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NYT 3.1운동 기사에 2.8독립선언 표현 등장 이유는

"영문판 2.8독립선언서가 미국서 3.1독립선언서로 읽혔을 가능성"

미국의 뉴욕타임즈(NYT)는 1919년 3월 13일자 지면에 한국에서 3.1운동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는 3.1운동을 처음 전한 영어권 기사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들 독립을 선언하다'(KOREANS DECLARE FOR INDEPENDENCE)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 이상으로 시위가 퍼져나갔고, 수천명의 시위자가 체포됐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소개하며 AP통신의 기사를 전재해 3.1독립선언의 내용을 소개했다.

이처럼 뉴욕타임즈의 기사에 소개된 3.1독립선언서의 내용이 사실은 2.8독립선언서의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이 2.8독립선언 100주년을 준비하며 일본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나와 주목된다.

7일 재일본한국YMCA에 따르면 교토대 인문과학연구소 소속 연구자인 오노 야스테루(小野容照) 씨는 2017~2018년 6차례에 걸쳐 개최한 2.8독립선언 공개 세미나에서 뉴욕타임즈의 기사에 있는 3.1독립선언서의 내용이 2.8독립선언서을 토대로 작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즈 기사가 소개하는 3.1독립선언서의 내용 중 "우리는 천한 민족이 아니다. 우리는 독립국가로서 43세기의 역사를 갖고 있다"(We are no mean people. We have forty-three centuries of history)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 나오는 '43세기의 역사'라는 표현이 2.8독립선언서에만 나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2.8독립선언서는 우리 민족의 역사에 대해 '4천300년의 유구한 역사'라고 표현했으며, 이와 달리 3.1독립선언서의 경우 '반만년 역사의 권위'라는 표현을 썼다.

오노 씨는 영어로 번역된 2.8독립선언서가 미국에서 3.1독립선언서로 읽혔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2.8독립운동이 넓은 범위에서 선언서를 적극적으로 해외에 퍼트린 전략성을 갖췄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3.1독립선언서가 조선어로만 써졌던 것과 달리 2.8독립선언서는 선언서를 작성했던 춘원 이광수(당시 와세다대 재학) 등에 의해 영어와 일어로 번역됐다.

이는 스스로 독립선언을 하는 것을 넘어서서 선언서의 내용을 해외에 적극 알려 지지를 얻기 위해서였다.

선언서는 2월8일 거사가 있기 직전 일본 제국의회 의원, 주일 각국 대사관, 내외신 신문사 앞으로 보내졌다.

독립선언의 장소가 한성(서울)에 비해 외국의 소식을 접하기 쉬운 '국제도시' 도쿄였던 것은 당시 유학생들이 해외에 독립 선언의 뜻을 적극 알리는 전략을 짰던 계기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어권 국가로 퍼져나갔을 2.8독립선언서의 영문판은 아쉽게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독립선언의 장소가 일본이었고 당시 선언에 참가했던 의사들이 이후 활발하게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까닭에 해방이 된 뒤에야 뒤늦게 2.8독립선언에 대한 사료 수집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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