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재정 지속성보다 필요한 것은?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국민연금 지속성 확보방안

2018년 8월 발표된 제 4차 국민연금 재정 재계산 결과에 의하면, 국민연금의 적립기금이 2057년에 고갈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5년 전의 3차 재정추계 결과에 비하여 고갈년도가 3년 정도 앞당겨진 것이지만, 국민연금 수급부담 구조의 불균형은 1988년 국민연금법 제정 시에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 1999년 및 2007년의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재정불안 문제가 일부 완화되기는 했지만, 최근 저출산 기조가 심화되면서 국민연금의 장기적 재정 불안성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인구구조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국가의 경우에는 인구구조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적립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국민연금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연금보험료율을 현행 9%수준에서 16%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연금수급개시연령을 62세에서 68세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면, 적립기금이 2100년 이후까지 지속가능할 수 있다.

재정의 지속가능성 보다 제도의 지속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회복이 선결되어야 한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과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국민연금 기금운용수익률을 안정적 기조 하에서 최대한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노인빈곤율을 낮추기 위한 기초연금의 기능 조정과 높은 비용부담에 비해서 보장률이 미미한 퇴직연금의 개편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필자)

2018년 8월에 발표된 제4차 국민연금재정 재계산 결과에 의하면, 현행 국민연금법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적립기금은 2041년에 최대 규모가 되었다가 2057년경에 고갈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고갈된다 해서 국민연금 급여 지급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립기금이 고갈된 이후에도 급여를 계속해서 지급하기 위해서는 2060년 기준으로 연금보험료율을 26.8%로 높여야 한다. 즉, 현재의 9%인 국민연금 보험료를 26.8%로 높이면 연금을 계속적으로 지급 가능하겠지만, 과연 그 당시 세대가 그 높은 연금보험료를 부담할 수 있을 것이냐를 생각할 때, 분명하게 가능하다고 하기 어렵다는데 국민연금 재정 문제의 핵심이 있다. 본고에서는 국민연금 지속성 확보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국민연금의 재정 상황에 대한 검토와 그 원인에 대한 분석에 이어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자 한다.


국민연금 기금고갈의 원인

연금재정을 분석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부담하는 연금보험료 수준과 수급하는 연금급여 수준이 균형상태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수급 부담 구조를 분석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국민연금 제도가 소득재분배 요소를 가지고 있어 소득계층별로 수급부담구조가 다르다는 점이다.

2007년에 개정된 국민연금법은 국민연금 연금보험료율은 9%로 유지하되, 연금급여율은 기존의 평균소득의 60%에서 2008년에는 50%로 낮춘 뒤 2009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낮춰 2028년에 40%가 되도록 하고 있다. 9%의 보험료율과 40%의 연금급여율은 과연 수지균형한 보험료와 연금액일까?

최근 윤소하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 요구한 답변자료에 의하면, 국민연금의 노령연금과 유족연금을 합친 수익비는 평균소득자의 경우 2.6배이고, 국민연금 보험료 상한이 적용되는 최고소득자(2018년 6월까지 449만원)의 경우도 수익비가 1.9배로서 납부한 보험료 대비 1.9배이며, 100만원 소득자 기준으로는 4.2배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과거 국민연금공단이 발간한 '2018 국민연금 바로보기: 국민연금을 말하다' 자료 보다 높은 것이다. 2028년에 가입하는 평균소득자(A값 월 227만원)의 경우 수익비가 1.8배이고(40년 가입 기준), 최고소득자 449만 원은 1.4배, 100만 원 소득자 3.0배, 50만 원 소득 4.5배로 제시된 것보다 높다. 이러한 차이는 노령연금이외에 유족연금을 포함하고, 수익비 계산에 가정된 65세 이후 기대수명을 20년에서 25년으로 현실화 한 것에 따른 것이다.

더욱이 이 수익비는 국민연금 급여율이 40%수준으로 하락한 2028년 신규가입자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초기에는 연금보험료가 3%인 기간이 5년, 6%인 기간이 5년이 있었고, 연금급여율도 초기 10년간은 70%, 2008∼2007년에는 60%, 2008년부터 50%수준으로 인하되어 2018년 현재는 45% 임을 감안하면, 현재 및 과거 국민연금 가입자는 연금급여율이 40%로 인하되는 2028년 이후 가입자를 기준으로 계산한 이 수익비보다 훨씬 더 높은 수익비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시된 국민연금 수익비는 국민연금의 수급부담 구조가 크게 불균형하다는 것으로 의미한다. 가입기간동안 불입한 연금보험료의 원리금 합계가 수급기간도 받는 연금액의 현가액보다 높은 것은 국민연금 가입자 입장에서는 유리한 것이지만, 이러한 불균형 구조로는 적립기금이 언젠가 고갈될 수밖에 없고, 그 시기가 2057년이 될 것임이 이번 4차 재정 재계산에서 나타난 것이다.

