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새 원내대표에 박기춘…비대위원장은 다시 뽑기로

朴, '친노' 신계륜 5표차 누르고 당선…초선들 "혁신 비대위 필요"

대선 패배 이후의 민주통합당을 이끌 새 사령탑에 3선의 박기춘 의원이 선출됐다. 지난 총선과 대선을 주도했던 '친노' 세력을 등에 업은 신계륜 의원과 비교적 계파색이 약한 박기춘 의원 가운데 박 의원이 더 많은 동료 의원들의 지지를 얻은 것이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은 새 원내 사령탑에 중도 성향의 박기춘 의원을 선택했다. 신임 원내대표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남은 임기인 5개월 동안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며,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하기로 했었지만 박기춘 신임 원내대표의 의중에 따라 비상대책위원장은 별도로 다시 선출하기로 했다.

박기춘-신계륜, 1차에서 동수…결선투표에선 5표 차

▲ 박기춘 민주통합당 신임 원내대표. ⓒ뉴시스
이날 원내대표 선출은 결선투표까지 두 차례에 걸친 표결로 진행됐다. 1차 투표에서 박기춘 의원과 신계륜 의원은 둘 다 47표씩을 얻어 당선에 필요한 재적 과반(64표)을 넘기지 못했다. 김동철 의원은 29표를 얻는데 그쳤다. 1표는 무효표로 처리됐다.

곧이어 진행된 2차 투표에서 박 의원은 63표를 얻었다. 신계륜 의원은 58표로 박 의원에 비해 5표가 모자랐다. 기권 표는 3표였다. 이날 의원총회는 재적의원 127명 가운데 124명이 참석했다. 박 의원은 재적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당규에 따라 다수 득표로 신임 원내대표로 확정된 것이다.

18대 국회와 19대 국회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역임한 박기춘 신임 원내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뿌리 깊은 계파와 파벌 문화를 없애고 대선 패배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평가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일하는 국회로 국민의 신뢰를 쌓고 정통야당의 위상을 정립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민심은 '친노 책임론' 인정했지만 극단적 당내 갈등도 거부

박기춘 원내대표의 당선은 당내 화합을 바탕으로 쇄신을 바라는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민심을 보여준다. 박 의원은 무게감에서는 신계륜 의원에게 다소 밀리지만, 계파색이 비교적 덜한 점이 장점으로 꼽힌 것으로 풀이된다. 박 의원은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지원을 받았다.

친노 주류의 대표격으로 분류된 신계륜 의원은 이날 선거에 앞서 정견 발표를 통해 "(대선에서)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며 선거에서 패배했는데 주류와 비주류가 어떻게 다르냐"며 '주류 책임론'을 비판했지만, 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런 호소에 동의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박 의원이 결선투표에서 신 의원을 다섯 표차로 가까스로 누르고 당선된 것을 볼 때, 민주당 의원들은 대선 패배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인 당내 계파 갈등으로 번지는 것 또한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지금 당 대표-원내대표 겸직 안 돼"…비상대책위원장 다시 선출하기로

민주당은 곧이어 연 중앙위원회에서 박 원내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당무위-의원총회 연석회의를 통해 비대위원장 선임을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비대위원장의 임기를 이해찬 전 대표 사퇴로부터 6개월 후인 내년 5월까지로 정했다.

중앙위원회에서 박 신임 원내대표는 "이 중차대한 시기에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겸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대위원장은 당 내외, 또는 우리 당 (국회) 상임위원장 중에서라도 총의를 모아 새롭게 선출해야 당이 발전하고 당원들의 뜻이 더 담길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중앙위원들에게 "여러분께서 동의를 해 주시면, (비대위원장을) 어떤 방법으로 선출할 것인지 당 원로들과 논의해 그 결정에 따라 당무위원회와 의원총회 연석회의에서 다시 비대위원장을 선출하겠다"고 말했다. 그 이후 다시 중앙위를 열어 비대위원장 선출 승인을 받도록 하겠다고 박 원내대표는 덧붙였다.

그러나 강기정·우원식 의원 등 일부 중앙위원들은 '신임 비대위원장 인선을 당무위-의총에 미루지 말고 박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이 직권으로 지명하든지 추대위를 구성하라'고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신계륜 "패배했는데 주류와 비주류의 책임이 어떻게 다른가"

원내대표 선출 투표에 앞서 열린 정견발표에서 세 의원들은 당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각자의 구상을 내놓았다.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박기춘 의원은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분리하자고 새삼 다시 호소했고, 신계륜 의원은 친노와 비노, 주류와 비주류로 나누어 보는 시각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김동철 의원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할 분들이 선거가 끝난 지 열흘도 안 돼 당의 전면에 나서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오만의 극치"라고 비판하며 "안철수가 필요 없는 민주당이 되기 위해 환골탈태와 쇄신을 거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 초선들 "강력한 혁신 비대위 꾸리자"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표현하는 의미에서 국회 정문 앞에 자리를 깔고 '사죄와 참회의 1000배'를 올렸었던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앞서 "근본적인 성찰과 당 개혁을 추진하는 '혁신 비대위'를 강력히 요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 초선의원 네크워크 총회 참가자 일동' 명의로 발표된 이 성명에서 이들은 "이번 대선 결과는 당을 근본적으로 개혁해 현대적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하는 과제를 미루고 미봉책으로 일관했던 당의 역사가 낳은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이어 "당의 개혁은 수년간 계속되어야 할 장기적이고 연속적인 과정이지만 시작은 한시가 급하다"며 "비상대책위원회는 강력한 당 개혁만이 국민을 대선 패배의 수렁에서 건져내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전국을 돌며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총선과 대선을 정확히 평가하며, △모든 당원들이 토론하는 전국적 소통의 장을 열고, △전면적인 당 혁신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비상대책위원회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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