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연 판도라, 인류의 희망? 종(種)의 재앙?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유전자 변형 인간의 탄생

2018년 11월 홍콩에서 열린 제2회 국제인류유전자편집학술회의에서 허젠쿠이(贺建奎) 중국 남방과학기술대학 교수는 "유전자를 편집한 쌍둥이가 태어났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불임치료를 받고 있는 7쌍의 부부로부터 배아를 채취, 유전자가위(CRISPR)를 사용하여 유전자 교정을 했다. 그리고 한 쌍의 부부로부터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면역력을 가진 룰루(Lulu)와 나나(Nana)란 이름의 쌍둥이를 얻는데 성공하였다.

그동안 유전자 변형 아기의 탄생은 시간이 문제였지 이미 예견된 사건이었다. 과학자들이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실험'을 허젠쿠이(贺建奎)가 실행에 옮겼을 뿐이다. 중국은 이미 2015년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인간 배아 실험을 가장 먼저 허용하였다. 허젠쿠이가 무모한 '일탈'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중국 당국의 태도와 관련이 깊다.

중국은 2003년 12월 24일 과기부(科技部)와 위생부(卫生部)가 공동 발표한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윤리 지도원칙(人胚胎干细胞研究论理指导原则)>을 통하여 유전자 편집기술을 통제하여 오고 있었다. 그러나 허젠쿠이는 엄격히 금지된 출산 목적의 인간 유전자 편집을 과감히 시도했다.

크리스퍼(CRISPR), 판도라 상자를 여는 열쇠가 되다.


오늘날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는 생명 현상의 신비를 밝히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유전자 가위는 '판도라 상자(Pandora Box)'를 여는 열쇠가 됐다. 금단의 상자를 열어 인류에게 죽음과 질병을 안겨준 판도라, 그러나 그리스 신화의 원전을 찾아가면 그녀 자신도 원래 인류에 대한 재앙으로 만들어진 인조인간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미 보편화된 'GMO 곡물'의 경우처럼 그 위험성에 대한 아무런 검증도 없이 유전자 가위의 사용이 보편화된다면 인류가 창조한 '신인류'의 탄생으로 '현생인류'는 지구 역사 속으로 사라질 지도 모른다. 찰스 다윈이 '진화론(evolutinary theory)'에서 예언한 돌연변이와 적자(適者)생존을 통한 종의 교체가 이루어지는 것을 뛰어넘어, 인류 스스로 새로운 종을 창조하고 멸망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자연임신이 아닌 인공수정 만으로만 아이를 출산하도록 통제하는 인류의 미래를 다룬 영화 '가타카(Gattaca)'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알파고(AlpaGo)가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를 가져왔듯이, 유전자 조작기술 역시 유전자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사회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호기심과 편리를 위하여 만들어진 기술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대한 인간의 새로운 윤리관이 중요해졌다. 노화를 되돌리고, 신체를 자유롭게 교체하고, 태어날 아기를 마음대로 선별하거나 DNA를 조작, 편집하는 것이 인류를 더욱 행복하게 할까? 아니면 인간의 신체적 능력이나 조건조차도 경제력의 차이가 결정하는 세상이 될 것인가?

나아가 가까운 장래에는 유전자 분석과 줄기세포 치료 등에 부의 양극화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부유한 계층은 유전자 편집과 줄기세포 치료가 일반화되고 빈곤층은 아예 혜택을 못 누리거나 불법의 시술에 의존하게 되어 인류의 극심한 계층 분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미래의 생명공학은 인류에게 질병 치료, 수명연장, 식량, 에너지, 환경 등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같이 드리우고 있다. 새로운 윤리관에 바탕을 둔 정비된 법률과 제도 없이는 '판도라 상자(Pandora Box)'안에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까지도 아무 쓸모없게 된다.

인간 유전자 편집 기술의 경우, 현재의 과학기술의 수준에서는 그 이득보다는 위험성이 훨씬 더 크다. 현재 하나의 유전자를 조작했을 때 또 다른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지에 대한 충분한 지식마저도 없다. 특히 인간 배아의 유전자 조작은 후손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재차의 검증을 통한 접근이 필요하다.

소 잃은 뒤에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유전자편집은 지금까지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환상적인 이야기였다. 그러나 지금 영화 속의 현실이 실제로 우리 눈앞에 실현되고 있다. 인류 전체가 짊어져야 할 위기감과 윤리적 과제를 놓고 전 지구적인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허젠쿠이(贺建奎) 사건 이후에 세계 과학계는 물론 중국 정부도 유전자 과학기술의 인간 적용에 대하여 그 위험성과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2019년 2월 26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国家卫生健康委员会)가 발표한 <생물의학신기술임상응용관리조례(生物医学新技术临床应用管理条例, 의견청구안)>는 이러한 우려에서 등장한 국무원 법령으로 앞으로 중국에서 유전자 가위를 통한 연구에 학술심사와 윤리심사를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본 조례의 <의견청구안>에서는 고위험생물의학기술에 DNA편집기술, 생물복제기술, 보조생식기술 등을 포함시키고 있다. 그리고 고위험생물의학기술의 임상실험 시에 각 단계마다 엄격한 심사를 거친 후 등록을 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이어 2019년 3월 14일 7개국의 과학자와 윤리학자 18명은 국제 공동의 규범이 정립되고 안전성이 입중되기 전까지는 최소 5년간 유전자 편집 인간 배아의 착상을 전면 중단하는 한편 인간 유전자 편집을 관리 감독할 국제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과학저널 <네이처>( Nature)'에 발표하였다.

생명과학을 통제 규율하는 법제도는 연구기술 본연의 도전성, 연구윤리, 사회질서를 모두 고려하는 균형 감각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고 이는 인류의 영원한 숙제로 논의의 핵심이다. 허젠쿠이(贺建奎)의 무모한 실험이 있기 전에 각국이 실질적인 법제도를 만들어 규제하였더라면 하는 후회는 있지만 지금이라도 무너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우리나라는 2005년 '황우석 사태'를 계기로 생명윤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후 생명과학기술에 대한 체계적 발전의 대안을 아직까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순수 연구 목적의 인간배아 유전자 편집마저도 금지하고 있다. 유전자 편집에 대한 실질적인 법제도 확립과 함께 생명공학의 발전을 위하여 금지한다고 규정하지 않는 모든 행위에 대하여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의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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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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