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는 어떻게 한국을 망치고 있는가

[기고] 불평등과 비효율의 주범인 부동산과 문재인 정부

한 나라의 경제가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는 형평성을 높이는 것, 다른 말로 하면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다. 경제 주체 간 격차가 너무 크면 사회의 안정성은 물론 경제의 역동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경제가 추구하는 또 다른 목표는 효율성, 다른 말로 하면 성장률을 높이는 일이다. 과거엔 형평성보다 효율성을 앞세웠지만, 다시 말해서 형평성을 추구하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뤘지만, 21세기 들어서 형평성이 추락하면, 즉 불평등이 심해지면 효율성(성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를 비효율적으로 만드는 주범이다. 그러므로 불평등을 완화시키고 성장률을 높이려면 부동산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은 부동산 개혁이라는 토대 위에서나 가능한데도 말이다. 그런데 부동산이 불평등과 비효율의 주범이라는 것은 정말 사실일까?

한국 사회에서 소득불평등의 주범은 근로소득이 아니라 부동산소득

한국 사회에서 소득불평등의 제1 원인은 근로소득, 즉 노동소득이고 부동산이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다. 부동산 '소유'불평등이 심한 건 사실이나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소득불평등에는 별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부동산을 전공하는 학자들도 그렇게 말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런 주장의 근거를 살펴보면 부동산소득의 주종이라 할 수 있는 자본이득을 제외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상당 부분의 (귀속) 임대소득도 제외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매매차익과 임대소득의 합'으로 정의되는 부동산소득을 한국은행이 제공하는 국민대차대조표와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취득세 자료를 통해 추산해보면 2016년에만 부동산소득은 505.7조 원이 발생했고, 가계 및 비영리단체만 따로 분류해보면 358.3조 원이 발생한 것으로 나온다. 그러면 이것은 소득불평등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국민계정과 자체 추산한 부동산소득으로 소득 원천별 불평등 기여도를 평가한 <표 1>에서 우리는, 불평등에 근로소득이 44.4%, 부동산소득은 37.2% 기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당연히 소득의 크기가 가장 큰 근로소득이 소득불평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근로소득이 초래한 불평등은 생산성 차이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는데 반해 부동산소득으로 인한 불평등은 생산성 차이와 무관한 불로소득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런 사정들을 감안하면 부동산이 불평등의 '주범'이라는 일반 시민들의 인식은 사실이라고 해야 한다. 그렇다. 한국 사회에서 불평등의 주범은 부동산이다! 역으로 말하면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것이 분배 개선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 국민계정과 자체 추산 부동산소득으로 총액보정을 통한 지니 분해임. 지니 상관계수와 개별 지니계수는 재정패널 2016년도 자료를, 지니계수 분해방법은 Lerman & Yitzhaki(1985, Income inequality effects by income source: a new approach and applications to the United States. The review of economics Vol. 67 No. 1. pp. 151~156)의 방법을 사용함. ** 이 표는 이진수 연구원(토지+자유연구소 객원연구원)이 생산했음. 자료 : 한국은행(ecos.bok.or.kr); 재정패널(2016) 주 1) 국민계정상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임금 및 급여'. 주 2) 국민계정상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영업잉여' 125.8조 원에는 주택 및 상가 실현임대소득과 주택귀속임대소득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를 분리하기 위해 이병희 외('노동소득 분배율과 경제적 불평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보고서> 2014-04)의 연구의 56%의 비율을 준용하여 적용하면 87.1조 원이 됨. 여기에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에 해당하는 국민계정상 준법인기업소득인출 50.8조 원을 더하면 137.9조 원이 됨. 주 3) 자체 추산한 부동산소득 중 가계 및 비영리단체에 해당하는 금액. 주 4) 국민계정상 사회수혜금 129.6조 + 기타경상이전 108.7조. 주 5) 국민계정의 이자, 배당금, 투자소득지급액을 더한 금액. 이자소득액엔 금융중개서비스라는 귀속이자소득이 포함되는데 이를 제외하기 위해 이병희 외(2014)연구의 13%를 준용하여 이자소득에서 제외하고 계산함. 주 6) 부동산소득의 지니계수 한계효과가 +12.3%로 가장 높은데, 이는 부동산소득의 전체 양이 1% 증가할 때 지니계수(불평등도)는 12.3% 증가함(악화됨)을 의미함. 참고로 이전 및 기타소득의 양이 늘어나면 불평등도는 반대로 줄어드는 효과를 가짐

부동산은 비효율의 주범이기도 하다

그뿐 아니라 부동산은 비효율의 주범이다. 한 나라의 경제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생산적인 활동에 전념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다른 사람이 만든 가치를 빼앗아오는 활동에 열을 올리는 경제 주체가 많을수록, 즉 지대 추구 행위가 심할수록 경제 효율은 떨어진다.

