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얼마가 적절한가?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대학 재정의 현 주소와 대안 모색

대학등록금 동결에 따른 고등교육의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여타 선진국 대비 여전히 높은 등록금과 일부 대학의 방만한 운영을 지적하며 등록금의 추가 인하 및 동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크다. 본고는 OECD 교육지표(Education at a Glance)를 활용하여, 우리나라 고등교육 재정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국민경제 관점에서의 적정 등록금을 추정한다.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사립대 기준 약 740만 원)은 국민경제 관점에서의 적정 등록금 약 1000~1100만 원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된다.

등록금이 동결된 2008년 이후 우리나라와 여타 OECD 국가들 간의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크게 벌어졌으며, 정치권이 그간 약속한 소위 '반값등록금'은 국가장학금의 적극적 확충 속에 '사실상' 성취되었음이 확인된다. 본고는 이러한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고등교육 재정 정책에 대한 보다 바람직한 관점과 건설적 대안을 다각도로 모색해 본다. (필자)

4차 산업혁명의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면서 대학 사회는 갖가지 도전 가운데 놓여 있다. 디지털 혁명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비약적 기술발전 속에서 미래사회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부단한 내부개혁과 성찰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도전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학 자체의 재정능력은 빠르게 악화되어 가는 듯하다. 각 대학의 비정년트랙 교원 충원이 크게 확대되고 있으며, 신규 행정 직원의 채용 역시 단기 계약직들로 채워지고 있다. 교직원들의 임금 또한 10년 가까이 동결되면서 사기저하가 심각하다.

현대적 교육공간의 확충은 고사하고 시설의 개보수조차 어려운 지경에 놓인 대학이 수두룩하다. 일부 대학은 추가 수입원을 확보하고자 무분별하게 외국인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미래지향적 인재 양성을 위한 혁신적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도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한계에 봉착해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 맞먹는 양질의 연구역량을 확보해야 할 고등교육의 오랜 숙원 역시 연이어 뒷걸음을 치는 모양새다.

본고는 OECD 주요 선진국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재정 현황을 가능한 객관적으로 평가해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반값등록금’ 정책 및 등록금 동결 정책에 대해 비판적으로 점검하고, 고등교육 재정 문제에 대한 보다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관점 및 발전적 지향점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궁극적으로는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전략에 대한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비교를 통한 대학의 재정현황 평가

본 장에서는 OECD의 Education at a Glance(각 연도)에 보고된 고등교육에 대한 지출규모 즉 공교육비(spending on educational institutions)를 기준으로 하여 우리나라와 OECD 주요국을 비교·정리한다. ‘공교육비’는 중앙 및 지방정부의 고등교육 재원뿐만 아니라 등록금 수입, 민간 기부금, 프로젝트 수주액 등 민간의 재원까지를 포함한 고등교육에 대한 총지출규모이다.

고등교육의 질적인 수준을 판단하는 데는 '대학생 1인당 고등교육 지출규모'를 활용한다. PPP 기준으로 측정하였을 때, 우리나라의 학생 1인당 교육비 지출수준은 1만 달러 미만으로 OECD 평균의 60~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비록 재정적으로 열악한 다수의 사립대가 포함되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 고등교육 전반의 질적인 수준이 선진국의 평균치에 크게 뒤처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OECD에 가입된 각 국가들의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를 직접 비교해 보면, [그림 1]과 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 2015년을 기준으로 1인당 교육비(PPP기준, 달러)가 가장 높은 국가는 룩셈부르크로 48,907달러이며, 다음으로 미국 30,003달러, 영국 26,320달러, 스웨덴 24,417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약 10,109달러로 OECD 내 최하위권(비교가능 32개국 중 26위)에 속한다.

