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법정서 사과도 없이 5.18 '헬기 사격' 부인

'알츠하이머 주장' 전두환 재판장 묻는 말에 또박또박 답변

39년 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된 것이 아니"라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1일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전 전 대통령은 "과거 국가 기관 기록과 검찰 조사를 토대로 회고록을 쓴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기자의 질문에 발끈한 전두환 전 대통령. ⓒ연합뉴스

알츠하이머를 주장해왔던 그는 "재판장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하겠다"며 헤드셋을 쓰고 재판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헤드셋을 쓴 채 생년월일과 주거지 주소, 기준지 주소 등을 확인하는 질문에 모두 "네 맞습니다"고 답변했다.

부인인 이순자 여사는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전 전 대통령과 나란히 앉았다.

검찰은 국가기록원 자료와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관련 수사 및 공판 기록, 참고인 진술 등을 조사해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했다며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허위 내용을 적시해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5.18 당시 헬기 사격설, 특히 조 신부가 주장한 5월 21일 오후 2시께 광주 불로교 상공에서의 헬기 사격 여부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정 변호사는 5.18 당시 광주에서 기총소사는 없었으며, 기총소사가 있었다고 해도 조 신부가 주장하는 시점에 헬기 사격이 없었다면 공소사실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은 본인의 기억과 국가 기관 기록, (1995년) 검찰 수사 기록을 토대로 확인된 내용을 회고록에 기술했다. 고의성을 가지고 허위사실을 기록해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형사소송법 319조를 근거로 이 사건의 범죄지 관할을 광주라고 볼 수 없다며 재판 관할 이전을 신청하는 의견서도 제출했다.

재판은 시작 1시간 15분 만인 오후 3시 45분께 끝났다.

앞서 재판 시작 전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법정 앞에서 기자들에게 "잘못했다고 사과 한마디만 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조 신부가 바란 사과는 끝내 없었다. 전 전 대통령은 광주 시민들의 항의 속에 광주를 떠났다.


다음 공판은 다음 달 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11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형사재판 출석을 마치고 광주지방법원을 빠져나가자 시위대가 법원 진입로를 메우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