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재판 거래 의혹 법관에 대한 탄핵 촉구안 결의에 대해 "과거 법원행정처 관계자의 특정한 행위들이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임을 선언하는 취지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법원행정처 관계자의 '사법 농단' 행위가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는 법원내 의견이 강하다는 점을 대법원도 인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전날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이 같은 내용의 '전국법관대표회의의 2018년 11월 19일자 결의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출했다.
앞서 법관회의는 지난 19일 2차 정기회의를 열고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정부 관계자와 재판 진행 방향을 논의하고 일선 재판부에 연락해 특정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는 행위는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는 결의안을 의결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전달했다.
'보고싶은 것만 보겠다'는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
곽상도 의원은 이같은 대법원 측의 답변을 공개하면서 마치 대법원이 전국법관대표회의의 '판사 탄핵 검토' 결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취지로 보도자료를 냈다.
곽 의원이 낸 보도자료 제목은 "대법, 동료판사 탄핵제동 '법률적 효력이 전혀 없다'"고 돼 있다. 그러나 법률적 효력이 없다는 사실은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진행될 당시에도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었다.
실제로 전국법관대표회의 대법원 규칙 제6조에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 및 법관독립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할 수 있다"고 돼 있고 전국법관대표회의의 결론을 보도한 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인용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도 결의안 의결 당시에도 삼권분립 침해 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촉구'나 '요청' 등의 표현을 배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대법원은 이같은 상황에 따라 국회의원의 답변 요구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았을 뿐 새로운 사실을 밝힌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28일자 <중앙일보>는 "대법 '판사 탄핵 결의는 법적 효력 없다'"는 제목으로 1면을 장식했다. '뒷북'이거나 일부러 상황을 호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오히려 보수 언론 등이 간과하는 점이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지난 2월 '임의 기구'에서 '공식 기구'로 재탄생한 후 내려진 첫번째 결론이 '법관 탄핵 검토'였다는 점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중대한 상징성을 가진다.
또한 이러한 내용의 결의안을 대법원장에게 전달한 것은 우회적으로 국회의 탄핵 소추 절차 진행을 촉구한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해석이다. 실제 정치권의 제정당은 전국법관대표회의 결과에 대해 모두 입장을 밝혔다. 보수정당인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법관 탄핵에 대해서는 부정적 태도를 취했음에도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법관 탄핵을 결정한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라고 논평한 바 있다.
정식 건의가 아니다? "존중한다"는 말 버젓이 나와 있는데...
대법원은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단순히 헌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며 "(판사 탄핵소추가)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권한이 있는 점에 비춰 보더라도 의결은 특별한 법적 효력이 없고, 대법원장에게 어떤 건의를 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곽 의원은 이에 대해 "이는 법관회의가 지난 20일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전자문서 형태로 전달한 탄핵 촉구안에 대해 대법원이 정식 건의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곽 의원이 공개한 대법원의 입장에는 이런 문구도 나온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규칙상 법관 대표들이 그 소속 법원 판사들의 다수 의사에 반드시 기속되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논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설령 법관 대표들이 그 소속 법원 판사들의 다수 의사에 반드시 기속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법관 대표들이 중요한 의사를 표명함에 있어서 소속 법원 산사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이를 존중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다수 의견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를 존중할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법원이 이같은 결의문을 고려하고 있으며 '판사 탄핵 검토'도 하나의 의견으로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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