[그림 1] 연간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2015년 기준) (단위: USD, PPP)
자료: Education at a Glance, OECD (2018)

[그림 2]는 우리나라와 OECD 주요국의 대학생 1인당 고등교육 지출규모를 연도별로 비교하여 정리한 그래프이다. OECD 국가들의 1인당 지출규모(달러, PPP)가 2000년 평균 9,571달러에서 2015년 평균 15,656달러까지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전후의 글로벌 금융위기 및 2014년 전후의 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증가세가 소폭 주춤한 바는 있으나 그 이외의 시기에는 총투자규모의 성장세에 거침이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0년 6,118달러에서 2015년 10,109달러로 지난 15년간 단 4천여 달러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이 시행된 2010년을 기점으로는 대학생 1인당 고등교육 지출규모가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까지 보이다가 최근에는 거의 정체된 모양새다. 물가상승율을 고려하였을 때, 실질 교육비는 2010년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OECD 평균 대비 73.7%(2010년)에 다다랐던 1인당 지출규모가 2015년에는 64.6%까지 추락하였으며, 이러한 격차는 대체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림 2] 대학생 1인당 고등교육 지출규모(달러, PPP) 추이
자료: Education at a Glance, OECD (각 연도)

각 국가들의 경제수준에 차이가 있어 1인당 고등교육 지출규모만을 가지고 각 국가 내 고등교육의 위상을 상호 비교하는 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경제수준 대비 얼마나 양질의 고등교육이 제공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면, 국민 1인당 GDP 대비 대학생 1인당 고등교육 지출 비중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와 OECD의 관련 수치를 연도별로 정리하여 [그림 3]에 제시한다. 2000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OECD 국가들이 국민 1인당 GDP의 약 42% 수준에서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를 지출한 데 비해 우리나라 역시 그와 유사한 수치인 약 40% 수준에서 공교육비를 지출하였다. 비록 대학생 1인당 고등교육 지출규모의 절대치에서는 OECD 주요국에 크게 뒤쳐지고 있으나, 국가의 경제력 수준인 1인당 GDP를 고려할 때는 당시 우리나라의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이 그렇게 미흡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의 통계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OECD 주요국들과의 격차는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그림 3] 참조). 예를 들어, 2015년의 통계치를 살펴보면, OECD 국가들이 여전히 국민 1인당 GDP의 약 40% 수준에서 대학생 1인당 고등교육비를 지출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이 비중이 29%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는 OECD 전체 가입국 중 최하위권에 속하는 수치이다. 우리와 유사하게 높은 사립대학 비중을 지닌 일본, 미국 등의 국가도 각각 47%와 53%를 보이고 있다.

[그림 3] 국민1인당 GDP 대비 대학생 1인당 고등교육 지출 비중
자료: Education at a Glance, OECD (각 연도)

[그림 3]의 추세선은 이러한 경향성이 보다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특히 ‘반값등록금’ 정책이 본격화된 2010년을 기점으로, 국민 1인당 GDP 대비 대학생 1인당 지출규모는 더욱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2015년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다소 개선된 것처럼 보이나, 이는 당해 한국의 통계치 집계 방식을 일시 개편하며 나타난 결과이다.) 올해 발간된 OECD의 Education at a Glance는 2015년도까지의 정보만을 제공하고 있어 최신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2015년 이후로도 동록금 동결 및 인하를 유도하는 정부 정책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으므로, 이제까지의 추세선에 비추어 볼 때 국민 1인당 GDP 대비 대학생 1인당 지출규모는 최근 25% 이하로까지 추락하였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이는 국가적 재정위기를 겪은 바 있는 그리스, 아일랜드 등을 제외하고는 OECD 가입국 내 ‘꼴찌’에 해당한다.

