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학교 급식에서 '정크푸드' 퇴출한다

미셸 오바마도 '레츠 무브' 캠페인 돌입…아동 비만 해결 의지

미국 정부가 학교 급식에서 '정크푸드(junk food)'를 퇴출시킨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9일 아동 비만 퇴치 방안 관련 태스크포스팀 구성을 위한 대통령 행정 명령에 서명하면서 "오늘의 아이들이 건강한 몸무게를 가진 어른이 되도록 1세기 안에 아동 비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에는 켄 살라자르 내무부 장관, 캐슬린 시벨리우스 보건부 장관, 안 덩컨 교육부 장관 등 내각 고위 관료들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90일 이내에 범부처 종합 대책을 마련하게 된다.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도 '레츠 무브(Let's Move)'로 명명된 아동 비만 퇴치 캠페인의 전면에 나섰다. 미셸은 이날 <USA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어린이 3명 중 1명이 비만"이라며 "정크푸드 섭취가 많은 빈민층 아이들이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학교 급식에서 정크푸드 대신 건강한 식품을 제공하고, 식품 내용을 정확하게 표시하는 라벨링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당장 약 4억 달러가량이 이 캠페인에 투입될 예정이다.

미국, '정크푸드' 퇴출과 맞물린 '로컬 푸드' 열풍

사실 오바마 정부에서 '정크푸드 및 아동 비만 퇴출' 움직임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 상원 농업위원회 의장인 민주당 톰 하킨 의원과 공화당 리사 머코스키 의원은 학교 내에서 파는 음식도 농무부의 영양 기준을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각 학교에서 제공하는 급식에 대해서만 영양 기준을 충족하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이를 교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식품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 백악관 텃밭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는 미셸 오바마. ⓒAP=뉴시스
오바마 대통령 역시 미국인의 비만율을 낮추기 위해 청량음료에 '죄악세(sin tax)'를 부과하는 방안을 지난해 9월부터 검토 중이다. 그동안 미국 내에서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아동 비만 해결을 위해 청량음료와 정크푸드에 과세를 해야 한다는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코카콜라 등 음료 업체들의 오랜 '반대 로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쐐기를 박은 것.

이와 맞물려,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지난해부터 백악관 내 텃밭을 만들어 직접 친환경 식품을 재배하면서 미국 내 '유기농 바람'에 한 몫을 했다. '백악관 텃밭'은 <잡식동물의 딜레마>(조윤정 옮김, 다른세상 펴냄) 등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마이클 폴란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폴란은 대통령 후보자들에게 미국 식품 사업의 문제를 지적하고, 백악관에 텃밭을 가꿀 것을 제안하는 공개 서한을 지난해 말 <뉴욕타임스>에 기고했고, 오바마 측에서 이에 대한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미국 내 '도심 텃밭' 열풍을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친환경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은 오바마 정부의 국민 건강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반증한다. 친환경 농업과 건강 식품의 강력한 옹호자로 꼽히는 터프츠대학의 캐슬린 메리건 교수를 농무부 차관으로 임명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해 9월 새로운 로컬 푸드(local food) 정책인 '당신의 농부를 알고, 당신의 음식을 알기"(Know Your Farmer, Know Your Food)'를 발표하며 지역 농장과 학교 등을 연계하는 정책 지원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청소년 3명 중 1명꼴로 비만…미 정부 "급식서 정크푸드 퇴출한다"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미국인의 관심은 미국이 그만큼 '살쪄 있는'데서 비롯됐다. 실제 미 공중위생국 통계를 보면, 현재 미국 내에서 성인 3명 중 2명꼴로 비만이다. 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통계를 보면, 현재 2~19세 사이의 미국 청소년 가운데 32퍼센트인 2500만 명이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다. 히스패닉 청소년의 38퍼센트, 흑인 청소년의 36퍼센트, 백인 청소년의 29퍼센트가 이에 해당한다.

어린이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고콜레스트롤 등 여러 질병을 유발할 수 있으며, 비만에 걸린 어린이들이 부모 세대에 비해 수명이 2~5년 짧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2005년 발표된 바 있다.

오바마 정부는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어린이에게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의 급식을 제공하기 위한 '아동 영양 인가법'과 관련해, 학교 급식에서 친환경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향후 10년간 100억 달러를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어린이 비만 퇴치를 위한 재단을 설립하고, 학교 식당의 시설 개선을 위해 25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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