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환 암초' 정면돌파…공은 문희상 의장에게

바른미래, 오신환을 채이배로 교체키로…유승민계 집단행동

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 돌발 변수로 떠오른 오신환 의원에 대한 사보임을 강행키로 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소속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인 오신환 의원을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는 위원 사보임 요청안을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보낼 방침이다.

바른미래당 원내지도부의 이같은 결정은, 앞서 오 의원이 패스트트랙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언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패스트트랙 처리가 불발 위기에 처하자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여야 4당 합의는 지켜질 가능성이 커졌지만, 내홍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바른미래당은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마지막까지 오 의원을 설득하겠다"며 접촉을 시도했으나 오 의원은 반대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오 의원을 사개특위 위원에서 교체하는 결단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 원내 관계자는 "내일이 지나면 (상황이) 끝난다. 달리 방법이 없다"며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이날 오후 바른미래당 원내지도부는 사보임 요청안을 제출하려 했으나 국회 의사과 앞에 진을 친 유승민, 오신환, 지상욱, 이혜훈 의원 등의 저지로 결국 제출하지 못했다.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는 당초 이날 의원회관에서 패스트트랙 등 현안 대응을 위해 회동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당 원내지도부가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본청 의사과 사무실로 달려가 실력 저지에 나섰다.

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김관영 원내대표가 사보임계를 제출했다고 듣고 달려오는 길"이라며 "제가 원내대표에게 수 차 확인을 했다. 표결 직전까지 '당론이 아니기 때문에 오 의원을 어떤 이유로든 사보임해선 안 된다'고 분명히 말씀드렸고 원내대표가 그렇게 안 한다고 분명히 여러번 약속했던 상황이다. 이걸 하루만에 말을 뒤집고 사보임을 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한 분노를 표시했다. 그는 "제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거짓말하는 사람"이라며 "이 문제는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은 "최대한 사보임계가 제출되지 않도록 몸으로 막고, 설사 제출되더라도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께서 (결재를) 안 하리라 믿고 의장께도 저의 메시지를 꼭 전달하겠다"고 했다. 유 의원과 함께 의사과에서 실력 저지에 나선 하태경 최고위원, 지상욱 의원 등은 "5시 45분 현재까지 팩스로 접수된 것이 없다고 확인을 받았다"며 사보임계 제출을 물리적으로라도 막을 태세임을 분명히 했다.

당사자인 오신환 의원도 이들과 함께 나섰다. 오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불법 만행을 저지른 것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김 원내대표는 즉각 사보임 시도에 대해 사죄하고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오 의원은 "어제 저와 오후 5시경 만나 서로 의견을 조율했으나 저는 사임계를 제출하겠다고 한 적도 없고, 또한 (지도부가) 사보임을 해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전날) 사임계 제출 요구가 있었으나 동의한 적이 없고, 오늘도 (나를) 설득하고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사임계를 제출하겠다'고 하고 헤어졌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김 원내대표와의 접촉 사실에 대해 밝혔다.

난감한 처지에 놓인 바른미래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중 강행처리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오늘은 힘들지 않나 싶다"며 "내일로 넘어갈지, 그 경우 25일 중으로 예정된 사개특위 회의는 어떻게 되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일부 언론은 바른미래당 원내지도부가 5시께 팩스로 사보임계를 제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으나, 통상 업무종료 시간인 6시까지는 사보임계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6시가 넘은 시점에서, 오늘은 접수가 되더라도 문 의장이 결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 의원 등이 의사과에서 무한정 대기할 수도 없고, 인편 접수를 막더라도 팩스 접수 등의 방법도 있기에 결국 김 원내대표가 의지를 굽히지 않는 한 사보임계 제출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5일 오전 다시 사보임 요청안 제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가 사보임계를 접수하면 공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넘어간다. 사보임을 불허하라는 자유한국당의 격렬한 반발 속에 문 의장은 "최후의 결정은 내가 한다"고 일축해둔 상태다. 사보임에 관한 국회법 규정이 여야 간 해석 논쟁에 휘말려 있어 문 의장으로서는 결론을 쉽게 내리기 어려운 조건이다.

자유한국당과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위원을 개선할 때 임시회의 경우에는 회기 중에 개선할 수 없다'는 국회법 제48조 6항을 근거로 오 의원의 사보임은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월 임시국회 회기 중인 상태여서 특위 위원을 사보임(개선)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회법 원안의) '임시회의 경우 동일 회기 중에 개선할 수 없고'라는 문구가 법사위 자구 심사를 거치면서 '동일'이라는 단어가 빠진 것이고 이는 '동일'을 빼더라도 의미가 통한다고 본 것"(하승수 변호사)이라는 반론이 있다.

또한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이학재 의원의 정보위원장 사임과 후임 이혜훈 위원장 보임(12월 임시국회 회기중), 이언주 의원의 산자위 사임(3월 임시국회 회기중) 등 전례도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오 의원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데다 한국당이 강력히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만큼 해석 논쟁이 쉽게 끝나지는 못할 전망이다.

문 의장이 법문 해석과 국회 관행 등을 고려해 사보임 요청을 최종 승인하더라도 25일 열릴 예정인 사개특위에서 공수처 법안 패스트트랙 태우기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도 불투명하다. 총력 저지 방침을 밝힌 자유한국당이 특위 진행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여야 4당 의원들과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특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패스트트랙 지정이 무기명 투표로 규정된 점도 변수다. 재적위원 18명 중 여야 4당 소속의원은 11명이다. 이들 중 단 1명만 이탈해도 패스트트랙이 무산되는 탓에 섣불리 표결 전망을 낙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패스트트랙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바른미래당 원내 지도부의 사보임 조치는 구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가 동거 중이었던 바른미래당에 분당 사태까지 배제할 수 없는 후폭풍을 일으킬 전망이다.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가 탈당 등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도 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오후 회동에서 탈당 얘기도 나왔음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했다. 구 바른정당계 원외 지역위원장들도 이날부터 지도부 총사퇴 등을 요구하는 실력 행사에 돌입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과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김 원내대표의 사보임 요청은 국회법 위반'이라는 취지의 국회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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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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