국민경제 성장 대비 적정 등록금 추정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사립대학의 비중이 80%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고등교육 재원(R&D 예산 제외)의 대부분을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하는 대학 등록금으로 충당하여 왔다. 대다수의 OECD 국가들은 국공립대가 고등교육의 근간을 이루고 있어 초·중등교육처럼 대학교육 역시 무상이다. 그 재원의 대부분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서영인 외, 2017). 미국의 경우, 다른 OECD 국가 대비 사립대학의 비중이 높은 편이나 여전히 주립대가 전체 대학생 정원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주립대는 등록금을 받기는 하나 재정의 상당부분을 소속된 주정부의 세원으로 충당한다. 우리와 가장 유사한 대학구조를 지닌 곳은 일본으로 우리처럼 높은 수준의 사립대학 비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와 달리 정부의 적극적인 등록금 통제가 없고 사립대를 포함한 전체 대학이 ‘정부 지원형 대학’으로서 정부로부터 매년 일정정도의 경상비 지원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립대학들은 설립이후 이제까지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 보조에 기대지 아니하고 대부분의 운영비를 등록금 및 기타 자체 수입으로 충당해 왔다. 사립대학의 등록금은 대체로 우리 경제의 성장 및 사회 발전에 맥을 맞추어 그와 유사한 비율로 상승해 왔다. 본 절에서는 2000년도 이후 등록금의 역사적 변동 및 (국민경제 성장에 비춘) 우리나라 등록금의 ‘적정’ 수준을 평가해 보고자 한다.

2000년대 초 우리나라 4년제 사립대학의 등록금 평균은 400만 원 중후반대였다(2000년 451만1000원, 2001년 477만7000원). 앞서 제시한 OECD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 시기 국민 1인당 GDP 대비 대학생 1인당 고등교육비(약 40%)는 OECD의 평균치인 42%와 유사하다. 주요 OECD 국가들의 평균은 국민 1인당 GDP의 약 40~43% 수준에서 지난 십여 년새 큰 변동이 없다. 만약 우리가 여타 OECD 국가들과 같이 국가 경제력의 일정부분을 지속적으로 고등교육에 투자를 해 왔다면 2015년의 우리나라 추정치도 국민 1인당 GDP의 29%가 아닌 약 40%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1인당 GDP 대비 크게 하락한 현재의 고등교육 투자 수준을 진단해 보자면, 소위 경제력 대비 ‘적정’ 투자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가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80%가 사립대학이고 사립대학의 순교육비 재원은 대부분 등록금에서 충당되므로, 이 문제는 결국 적정 (사립대) 등록금 수준을 가늠하는 문제로 환원된다. 2000년의 4년제 사립대학 평균 등록금 451만 1천원을 활용하여 1인당 GDP 대비 적정수준의 등록금을 추산한 뒤 그 결과를 [그림 4]에 요약하였다.

2000년 당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명목)은 통계청 추산 1341만5000원(약 1만 1865달러)이고, 2015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명목)은 3074만4000원(약 2만7171달러)이다. 이를 활용하여 2015년의 (경제력 대비) 적정 등록금을 추산하면 약 1000만 원에 이른다. 정확히는 1033만8000원이다. 이는 2015년 당시 국내 사립대 평균 등록금 733만6000원과 약 300만 원에 이르는 상당한 격차이다. 우리나라의 학생 1인당 고등교육비가 (1인당 GDP 대비) 40%(2000년)에서 2015년 29%까지 추락한 것이 상당부분 설명이 된다 하겠다. 29%가 적정수준 40%의 약 0.7배에 해당하는 것과 같이, 2015년 등록금 733만6000원 역시 (경제력 대비) 적정 등록금 1033만 원8000원의 약 0.7배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작년(2017년) 사립대 평균 등록금인 739만9000원에 상응하는 (경제력 대비) 적정등록금은 얼마일까? 이는 1100만 원을 넘어선다. 정확히는 표에 요약된 바와 같이 1131만1000원이다. 작년 우리 경제의 1인당 GDP가 3363만 원6000원, 달러로는 근 3만 달러에 육박하는 2만9745달러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2000년 (1인당 GDP 기준) 약 1만2000달러에서, 2009년 약 2만 달러, 2017년 약 3만 달러로 성장해 가면서 적정 대학 등록금 역시 같은 비율로 상승해 가는 것이다.
이는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하여도 매한가지이다. 2000년 당시 40대 가구주를 둔 가구의 평균소득은 235만7000원이었고, 2015년에는 495만9000원, 2017년에는 508만8000원이었다. 2000년과 2015년 사이는 약 2배가량의 가구소득 증가가 있었고, 2000년과 2017년 사이는 무려 2.15배의 소득 증가가 있었다. 이를 가계 경제력(즉, 국민부담능력)의 준거로 삼는다면, 이에 상응하는 적정 등록금은 2015년의 경우 949만 원, 2017년의 경우 973만7000원에 달한다.
[그림 4]의 굵은 실선(파란색)이 1인당 국민소득의 증가에 상응하는 (국가경제력 대비) 적정 등록금이고, 굵은 점선(회색)이 가구소득의 증가에 상응하는 (국민부담능력 대비) 적정 등록금이다. 그림의 가는 실선(빨간색) 선이 실제 사립대 평균 등록금의 추이이다. 여기서 쉽게 확인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사립대 등록금은 2008년까지 ‘빠르게’ 상승하여 오다가 당시 정부의 전격적인 등록금 동결 및 인하 정책 추진으로 그 상승세가 크게 꺾이었다. 급기야 2012년에 국가장학금 제도가 들어선 뒤, 대학을 통한 (간접적) 장학금 재원 배분 방식인 국가장학금 II 유형이 그 조건으로 해당 대학의 등록금 동결 혹은 인하를 요구하였으므로, 각 대학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등록금 동결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 시기부터 더욱 확대된 대학재정지원사업 및 대학구조개혁 평가는 등록금 동결 및 인하라는 정부시책 호응에 따라 각 대학별 평가가 크게 갈렸으므로 더욱이 대학들은 등록금의 인상을 감히 시도해 볼 수조차 없었다. 이러한 형세는 2017년 새 정부가 들어선 뒤로도 대체로 바뀐 바가 없어 우리나라 사립대의 등록금은 사실상 2008년 이후 약 십년간 거의 제자리에 멈추어 있다.

