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연구자료 일부를 제출한 SK케미칼이 지난해 이뤄진 환경부 현장조사 땐 관련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며 제출하지 않은 사실이 들통난 데 따른 것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12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SK케미칼·SK이노베이션 법인과 직원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상 환경부 장관은 필요한 경우 가습기 살균제 사업자, 피해자 및 유족 등을 조사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때 거짓된 자료, 물건을 제출하거나 허위 진술을 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2017년 특별법이 시행된 이래 이 조항에 따른 기업 고발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해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관련 자료를 은폐한 혐의(증거인멸)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SK의 혐의가 늘어난 셈이다.
SK가 환경부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자료는 유공(현 SK이노베이션·SK케미칼)이 국내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 당시인 1994년 진행한 유해성 실험 결과다.
당시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독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 교수팀은 CMIT·MIT 원료로 만든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여부를 검증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유공이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한 점이 이번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2000년 유공의 가습기 살균제 사업부문을 인수한 SK케미칼은 흡입독성 실험 등을 통한 안전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제품을 판매했다.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검찰 재수사가 시작되자 1994년 보고서 일부를 검찰에 제출하며 증거인멸은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지난해 환경부가 벌인 현장조사 때는 관련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가 환경부로부터 고발당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이달 초 박철(53) SK케미칼 부사장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기소한 뒤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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