그런데 지대 추구 행위의 대표가 바로 부동산 투기다. 부동산 투기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GDP는 1도 증가하지 않는다. 투기를 통해 누군가 이익을 봤다는 것은 누군가가 손해를 봤다는 것이고 그 과정을 통해 경제 전체는 비효율의 수렁으로 빠져든다.

우리는 그동안 가계가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리는 걸 자주 보아왔다. 그리고 정부 정책도 여기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통계를 살펴보면 부동산 투기는 생산의 주체인 법인, 즉 기업도 엄청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료 : kosis.kr

<표 2>를 보면 2005년에서 2016년 11년간 개인의 토지소유면적은 11억 4000만평이 줄어들고 법인의 토지소유면적은 25억 6000만평이 늘어났다는 것을 보게 된다. 개인은 팔고 법인은 사들인 것이다. 대체 법인은 왜 이렇게 땅을 많이 사들인 걸까? 1996년에서 2016년까지 20년 동안 국민총소득에서 기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4%p(15.7%→24.1%)나 증가했는데, 기업은 늘어난 소득을 토지 투기 하는 데 쓴 건 아닐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기업의 토지 투기는 개별 기업에게는 엄청난 이득을 안겨줄지라도 경제 전체에는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토지 투기를 하지 않았다면, 토지가격은 안정되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보다 많은 토지가 생산에 이용되고 신규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기가 훨씬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생산 활동에 필요한 토지를 매입할 수도 있지 않으냐?'고. 하여 OECD 국가들과 비교해보았다. 그런데 <표 3>을 보면, 한국의 법인은 다른 나라에 비해 토지매입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3>에 따르면 기업이 자본재에 투자하는 '총고정자본형성'에 투입되는 비용 대비 비생산비금융자산(90% 이상이 토지로 알려져 있음)의 순구입(구입-판매) 비율을 보면, 한국의 경우 2005~2016년 동안 평균 15.92%인데 반해 OECD 평균은 1.49%, 즉 한국이 OECD 국가의 무려 10배나 된다. 이것은 생산적인 곳에 1억 원 투자할 때 한국은 토지구입에 1592만 원을 지출한 반면, OECD 국가들은 149만 원을 지출했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통계를 통해서 우리는 한국의 기업이 토지 투기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료 : stats.oecd.org

그런데 <표 2>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법인의 토지면적증가의 72.5%가 전답, 과수원, 골프장 등의 분리과세 대상인 까닭은 무엇일까? 갑자기 법인이 농업에 관심이 많아진 걸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낮은 보유세 부담이라고 본다. 보유세는 토지의 기대수익률의 높낮이를 좌우하는 중요 변수 중 하나이다. 그런데 2005년 종합토지세가 폐지되고 종합부동산세가 신설되었을 때 분리과세 대상 토지는 종합부동산세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로써 다른 토지보다 분리과세 대상 토지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졌고, 이것이 법인으로 하여금 분리과세 대상 토지를 집중적으로 매입하도록 유인했을 것이다.

'이명박근혜' 정부와 닮아가는 문재인 정부

이렇게 기업이 생산적 투자보다 비생산적 토지 투기에 몰두하게 되면, 경제 효율은 떨어지고 성장률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뿐 아니라 경제 전체를 이전투구의 장으로 만들기까지 한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다. 문재인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불평등 해소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간의 정책 행보를 보면 가계의 부동산 투기 행태는 고사하고, 기업의 토지 투기 행태를 막는 데도 관심이 없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불평등의 주범인 부동산 투기를 방치하면서 '공정경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걸까? 기업의 토지 투기를 방치하면서 '혁신'을 통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 걸까? 전답과 과수원 등을 사놓고 기다렸다가 용도가 변경되거나 인근에 개발이 일어나면 엄청난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널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업이 그 기회를 포기하고, 나라 경제에 이바지하기 위해 위험성이 내포된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에 나설 거라고 믿었던 걸까? 주거비와 임대료로 가계소득의 상당한 액수가 빠져나가는데 '소득주도성장'이 가능하다고 굳게 믿은 걸까? 한마디로 말해서 이해 불가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내년 예산의 상당 부분을 토건에 쏟아붓겠다고 발표했다. 그것도 예비타당성조사까지도 면제해주면서. 남북관계를 제외하고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근혜' 정부와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일까?

만약 문재인 정부가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비율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부동산 개혁에 성공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위계층의 소득은 증가하고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의 가능성은 높아졌을 것이다.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기업은 토지 투기보다 생산적인 투자와 혁신에 더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각종 경제지표가 좋아졌을 것이고, 이렇게 앞으로 삶이 더 좋아지겠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민주당이 그토록 바라는 20년 집권의 가능성은 더 높아졌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청와대와 민주당은 상식을 가진 촛불 시민의 염원을 져버리고 어리석은 길로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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