국민연금 부과방식 비용률 전망과 의미

국민연금은 반드시 적립기금이 충분히 있어야 운영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에 대한 답변은‘아니다’이다. 서유럽 및 북유럽의 복지 선진국 대부분은 적립기금 없이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즉, 이들 국가는 부과방식(pay as you go method)를 통하여 매년도 연금수급자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만큼을 그 당년도 연금 가입자에게 연금보험료를 부과하여 조달하고 있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을 우리나라와 같이 적립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이웃나라 일본과 캐나다 미국 등이 있을 뿐이다.

공적연금이 개별 가계의 자녀의 부모부양의무를 사회 제도화한 것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부과방식에 의한 운영은 오히려 현실적인 접근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적립방식이 부과방식보다 우월하다는 명제는 반드시 성립되지 않는다. 연금제도가 영속적으로 존재한다면 적립방식이나 부과방식은 본질적으로 동일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전제가 있다. 인구구조가 변동없이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양비로 정의되는 연금수급자 대 연금가입자 비율이 일정하다면 부과방식으로 운영해도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연금제도를 처음 설계할 때 보다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노인인구비율이 크게 증가하면, 부과방식에 의한 운영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게 된다. 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이번 재정재계산 과정에서 함께 제시된 부과방식 비용률 전망이다. 적립기금 없이 보험료 수입만을 재원으로 운영할 경우 필요한 보험료율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 총액 대비 급여지출 비용)은 2020년 기준으로는 5.2%이지만 2030년에는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 9.0%를 넘어서고, 2040년에는 14.9%, 2050년에는 20.8%, 2060년에는 26.8%에 이르게 되고, 2070년에는 29.7%까지 오르게 된다.

제시된 부과방식비용율은 합계출산률이 1.38%까지 반등하여 유지된다고 가정한 2016년 통계청 인구전망 중위가정을 기초로 한 것이고, 합계출산률 저위가정을 가정하든가 2017년 합계출산율 1.05가 유지된다면 부과방식 비용율은 더욱 높아진다. 2070년 기준으로 출산율 1.05 대안에 의한 부과방식비용율은 34.7%를 넘게 된다.


이는 평균소득자 기준(227만 원)의 수익비를 감안한 수지균형보험료율 23.4%보다 높은 것으로, 이들 세대의 경우 부과방식비용률 만큼 보험료를 부과할 경우, 평균소득자 조차도 국민연금 수익비가 1 이하로 하락하여, 국민연금이 그 세대의 경우 오히려 불리함을 의미한다. 동일 세대내 소득재분배에 의하여 고소득자의 수익비가 1.0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은 용인될 수 있지만, 평균소득자 기준으로 연금보험료가 23.4%이상으로 부과되면 그 세대는 국민연금 가입을 부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부과방식 비용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국민연금 부양률이 인구구조의 고령화로 급격하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제도부양비(가입자수 대비 노령연금수급자수)는 2018년 16.8%에서 2068년 124.1%로 최고점에 이른 이후 다소 감소하지만 120%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민연금 가입자수를 100으로 볼 때 수급자수가 120이 된다는 의미로 인구구조의 급격한 고령화보다 더 심각하게 부양비율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가 부담가능한 수준이상으로 높아질 경우, 국가가 재정지원을 하면 되지만, 국가의 재정지원도 궁극적으로 그 당시 세대의 조세로 조달된다는 점에서 그 당시 세대의 총부담 자체가 변동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이 특수하게 평균수명의 연장과 출산율의 저하가 동시에 발생하여 인구고령화의 정도가 극히 높아지는 경우에는 국민연금의 적립기금이 소진되어 부과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을 가능한 막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연금 제도개선위원회의 재정안정화 방안 검토

보건복지부장관 자문기구 성격인 국민연금 제도개선위원회는 장기적 재정안정화 대책으로 2개의 서로 다른 방안을 제시하였다. 먼저 (가)안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2018년 수준으로 고정하여 45%로 상향조정하고, 재정안정화를 위해서 연금보험료율을 2019년에 바로 2%p를 높여서 11%로 하고, 2034년에 12.31%로 다시 인상한 이후 그 이후는 재정재계산시 마다 조정한다는 것이다. (나)안은 2019년부터 2029년까지 연금보험료를 13.5%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상향조정하고, 연금수급개시연령은 2038년에 66세, 2043년에 67세로 높이고, 그 이후 재정부족분은 연금급여율은 평균수명의 연장 등을 감안하여 단계적으로 하향조정한다는 안이다. 이렇게 되면 적림기금이 2088년까지 유지될 수 있다.
(가)안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여서 노후소득보장 수준을 일부 제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2057년 적립기금 고갈 이라는 재정 불안정성을 해결하는 대책을 사실상 제시하지 않고 있다. 2060년경에 적립기금이 고갈되면 보험료율을 부과방식비용율 수준인 30%로 인상해야 하고, 그럴 경우 국가의 지급보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전제를 하고 있지만,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5%로 높이면 부과방식 비용율이 2%p 높아져 현행제도를 그대로 둔 경우보다 미래세대의 재정부담이 더 가중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반면에 (나)안의 경우 재정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그렇지 않아도 낮다고 평가받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추가적으로 하향시켜야 한다는 점과 그렇게 하더라도 2088년 넘어서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소진되면 연금보험료를 부과방식비용율 수준인 29%로 급격히 올려야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국민연금 재정 지속성 확보방안

