만 건 가운데 청와대의 답변 기준인 '20만 회 이상 동의'를 받은 청원은 12월 13일 현재 70건이어서, 답변 비율은 전체 청원의 0.02%에 해당하였다.
2018년 11월말까지 접수된 68건에 대한 답변 내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일부 해결을 포함한 해결 9건 (13.2%), 해결 불가 20건 (29.4%), 추진·진행 중 32건 (47.1%), 유보 및 검토 7건 (10.3%)로 국민의 예상에 비해 훨씬 낮은 해결 비율을 보였다. 해결된 건수 역시 국회에 입법 추진 중이거나 추진을 의뢰한 경우로, 청와대 자체의 권한으로 해결한 건수는 몇 건 되지 않았으며, 불가(不可) 가운데는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입법부나 사법부 관련 내용으로 정부가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 동안 청원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아, 입법, 사법, 지자체의 권한과 업무 등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과, 숙의 절차가 부재한 상태에서 국민의 의사가 정제되지 않은 채 표출되고 충돌하면서 민원 해결이 아니라 갈등 형성의 장이 될 거라는 우려가 컸다. 또한 청와대라는 정치적 대표성과 상징성 때문에 민원 게시판이 오히려 정치적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 모두를 결집시켜 그곳을 급기야 정치적 논장(論場)으로 변질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는 여전히 국민청원 게시판을 '국민 소통 공간'이자, '대의제를 보완할 직접민주주의 실현 공간’으로 인식하면서 다양한 우려와 지적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말 국회 여야 정치권의 긴장과 갈등이 청와대 게시판으로 옮겨 붙으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정당해산, 대통령 탄핵 등과 같이 청와대로서는 답할 수 없는 내용이 점증하면서 청와대 게시판의 존속 필요성에 대한 논쟁 역시 가열되고 있다.
나는 이글에서 최근 청와대 게시판이 정치적 논쟁 공간으로 변질된 상황과 그 원인을 살펴본 다음, 개선 가능성을 진단하고, 개선 가능성이 희박할 경우 그 대안은 무엇인지 고찰해 볼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나는 이글에서 사태의 원인이 ‘민원 해결이라는 행정적 공간‘을 ’혁명적 열기를 담아내는 정치적 공간‘으로 잘못 인식한 청와대의 잘못된 기획에 있음을 지적하고, 현 상황은 운용상의 개선을 통해서는 해소될 수 없는 근원적 한계에 기인하는 것으로, 청와대 게시판을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통한 국민청원 활성화가 그 대안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논쟁의 주요 내용
청와대를 포함한 청원 게시판 유지를 주장하는 측의 핵심적인 주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에겐 헌법이 정한 청원의 권리(헌법 26조)가 있고, 청원법에 따라 국민은 중앙정부뿐 아니라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면 어디든 청원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청와대 역시 그 대상이 될 있다. 청원의 내용 역시 법이 정한 내용의 범위 안에 있으면 문제될 게 없다. 정치적 현안 역시 청원의 예외 일 수 없다. 정치적 문제라고 청원 내용을 문제 삼는 것은 법적 취지에 위배될 뿐 아니라,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민원의 처리와 관련하여 행정부와 관련한 내용은 청와대가 책임을 지고 처리하면 되고, 법령 제·개정과 관련한 내용은 국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법규 위반 등 사법과 관련한 내용은 사법부에 도움을 요청하기 때문에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권력남용 가능성은 염려할 바가 아니다.
현재 논쟁이 일고 있는 청원과 관련해서도 국민이 청와대에 정당해산 청원을 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될 것도 없고, 국민의 정당해산 청원이 쇄도한다고 그 청원이 그대로 수용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 8조에 근거하여 ‘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으니 청와대의 자체 판단에 의해 결정할 문제라고 보고 있다. 청원 형식과 관련해서도 헌법상 문서로 하게 되어있으나, 이 역시 온라인을 통한 청원 문서의 한 형태로 확대하여 볼 수 있으므로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탄핵 청원도 마찬가지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청원 게시판의 즉각적인 폐지를 주장하는 측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법적 근거가 미약하고 권력남용 가능성이 있다. 원론적으로 국민은 모든 국가 기관에 청원할 권리를 가지며 청와대 역시 국가기관이므로 청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대통령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막강한 우리 현실을 고려할 때, 청와대에 별도의 국민청원 창구를 두는 것은 법의 본래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정치적 위상과 영향력의 측면에서 볼 때, 삼권분립 원칙 위반과 권력남용 우려가 있다. 국민의 높은 관심과 참여에 비해 실제로 청와대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오히려 청와대가 직접 민원 청구가 됨으로써 청와대의 업무 부담만 증가하고, 옥상옥이 되어 행정부서의 권위만 떨어지게 된다.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은 소통 공간으로서의 본래 의미를 이미 상실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 소통공간이 되고자 했던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이미 정치세력간 적대적 대결 공간으로 변질되었다. 정치세력이 청와대 게시판이 갖고 있는 상징성과 유명세를 이용해 현실성이 전혀 없음을 알면서도 상대 정치세력을 공격하거나 흠집 내기 위한 목적으로 청와대 게시판을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전한 공론 공간으로서의 신선한 이미지는 이미 상실되었고, 정치적 대립의 장으로 악용되어, 이념대립과 정치공세의 강화로 국론분열을 강화시킬 뿐이다.