[그림 4] 국가경제 성장 대비 4년제 사립대학 적정 등록금 추정 (기준 2000년)
자료: 통계청 지표 및 가계동향조사 (각 연도)
문제는 이러한 등록금 동결의 고착화가 고등교육에 대한 ‘적정’ 재원 충당이라는 국가의 거시적 정책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 4]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2008년까지의 등록금 상승은 당시의 물가상승률에 비추어 보면 매우 빠른 증가세에 해당한다. 물가상승률에 상응한 등록금 수준은 그림의 하단에 점선(오렌지색)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와 견주어 보면 당시의 사립대 등록금 수준이 매우 높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평균 등록금 상승률은 약 6.3%로 같은 시기 평균 물가상승률 3.2%의 약 2배에 이르렀다. 이러한 높은 등록금 상승률은 다수 학생과 학부모의 원성을 샀고 결국 정부의 전격적인 등록금 인하 정책 도입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물가상승률의 2배에 이르는 당시 사립대 등록금 상승률(약 6.3%)은 당시 1인당 GDP 증가율의 평균치인 6.9%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즉, 국민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세에 비추어 보면 당시의 '고속' 등록금 상승 역시 오히려 미흡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그림 4]에서도 이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사립대 등록금을 나타내는 가는 실선(빨간색)은 2000년에서 2008년까지 1인당 GDP 증가 대비 적정 사립대 등록금인 굵은 실선(파란색) 다소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경제 차원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적정 재원 투입은 당연히 국가의 경제력에 비례하는 수준에서의 투입이다. 이에 비추어 볼 때, 2000년에서 2008년까지의 등록금 상승기는 (현 교육당국의 판단과는 달리) 고등교육 비용이 ‘과다하게’ 상승한 시기라기보다는 고등교육에 대한 ‘적정’ 수준의 재원이 확충된 시기라고 평가하는 게 옳다.