인구구조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으로 고령화되는 우리나라 경우, 인구구조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적립방식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국민연금의 지속성 확보에 중요하다. 적립방식의 유지는 세대간 형평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의 표는 제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과정에서 산출된 적립기금 유지에 필요한 균형보험료의 수준이다. 재정목표를 어떻게 하느냐 혹은 보험료율 인상시점을 언제로 하느냐에 따라 균형보험료 수준은 다르지만, 대체로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적립기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금보험료는 16%∼25%수준으로는 인상되어야 함을 알려준다. 이때, 가능한 조기에 인상해야 필요보험료율 수준이 낮아진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이는 연금보험료를 일시에 조정할 경우이고, 연금수급개시연령을 현재의 62세에서 2048년까지 68세로 단계적으로 상향조정하면서 (2033년까지 65세로 조정하는 것은 이미 법령화되어 있음), 연금보험료를 16% 수준으로 향후 20년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조정하면, 적립기금이 2100년 이후까지 유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행 국민연금 수익비가 평균소득자 기준으로 최소 1.8배인 점을 감안하면, 연금보험료율이 인상된다 해도 국민연금 가입자의 연금수리적으로 불리하지 않는 구조는 유지가능하다. 인구부양비가 극히 높아지는 2060년대 이후에도 부과방식하에서와 같은 미래세대의 연금보험료 부담이 큰 폭으로 뛰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되지 않게 된다.

각국의 노후 소득보장 시스템의 변화의 근본원인은 평균수명의 연장에 의한 인구구조의 고령화에 있지만 향후 수십년간의 고령화율의 변화는 국가마다 매우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노인인구비율이 증가는 하지만 그 변화폭이 작은 스웨덴,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의 국가가 있고, 변화폭이 큰 일본, 한국, 동부유럽, 남부유럽의 국가군이 있다. 각국에서 유사한 정책수단을 선택한다고 하여도 인구구조의 변화정도에 따라 연금재정의 부담은 매우 상이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와 같이 인구구조의 변화가 급격한 경우의 연금재정의 지속성 확보방안은 적립방식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이는 연금보험료율을 16%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연금수급개시연령을 68세로 높이면 가능하다. 그러나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대하여 가입자에게 어떻게 설득하느냐는 국민연금의 지속성 확보과정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선결과제이다.

국민연금은 부담하는 것보다 더 많이 받는 것이 당연시 하는 기존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구조를 불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더 이상 특수직역연금을 국민연금과 차별화해야 할 명분은 그리 많지 않고, 2015년 공무원연금 등의 개혁으로 신규공무원의 경우 국민연금 가입자와의 격차가 해소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 등과 국민연금을 단일한 제도로 만들어 가야 한다. 다음으로 적립방식으로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적립기금을 안정적 기조위에서 최대한 수익률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 기금운용의 투명성·독립성·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거버넌스의 개편이 요구된다. 국가에 의한 국민연금 지급보장은 그 자체가 국민연금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설득에 필요하다면 국민연금 제도 개편과 함께 이루어지면 된다.

대부분 국가에서 국민연금제도의 변화가 계속되고 있고, 그 변화는 점진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강력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책방향을 살펴보면, 단순히 연금 재정지출의 안정화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저소득층의 노후 보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한국과 같이 노인빈곤율이 높은 국가의 경우 재정안정성과 함께 연금적용률와 가입기간의 확대를 통한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이 높아지도록 정책적 노력을 해야 하지만, 국민연금 뿐만 아니라 기초연금의 기능과 역할이 중요하다. 한편, 기업의 높은 부담수준에 비해서 노후소득보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퇴직연금의 기능 재편도 검토되어야 한다.

미래의 연금재정지출의 안정화를 위해서 다각적인 정책수단이 동원되어야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구조의 악화를 완화하는 정책이 함께 필요하다. 이미 불균형 구조로 과거 30여년 간 운영되어온 국민연금 재정문제를 지금부터 연금수리에 기초하여 수지균형 접근을 한다 해서 완전한 해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인구구조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세대간 재분배가 불가피한 경제사회적 여건 하에서 세대간 형평성이라는 개념은 연금제도내 수급과 부담의 균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단위의 부양구조의 변화와 조세와 재정지출의 변화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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