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으로 내년을 맞이하기 위해

[기고] 먼저 나로부터 실천하는 것, 그것이 답이다

민주주의란 남이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2년 전 이맘때쯤엔 광화문 광장에 서 있었다. 환희와 탄식 그리고 분노의 세월이 숨가쁘게 흘러 다시 연말이다. 다사다난.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한 문제 해결되는 것이 없고 오히려 더욱 꼬여만 간다. 그래도 예전에는 언론에서 한 바탕 시끄럽게 지적하고 나면 무엇인가 바뀌긴 했다. 비록 만족할 수준이 못 돼 항상 화가 나기도 했었지만, 최소한 바뀌는 시늉은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언론과 방송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마이동풍, 아예 도무지 바뀌는 기미도 보이지 않게 됐다.

그러던 시기에 엊그제 전무후무한 사법농단 사태에 판사들 스스로 나선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민주주의란 그저 거저 오는 것이 아니다. 남이 내게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피나는 노력과 희생 그리고 투쟁이 요구된다. 언제나 그랬다. 우리가 지금 상식처럼 생각하고 있는 1인 1표제나 여성의 투표권조차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 성과들은 나라와 피부색은 다르지만 수십 년 간에 걸쳐 수많은 인류의 피땀 어린 노력과 희생이 존재했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해진 것이었다.

문제를 제기하고 혼자서 빠져나가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먼저 조직 내부에서 변화의 힘이 솟아 나와야 한다. 내부 고발자가 나와야 하고, 내부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외부의 여론만에 의지해서 강제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다른 누구보다도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당사자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해결의 실마리를 정확하게 잡을 수 있고 또 외부와 결합되는 내부의 동력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고 아쉬운 점이 있다. 이를테면, 전에 대한항공 사태 때 처음엔 폭로했다가 나중에 슬그머니 회사 측과 타협해버린 그런 행태는 커다란 과오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반드시 그 곡절은 있었겠지만 결국은 명백한 배신행위다.

그렇게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고는 자기만 빠져 나간다면 어느 문제든 해결도 되지 않고 결국은 용두사미, 태산명동 서일필이 될 뿐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를 퇴보시키는 잘못된 행위이고, 도리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냉소주의와 패배주의만을 만연시키게 된다. 사회 구성원은 구성원으로서의 분명한 책임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공감하고, 공분하는 그런 문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지금 우리 사회에 누적된 갖가지 적폐들은 어무나 많고 다양하기도 하다. 그 모든 문제들을 한꺼번에 단기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선 대중들의 공감이 높은 사안부터 집중해서 반드시 청산하고 해결하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소한 그것이 매사 며칠 간 세상 뒤집을 듯 시끄럽다가 열흘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보다는 천배 낫다. 특히 기득권과 관료 집단에 둘러싸여 항상 안주하고자 하고 망설이며 주저하는 권력을 최대한 견인해내야 한다(권력의 속성은 본래 그러한 것이다. 거기에 환상을 가질 필요도 없고, 그렇다 해 냉소하고 조소하고 있을 수만도 없다. 잘한 일은 평가해주고, 잘못한 일은 매섭게 비판해야 한다).

그렇게 해 비록 작은 일일지라도 한 가지라도 실제로 성과를 이뤄내고 성공시키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해야 한다. 그러한 실천과 보람을 바탕으로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더 큰 범주의 과제 해결로 나아가야 한다.

양승태 대법원이 일본 전범기업의 대리 변호사를 은밀히 만나고 소송서류를 감수하는 등 지원한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이 정도 되면 가히 국기를 문란하게 해 반국가사범에 이를 정도의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반드시 힘을 집중해 이 문제를 징치해야 한다. 또 최근 모든 사람을 분노하게 하고 있는 유치원 사태도 피해 당사자들이 근본적인 해결을 볼 때까지 가열찬 실천을 전개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

먼저 나로부터 실천하는 것, 그것이 답이다


그리해 자신이 발을 딛고 서 있는 삶터와 일터 바로 그곳부터 개혁과 운동이 실천돼야 한다. 동시에 이러한 곳곳의 소중한 흐름들은 개인적 이익이나 출세 그리고 집단 이익, 즉 ‘사(私)’와 ‘당(黨)’의 범주를 넘어서 모름지기 ‘공(公)’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 문제도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나부터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실천을 해나가야 할 일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렇게 하나하나 주체적인 실천을 통해 해결해나갈 때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실현될 수 있고, 그리해 진정한 민주주의가 만들어질 수 있다. 오늘도 그러한 믿음과 희망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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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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