논쟁의 원인에 대한 진단
처음에는 나름 의미 있게 진행되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현재와 같이 정치세력 간 상호 비난을 위한 각축장으로 변하게 된 1차적인 원인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국민청원 대상과 청원 게시 원칙에 대한 사려 깊은 설계 부재에 있다. 청와대는 청원을 내용에 따라 17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있을 뿐, 개설 이후 최근까지도 청원 내용에 어떠한 제한도 두고 있지 않으며, 입법부·사법부의 고유 권한과 관련된 청원, 지방자치의 고유 업무에 해당하는 청원 등에 대해서도 어떤 제한도 두고 있지 않았었다. 다만 청원요건으로 욕설, 비속어, 폭력, 선정성, 청소년 유해 등과 같이 도덕적 차원에서 문제가 될 사항만을 제안하고 있을 뿐이었다. 지난 4월 말 청원 홈페이지 개편을 통해 정식 청원 등록을 위한 요건(100명의 사전 동의), 답변이 어려운 청원 대상 등을 공시하였으나, 여전히 기본적인 에티켓만 지키면 내용에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앞서 살펴본 미국의 ‘워더피풀’은 청원 첫 단계부터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만 청원을 받고, 그 외 이슈에 대해서는 ‘국회에 호소 (call on congress)’로 따로 분류하여 삼권분립 정신에 어긋나지 않도록 필터링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워더피풀’은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지지나 반대와 관련한 청원, 연방정부 정책이나 행동과 관련 없는 청원, 소관사항이 아닌 업무를 요청 내용 등은 청원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다. 내각제 국가인 영국의 경우, 국민청원제도 역시 행정부와 입법부가 모두 참여한다. 1만 명 이상의 지지를 얻은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가 우선 서면으로 답변을 하고, 10만 명이 넘은 청원의 경우 국회 토론 안건으로 상정된다. 주요 청원에 대해서는 국회가 직접 심의하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우리의 경우도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청원 대상에 명확한 한계를 두거나, 별도의 단계를 설정하는 등 운영 방식을 개선한다면 정당 해산요청이나, 대통령 탄핵 요청 등과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둘러싼 정쟁화를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과도한 업무 부담을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개선 노력이 실효성을 거둘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우려 때문이다.
첫째는 국민청원을 보는 청와대의 시각의 문제이다. 청와대는 처음부터 민원 게시판 개설의 목적을 ‘국민과의 소통’으로 잡았다. 이는 촛불 혁명으로 높아진 국민의 참여 열기와 국가와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 개혁 의지와 내용을 토해낼 그릇이 필요했다. 청와대의 이런 판단은 초기에는 정확했고, 그 만큼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촛불에서 이어진 참여의 열기는 식기 마련이고, 여기에 현 정부에 대한 성원과 지지가 잦아들고, 숫자만 채우면 무엇이든 할 것 같았던 청원은 머지않아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청와대 역시 국가 통치체제의 일원이고,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밖에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제한된 권한을 가진 국가 기구이기 때문이다. 기획 의도와 현실과의 괴리는 청와대의 낮은 민원청원 실현율로 대표되고 있다. 현실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국민청원 게시판이 여전히 직접민주주의를 논의하던 그리스의 피닉스 언덕으로, 혁명의 열정을 담은 ‘정치 공간’으로 지속되길 원하는 듯하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요구'가 다수 국민의 입장에는 민원청원이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민원 게시판이 국론분열의 장이 될 것을 우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다르게 치솟은 청원 숫자를 즐기는 듯) 청와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질 않았다. 국민민원 게시판이 초법적인 '국민소통 기관'으로 '국민의 관심을 빨아들이는 직접민주주의 광장'으로 유지되길 바라는 청와대의 시각은 아직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청와대 민원 게시판 폐지의 근거
청와대가 아니라 국회가 국민청원의 중심 기관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첫째,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가 국민청원의 창구가 되는 순간, 모든 청원은 청와대로 몰리게 되어있다.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역할은 무시되고, 청와대와 국민이 직접 소통하는 초법적 절차가 국회를 통한 합법적 절차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권력 남용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높은 기대와 관심에 반해 국민청원에 청와대가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민원 대부분이 법과 제도 개선을 동반해야 하는 일이고, 이는 그 본령이 국회이다. 또한 각 부서는 자체적으로 이미 민원처리를 하고 있다. 따라서 청와대가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려 경우, 권력남용에 대한 시비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셋째, 정쟁화에 대한 우려이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은 가장 막강한 권력기관임과 동시에 그 권력에 창출하고 찬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지켜야할 성역이나, 그 권력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공격의 대상이다. 이런 첨예한 정치공간에 민원이란 이름으로 국민을 끌어들이는 것은 스스로 청와대를 정쟁의 공간으로 만들어 버린 꼴이다. 넷째, 숙의(熟議)의 실종이다. 직접민주주의 변형된 공간으로 설계된 민원 게시판은 왁자지껄한 참여 공간이긴 하였지만, 애당초 합리적 이성에 근거한 논의 공간은 아니었고, 또 그런 절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누구나 말해도 돼’란 의미는 국민들에게 ‘아무 말이나 하고 싶은 대로 해’로 해석되었고, 게시판은 곧 정제되지 않은 말의 성찬장이자 감정 해소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청원에 대한 응답 조건이 유일하게 머리수인 상황에서 세 대결은 정해진 수준이었고, 이런 상황에서 숙의는 사치스런 말이 되어 버렸다.