대학교육 보편화 시대의 재정 정책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70%를 넘어선지 오래다. 우리 정부가 매해 발간하는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1991년 33.2%로 집계된 대학진학률은 1990년대에 가파르게 상승하여 2001년도에 최초로 70%를 넘어선 70.5%를 기록하였다. 2008년도를 전후로 역대 최고치인 80%까지 근접하였고, 이후 줄곧 70~80%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이 엘리트양성 중심의 특수 교육에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보편교육화 단계로 진입하였음을 의미한다. 지난 정부들이 '선취업 후진학', '마이스터고 육성', 'NCS 기반 채용' 등 고졸 취업을 장려하는 각종 정책들을 쏟아 부었으나 대학진학율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데는 모두 실패하였음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캐나나, 스페인, 노르웨이, 영국 등에서도 최근 고등교육 이수율이 빠르게 상승하여 이미 60%를 넘어서고 있다. 다른 OECD 국가들에서도 2000년대 들어 대학진학률이 가파르게 상승해 왔다. 디지털경제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비숙련 일자리는 상당부분 자동화로 대체될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의 대학정책은 보편교육화된 고등교육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어떻게 받드느냐의 문제로 수렴하게 된다. 최근 급속한 고령화 및 초저출산의 위기감 속에 정부는 어린이집을 완전 무상화하였고 만5세 누리과정의 도입과 함께 유치원 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의 폭도 대폭 확대하였다. 간병과 중증질환 등에 대한 국민의료보험의 보장성도 보다 확대되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공교육과 보건을 복지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보편화된 대학교육 역시 정부의 복지영역 중 하나로 여기기 시작하였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를 거의 무상으로 이수한 국민들이 대학교에서만은 한 학기 수백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스스로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즉, 고등교육에 대한 ‘수혜자 부담 원칙’)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는 얘기다. ‘반값등록금’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는 이러한 고등교육의 보편화 및 사회전반의 복지 영역 확대와 맞물려 있다.

‘반값등록금’ 공약 등장의 또 다른 배경은 소위 사회적 안전망 및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확충과 연결되어 있다. 소득세나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보험료 등이 모두 소득과 비례하여 납부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과 달리 대학등록금만은 소득과 관계없이 정액 납부가 원칙이다. 즉 고소득층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하고 저소득층에게는 같은 액수여도 그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소득계층적 역진성이 존재하기에 대학등록금을 복지의 대상으로 바라봐 달라는 대중의 요구가 자연스럽게 분출되는 것이다. 2012년에 도입된 국가장학금 제도가 소득연계형으로 설계된 것도 이러한 등록금 제도의 계층적 역진성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다음으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는 요즘, 국민들은 경제적 선진 부국에 걸맞는 공적 지원을 모든 영역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이점에서 등록금도 예외가 아니다. OECD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사립대학교 등록금은 미국, 호주, 일본 다음으로 높다(반상진, 2012). 등록금 동결 정책이 등장하기 전에는 미국 바로 다음이었으나, 지난 십년간의 동결로 인해 순위가 크게 하락하였다. 대부분의 OECD 국가들에서 거의 무상에 가까운 등록금을 책정하고 있기에 여전히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체감 등록금 수준이 여타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국가는 등록금 부담 인하에 대한 국민의 요구 및 기대에 부응하면서 대학들이 당면한 현재의 재정적 고충까지 동시에 타계해야 할 어려운 난제를 끌어안게 되었다. 현 시점에서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지난 5년 여간 확대되어온 국가장학금과 각 대학의 적극적인 장학금 확충 노력으로 인하여 정치권이 약속한 반값등록금이 ‘사실상’ 성취되었다는 점이다. 4000억~5000억 원에 그치던 정부의 장학금 예산은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 제도의 도입으로 도입 첫 해인 2012년에 약 2조원으로 대폭 증가하였고, 올해는 약 4조원으로까지 상승하였다. 정부가 국가장학금 II 유형의 대학별 지원규모를 대학의 자체 장학금 확보와 연계시킴에 따라 각 대학 역시 장학금 재원 확충에 적극 나서게 되었다.

대학알리미 등 대학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4년제 사립대학 재학생 1인당 평균 장학금은 국가장학금 도입 첫 해 이미 239.1만 원(2012년)에 이르렀고, 지난해에는 평균 358.8만 원에 달하였다. 이를 감안하여 사립대 재학생 1인당 실질 등록금(등록금-장학금)을 추산하면 국가장학금 도입 첫해인 2012년에는 연간 499.9만 원, 2017년 기준으로는 연간 381.1만 원에 그치게 된다.

