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이재용 만남?... 재판은 재판, 경제는 경제"

KBS 특집 대담서 "올해 고용증가분 15만→20만으로 상향될 것"

문재인 대통령이 재판을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근 만난 것이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이 부회장을 만난 건) 봐주기 아니냐는 것은 우리 사법권 독립을 훼손하는 말씀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재판은 재판, 경제는 경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고용상황 개선에도 자신감을 표했다. "올해 고용증가분을 15만 명 수준으로 잡았는데, 지금은 20만 명으로 상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9일 문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아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경제관련 이슈에 관해 답변하는 자리에서 이 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근 삼성전자를 방문했고,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 (이재용-박근혜 뇌물 사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이 부회장을 만나는 데 대해 부담이 없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을 만나려 한 것이 아니라) 삼성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 원을 투자하는 현장을 방문한 것"이라며 "저는 그렇게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벤처기업이든 누구든 만날 수 있고 방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러면서(이 부회장을 만나면서) 제가 '두 가지 비판이 있겠다'고 예상했다. 하나는 재벌성장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 두 번째는 (이 부회장) 재판 앞두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리라 생각했다며 "저는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보는 사고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재벌을 만나면 친재벌이 되고, 노동자 만나면 친노동자 되겠나"며 "그날(4월 30일) 방문을 앞두고 오전 국무회의에서는 대기업 오너들이 횡령이나 배임 범죄 저지르고도 계속 경영권 가지는 것을 못하도록 횡령, 배임 유죄판결 받으면 임원자격 가지지 못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편 고용 상황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올해 어느 정도 개선되는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일부 있음에도, 긍정적인 모습을 봐달라고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적어도 고용시장 안에 들어온 분들, 고용된 노동자들의 급여는 굉장히 좋아졌다"며 "저소득 노동자 비중이 역대 최고로 낮아졌다. 1분위 노동자와 5분위 노동자 사이 임금격차도 역대 최저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임금노동자 가구 소득이 크게 올라갔고, 한편으로 지난 3월에는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50만 명 늘어나서 고용안전망 속에 들어온 분들이 늘어났다"고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고용시장 안에서의 긍정적인 효과는 뚜렷한데, 고용시장 바깥에 있는 자영업자의 삶이나 가장 아래층에 있던 노동자가 고용시장에서 밀려나게 돼서 어려움을 겪는 이런 부분을 함께 해결하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며 "이런 분들 어려움을 해소해줄 수 있는 자영업자 대책, 사회안전망을 넓히는 대책이 최저임금 인상과 동시에 병행해서 시행됐다면 어려움을 덜어드릴 수 있었을텐데,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에 의해 먼저 시행되고 자영업자 대책이나 EITC는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시차가 생기게 되는 이런 부분이 어려운 점이기도 하고, 당사자에게 정부로서 송구스러운 점"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고용 상황이 나빠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관련 내용을 답하면서 문 대통령은 구체적 수치를 상당 부분 인용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량 증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느냐에 대해서는 서로 평가가 다릅니다만, 이 부분은 (효과를 판단하는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부분"이라며 "작년 1년간 보면 고용 증가가 현저히 둔화돼서 고용증가 수가 10만 명 밑으로 떨어졌는데, 금년 2, 3월 두달 동안은 25만 명 수준으로 다시 높아졌고, 정부는 그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당초 경제계획 상으로는 올해 고용증가를 15만 명 정도로 잡았는데 지금은 20만명 정도로 상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추경까지 통과된다면 목표달성에 용이하리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등에 대해서는 "우리(정부)가 그 부분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으로 문 대통령은 크게 △주력 산업 혁신 △신산업 성장 △벤처 창업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 등 네 가지를 꼽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2, 3월 청년 고용률이 아주 높아졌고 청년 실업률은 아주 낮아졌다. 특히 25~29세 사이는 굉장히 인구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상황이 아주 좋아졌다"면서 "물론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라며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청년을 향한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방안으로 "첫째, (한국이) 제조업 강국인데 그동안 조선이나 자동차 같은 주력 제조업이 세계경기 둔화 속에서 부진 겪었다. 이를 혁신해서, 고도화해서 일자리 늘리는 방향이 있다"며 "신산업을 성장시켜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벤처 창업 크게 늘리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공공 일자리 부분도 소방관이나 경찰의 경우 아직 수가 부족하다"며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아직 많이 부족한 실정이죠. 그런 것 통해서도 일자리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낮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한국 수준의 글로벌 국가들과 비교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고 적극 반박했다. 경제성장률보다 중요한 건 양극화 해소라고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1분기에) 앞에 분기에 비해 0.3% 마이너스 성장했고, 작년에 비하자면 1.8% 성장했다. 우리 목표는 적어도 2.5~2.6%인데 앞으로 만회해야 한다"고 경제성장률 둔화 현상을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1분기 마지막인 3월에는 저성장 원인이었던 수출 부진, 투자 부진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고 좋아지는 추세"였다며 "2분기부터는 상황이 좋아져서 하반기에는 우리 잠재성장률에 해당하는 2% 중후반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은 거시적으로 한국 경제가 크게 성공 거뒀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1인당 연평균) 소득 3만불을 넘어서면서 세계에서 7번째로 '소득 3만 불,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3050클럽에 가입했다"며 "그런 나라들, G20 국가나 OECD 국가에서는 한국이 상당한 고성장 국가"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3050 국가에서는 (지난해) 한국이 미국 다음으로 성장률이 높았다. 거시적인 경제 성공은 우리가 인정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다만 "그것(경제성장률)이 국민에게 고르게 소득 배분이 되지 않아서 아직도 양극화가 심각하고, 특히 소득이 낮은 층의 소득이 늘지 않아서 그분들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용 증가가 많이 주춤해져서 일자리 늘려야 한다는 것은 정부도 똑같이 인식하고 똑같이 아픔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정부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 자동차 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하겠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기존 제조업 혁신을 통해서 다시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굳건히 하려 한다"며 "한편으로는 제2의 벤처 붐을 일으켜야 한다. 이미 작년에 벤처 창업 수도, 벤처투자액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런 벤처붐을 크게 일으켜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더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어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육성하려는 산업이 주로 대기업 주도 종목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반드시 그렇지 않다. 파운드리 반도체 부분은 다른 기업이 설계한 반도체를 주문받아 생산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잘하겠지만, 설계만 하는 펩리스 부분은 오히려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이라고 강조했다.

또 "바이오·헬스 분야도 오히려 중소기업이 약진하고 있다. 특히 코스닥 상장업체의 수출이 늘고 있다"며 "미래형 자동차도 우리가 대기업 자동차 회사만 생각하는데, 실제로 경차 전기차, 상용차 전기차 부분은 중소기업들이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버스 노조의 총파업 결정으로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는 주 52시간제의 안착은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에는 50인 이상 사업체에 주 52시간 노동제가 적용되는데, 그 부분에는 미리 대비책 세우고 충분한 계도기간을 줌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며 "과거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될 때 걱정이 많았지만 잘 안착한 것처럼, 그렇게 기대한다"고 말했다.

버스 노조 파업에 대해 문 대통령은 현상을 진단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대부분 지자체에서는 이미 공영제, 준공영제를 통해서 주52시간 노동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다만 경기도 시내버스의 경우 주 52시간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버스기사 채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요금 인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고 언급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경제관련 이슈에 관해 이야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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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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