초법적 기획에 의한 청와대 민원 게시판은 그 의미를 상실했을 뿐 아니라, 세 대결과 정쟁의 공간이 되어 버렸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집단간 패싸움은 더욱 드세어질게 뻔하다. 청와대는 민원 게시판이 원래의 소임을 다했음을 인정하고, 국론분열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민원 게시판을 폐쇄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국회가 청원 기관이 되어야 하는 이유
청원권은 전제군주시대에 군주나 왕에게 청원하던 관행을 국가기관에 대한 청원으로 제도화한 것이다. 1215년 영국 국왕이 귀족들의 강압에 의해 승인한 ‘대헌장’, 영국의 1628년 ‘권리청원’ 1689년 ‘권리장전’ 등의 역사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지금과 같이 기본권이나 참정권이 인정되지 않던 시대에 귀족이나 국민이 청원을 통해 군주에게 의견을 표시하고 해결책을 요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우리의 경우 ‘신문고’나 신하가 왕에게 올리던 ’상소‘, 왕의 행차 시에 직접 호소하는 격쟁(擊錚)이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으나, 실효성을 가진 현대 성문법 하의 청원권은 제헌헌법에 처음으로 등장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헌법이 있는 대부분의 나라가 국민에게 청원권을 보장하고 있듯이, 우리 역시 제헌 이후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은 국가기관에 자신의 의견이나 희망을 청원할 수 있는 권리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으로부터 적법한 청원에 대한 수리와 심사 후에 결과를 통지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고 천명해왔다.
헌법은 국민이 청원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기관으로 ‘국가기관’이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공적 성격의 민원이 청원의 주 대상인 점을 고려할 때, 그 주 대상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일 수밖에 없다. 1948년 제헌과 함께 1949년 국회법을 제정하면서 청원의 대상과 내용을 구체화한 이후 지금까지 그 내용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취지라고 봐야 할 것이다.
국회 청원제도 개선의 필요성
법적 근거만으로 국회가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를 통한 국민청원은 계속 뒷걸음쳐왔다. 청와대 청원 때문에 국회 청원이 적은 게 아니다. 13대 국회부터 운영돼온 국회 청원제도는 16대 765건을 정점으로, 17대 432건, 18대 272건, 19대 227건으로 꾸준히 줄어 왔다. 19대에서 채택된 청원은 2건에 불과하다 국민은 국회를 통한 청원은 유명무실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현재 파리 날리는 청원 제도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국회 중심의 국민청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국민 발언 기회를 박탈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국회 청원제도를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의 순서로 본다면 청와대 청원에 대한 비판에 앞서 국회 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개선 방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민원이 안고 있던 문제들에 대한 검토도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개선 방향과 방안
국회 청원제도 개선은 편리성, 공개성, 숙의성 강화와 상설화를 기본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첫째, 청원에 필요한 요건을 현실에 맞게 고쳐 국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 소개 요건을 없애고, 문서뿐 아니라 온라인 청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현재 유명무실한 청원심사소위원회를 민원 전담 상설기구로 대체해야 한다. 이 기구에서 민원 내용을 분류하고 심사하여, 개인적 민원이 아닌, 다수 국민의 삶과 관련한 내용은 공론에 부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셋째, 공개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민원 청원인이 거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접수된 모든 민원 사항은 누구나 쉽게 접근하여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넷째, 숙의 과정을 배치해야 한다. 공적 성격의 민원인 경우, 처리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관심 있는 국민이 참여하여 찬반을 포함하여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와 정치 환경이 비교적 유사한 독일의 국회중심 e-청원제도가 참고가 될 만하다. 독일은 2005년 국회 청원제도 개혁을 통해 e-메일 청원을 허용한 이후, 국회를 중심으로 e-청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e-메일을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청원서가 제출된다. 26명의 연방의회의원으로 구성된 청원위원회 심사를 통해 사안의 성격이 개인적 이해가 아닌 공적 문제이고 이를 청원인이 공적 논의를 원하는 경우, 공개 온라인 포럼방을 개설하여 찬반을 포함하여 공개토론을 진행한다. 4주간 진행되는 온라인 포럼에서 5만 명 이상이 서명을 받은 청원은 공청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공청회에서 청원 내용 검토와 채택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그 결과를 종합하여 의회에 상정하게 된다. 독일 청원제도의 특징은 의회가 중심이 되고, 청원에 대해 의원의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 공개와 공적 논의를 보장하고, 숙의를 위한 공론장을 먼저 형성한다는 점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