2017년 기준 사립대 평균 등록금 부과액은 739.9만 원인데 반해 앞서 계산한 실질 등록금은 381.1만원으로 실질등록금 부담률은 51.5%이다. 여전히 '반값'에는 살짝 이르지 못한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는 학령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약 4조 원에 이르는 정부의 고등교육 장학금 재정이 현재 수준만을 유지하더라도 향후 1~2년 이내에 실제 ‘반값’ 등록금 공약이 자연스레 성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래지향적 고등교육 재정 투자 전략

반값등록금에 대한 정치권의 약속이 '실질적으로' 현실화되었다면 앞으로의 고등교육 재정에 대한 국가의 전략적 방향성은 어떠해야 할까?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관련 정부 예산은 2017년 기준 약 16조원으로 당해 GDP 1,730조의 약 0.9% 수준이다. OECD 평균이 약 1.1%임을 감안하면 향후 최소 GDP 대비 0.2%p 가량의 추가 확장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현재 금액으로 따진다면 약 3.5조 원 규모이다. 이제까지 정부는 (국가장학금 확충 이외의) 고등교육 재원 확보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이는 사립대학뿐만 아니라 국립대학 지원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태도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정부 예산자료에 따르면, 국립대 전체(서울대학교 제외)에 대한 교육부 소관의 운영지원비(출연금)는 2조3000억 원 가량으로 2010년 이래로 거의 변동이 없다.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일반 국립대에 대한 국가의 지원 역시 꾸준히 감소해 왔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제라도 OECD 평균 수준의 고등교육 재원 확보를 목표로 지속적으로 관련 재원을 확충해 갈 필요가 있다. 해당 재원의 일부를 소위 ‘체감 가능한’ 반값등록금 확충을 위해 국가장학금으로 추가 투입하더라도 여타 재원은 1인당 고등교육비의 확충을 위해 대학에 대한 직접 지원의 형태를 띠어야 할 것이다. 지난 3년간의 연평균 명목 GDP 증가율이 약 4.6%이고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 총액이 약 14조 원임을 감안하면, (등록금 동결의 전제 하에) 국민경제 성장에 상응하는 추가 재원은 약 6000억~7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이다. 그 다음 해에는 여기에 더해 다시 6000억~7000억 원의 추가 재원을 더 배정하여야 한다. 매해 해당 금액(대학 순교육비 지출의 약 4~5%)만큼의 고등교육 재정이 전년 대비 순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물가상승률만큼만 정부가 추가 재원을 배정한다고 하여도 지난 3년간의 연평균 물가상승률 1.2%를 적용하면 매해 약 1700억 원 가량의 고등교육 재정의 순증이 요구된다. 하지만, 물가상승률 만큼 추가 재원 확보로는 고등교육의 지속적 발전을 견인할 수 없음이 자명하다.)

한편, 사립대 중심의 현 고등교육 체제 하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민간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도 그리 간단치 않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사립대학들의 운영 상 투명성과 사회적 공공성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 세금의 적극적 투입이 정당화되기 힘든 면이 있다. 이에 등록금을 동결한 상태에서 이에 상응한 국가의 재정 투입을 제도화하고자 하면 사립대학 운영의 거버넌스를 선진화하고 횡령 등의 사학비리를 원천 차단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재정 확보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면, 현재 강행 중인 등록금 동결 및 인하 정책은 마땅히 폐기함이 옳다. 등록금 인상을 어느 정도 허용하더라도 악화된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을 시급히 끌어올리는 것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유익한 길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절충안은 물가상승률 수준에서의 등록금 인상만을 전격 허용하되, 정부의 대학재정지원 확대를 통하여 대학의 장기적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물가상승률 수준에서의 인상은 ‘실질’ 등록금의 증가는 아니므로 학부모와 학생의 재정적 부담을 크게 가중시키지 않는다. 다만 물가상승률 수준에서의 등록금 인상으로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국제적 경쟁력 확보를 결코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부족분에 대한 추가적인 재원 확충이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사실 2010년 등록금 인상 상한제(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허용)와 등록금심의위원회의 법제화 이후, 대학의 장기적 성장 동력은 결국 정부의 재정지원 확충을 통해서만 가능한 상황임을 재정당국은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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