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촉동 총리가 국민에게 보낸 공개서한

<긴급 투고> 사스 위험지역에서 입국하시는 분들께

최근에 중국으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입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열이나 기침이 나는 사람이 있는데 공항 검색을 통과하기 위해서 해열제나 기침 가라 앉히는 약을 먹고 비행기를 타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또 입국할 때는 잠복기에 있다가 나중에 발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가족에게 옮기는 것이 두려워 여관에 투숙하는 경우도 있으며, 병원에 가더라도 SARS로 진단되는 것이 두려워서 여행 사실을 숨기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SARS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감기나 독감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가겠지만, 바이러스가 나이가 많은 어르신 들이나 병약한 몸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파되면 치명적인 폐렴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만일에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발병 사실을 숨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될 위험성이 있는 행동(열, 기침 등이 있는 상태에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중 교통수단 학교, 회사, 교회, 백화점 등에 가는 행동)을 한다면, 이것은 다른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행동입니다. 이런 행동은 에이즈바이러스에 감염된 줄 알면서도 주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만일에 공공 장소에서 SARS에 걸린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발생하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우리 나라를 SARS 위험국가로 분류하고, 중국이나 홍콩과 마찬가지로 여행하기 위험한 나라 리스트에 올립니다.

사실 어느나라 정부도 호흡기로 전파되는 전염병이 유입되지 못하도록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SARS환자와 함께 사는 가족이나 SARS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인들도 자칫 잘못하면 SARS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SARS감염자가 무책임한 행동으로 사회에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일은 막아야 합니다.

싱가포르에서도 이렇게 무책임한 행동으로 도매 시장에 SARS가 확산될 사태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이러 사태에 즈음해서 싱가포르 고촉동 총리가 국민들에게 보낸 공개 서한을 한번 읽어보십시요. SARS위험지역으로부터 입국하는 비행기 내에서 입국서류를 작성하기 전에 기내 방송으로 한번씩 꼭 들려주고 싶은 내용입니다.

***고촉동 총리가 국민들에게 보낸 공개서한**

친애하는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지난 토요일, 저는 SARS와의 전쟁에서 국민 각자가 지켜야 할 개인의 의무를 다 해줄 것을 당부한 바 있습니다. 이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정부가 만든 모든 규칙과 지침을 국민 여러분이 제대로 지키는 경우에만 우리는 SARS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국민 각자가 자기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지켜야만 SARS를 둘러싼 방어벽에 구멍이 뚫리지 않습니다.

불행하게도 싱가포르 국민 가운데 일부는 아직도 보건 당국이 지시한 권고사항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SARS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못합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지 간에 이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는 물론, 우리 사회에도 위협을 안겨줍니다.

최근 Pasir Panjang 도매센터에서 발생한 감염 사례는 이런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 도매 센터에서 일하는 72세 할아버지의 가족 8명은 열이 나자 동네 병원에 찾아갔습니다. 동네 의사는 이들 가족이 SARS에 걸린 것이 의심된다고 진단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앰뷸란스를 보내주라는 전화를 걸었습니다. 앰뷸란스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 의사는 문제의 가족들에게 마스크를 주면서 쓰라고 지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진료실 밖에다 의자를 갖다 주면서 앰뷸란스가 올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였습니다. 얼마 후 그 의사는 가족들이 지시를 잘 따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나와 보았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가족들은 마스크를 벗어 버리고 옆에 있는 식당가와 한약 상점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의사가 지시한 바를 따르지 않음으로써 그 가족은 주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린 것입니다.

Pasir Panjang 도매센터에서 벌어진 또 다른 감염 사례도 무책임한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도매 센터에서 일하는 어떤 사람이 며칠 전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람은 동네 의원에서 진찰을 받고, 그 다음에는 종합 병원, 그리고 그 다음에는 한의원 2 곳에 가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Changi 종합병원에 가서야 Tan Tock Seung 병원(싱가포르의 사스지정병원임)으로 전원되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의료 기관을 찾아다니면서 이 사람은 여러 사람에게 SARS에 걸릴 위험성을 안겨 준 것입니다.

만일에 여러분이 병이 나는 경우에는 즉시 의사의 진료를 받으십시오. 진료를 받은 후에도 계속해서 아프면 다시 처음에 진찰을 받은 의사에게 찾아가십시오. 그 의사는 당신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적절한 처방을 해 줄 것입니다. 만일에 이렇게 하지 않고, 다른 의사에게 가거나, 병원을 옮기면 새로운 의사는 당신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고, 따라서 당신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이 병원에서 저 병원으로 옮겨 다니는 동안에 당신은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물론이고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의사에게 모든 사실을 말해야 합니다. 당신이 가진 증상과 여행을 다녀온 사실을 숨기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사실을 제대로 말해 주어야만 의사가 당신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만일에 당신이 열, 기침, 호흡곤란, 근육통과 같은 SARS증세가 나타나고 당신이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고 한다면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서 앰뷸란스를 보내달라고 요청하십시오, 그리고 SARS 지정병원인 Tan Tock Seng 병원으로 와서 진료를 받으십시오. 초기에 병을 발견하고 치료를 받으면 빨리 회복이 됩니다. SARS에 걸렸다가 회복이 되어 퇴원한 사람이 오늘 현재 110명이나 됩니다.

사스 지정병원인 Tan Tock Seng 병원으로 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여러분이 SARS에 걸렸다고 생각하면서도 Tan Tock Seng병원으로 가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는 것이 됩니다. Tang Tock Seng병원에서 가서 SARS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여러분이 SARS에 걸리지는 않습니다. 이 병원은 철저하게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합니다. 이렇게 엄격한 조치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지난 3월31일 이후로 이 병원에서 SARS에 걸린 사람은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자택 격리 명령을 받은 일부 국민들의 행동을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들은 당국의 지시에 협조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보건 당국에서 전화를 걸어도 받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보건 당국에게 자신들을 귀찮게 하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14명은 자택격리명령을 위반하였습니다.

자택격리는 일반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뿐만이 아니라, 자택 격리를 당하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그 가족들도 보호하는 것입니다. 보건 당국에서 전화를 하는 것은 병세를 묻고 필요하면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기 위해서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는 지금부터 자택격리를 더 엄격하게 시행하겠습니다. 우리는 자택격리 조치에 따르지 않음으로써 SARS가 조기에 발견되지 못하고, 그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들까지 감염되는 사태를 그대로 방치해 둘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SARS가 지역 사회에 퍼져 나가고 난 다음에는 SARS를 관리하기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병을 퇴치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자택격리 조치 명령을 받은 사람이 보건 당국의 전화에 응답을 하지 않으면 CISCO (경비요원)이 즉각 달려가서 전자 팔찌를 채울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4월 24일에 열리는 국회에 전염병법 개정안을 상정할 것입니다. 이 개정법에는 자택격리명령에 불복한 사람에게 법원의 허락을 받지 않고도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반복해서 자택격리명령을 어긴 사람은 감옥에 가둘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SARS사태가 급박하기 때문에 이번 개정법안을 긴급하게 처리하여 4월 24일부터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런 조치들이 너무 엄격할지 모르겠으나, 이것은 필요한 조치입니다. 우리가 전염병 확산의 연결 고리를 끊는데 있어서 관대한 처분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오히려 우리 싱가포르 국민을 SARS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어렵사리 만들어 놓은 철저한 방역망을 잠식하고 말 것입니다.

싱가포르에서 SARS를 퇴치하는데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협조해야 하며,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이전에 겪은 재난에서도 그렇게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서 노력한다면 SARS를 퇴치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촉동 총리
(2003. 4. 23. 싱가포르 총리가 국민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