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탄력근로제 반발이 '떼쓰기'라고?

노동 전문가들 "탄력근로제 확대는 시기상조"

탄력근로제는 특정 기간·계절에 일이 몰리는 업종을 고려해,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노동시간인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을 초과해 예외적으로 일을 시킬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노사 합의로 정한 기간 3개월 내에 하루 최대 12시간(연장근로 포함시 24시간), 최대 주 64(연장근로 포함)시간까지 가능하다.

기존에는 노사 합의로 3개월까지만 탄력근로 적용이 가능했으나,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6개월로 단위 기간 확대에 합의했다.

물론 근로자 위원 불참으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7일 본위원회를 열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방안을 최종 의결하려던 경사노위의 계획은 무산됐다. 탄력근로제를 둘러싼 진통이 다시 한 번 드러났으나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오는 11일 본위원회를 다시 열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국회도 6개월까지 탄력근로가 가능하도록 하는 입법을 준비 중이다.

일각에선 탄력근로제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을 '떼쓰기', '막무가내식 투쟁'이라고 비난한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노조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공공연하다. 과연 탄력근로제에 대한 노동계의 우려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있는 것일까?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가 최선일까


7일 국회에서는 이정미 정의당 의원의 주최로 탄력근로제 확대의 사회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탄력근로제 도입이 노동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했다.

김지용 건설기업노조 홍보부장은 현장 증언을 통해 "탄력 근로시간제를 악용하면 1주일 최대 64시간씩 거의 11주 연속 노동을 하게 된다"며 "앞뒤 교차로 탄력근로제를 연이어 사용하면 최대 5개월 이상 주 64시간 노동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결국 탄력근로제 확대는 사용자의 판단에 의해 사용되며, 특수한 경우에도 제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며 "또한 상시적인 연장근로와 수당에 대한 미지급도 문제"라고 우려했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시 연장근로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한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최대12시간)에 대해서 연장근로수당(통상임금의 150%)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주 52시간까지는 연장근로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기존에 추가수당을 받으며 일한 12시간의 댓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황선웅 부경대학교 교수는 "탄력근로제 확대는 시기상조"라며 "법적 요건을 준수하지 않고 도입되는 경우가 많고 서면합의 내용이 실제 운용 과정에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어 "OECD 최저 수준의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 근로자 대표 제도도 미비한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가 부족한 채로 의견을 수렴하면 파급효과가 어떻게 퍼져나갈지 우려된다"고 했다.

황 교수는 "현행 근로기준법도 사용자가 임금보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유명무실한 경우가 다수"라며 "이 외에도 탄력근로제 확대는 건강악화, 임금감소, 산재 증가를 초래한다고"지적했다.

또한 경사노위에서 합의한 대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 적용할 때, 현장에서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과의 협의·합의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로 통보만 하도록 한 점도 노동시간에 대한 사용자의 재량권을 대폭 강화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성희 고려대학교 교수는 경사노위 논의 과정을 "단위기간 6개월 연장과 임금보전, 건강권 확보의 맞교환이라는 부등가 교환을 정부여당이 압박하며 시작된 논의가 탄력근로제"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특히 노동권리의 사각지대인 대표권 없는 노동에 대해 실질적인 고려가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탄력근로제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통해' 도입할 수 있지만, 근로자 대표에 대한 구체적 자격은 근로기준법, 노동관계법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이로 인해 회사에 유리하게 '어용 근로자 대표'를 임의로 선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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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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