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MBC 지분 팔아 박근혜 선거 운동 하나"

'최필립-이진숙 비밀회동' 보도에 野 "장물 팔아 선거 운동하나"

"장물을 팔아 선거 운동을 하나"

국회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말이다. 정수장학회 소유 MBC 지분 30%, 부산일보 지분 100%를 당장 매각하기 힘든 상황임에도 정수장학회 측이 조만간 매각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선거법 위반 시비가 일 수 있고 "장물을 대선에 이용한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공영방송 지분을 밀실 야합으로 매각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최재천, 신경민, 배재정, 최민희, 윤관석 의원 등 국회 문방위 소속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후보가 최필립 대리인(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내세워 배후 조종하는 정수장학회가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두고 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 등 갖고 있는 언론사 주식 매각 및 이를 통한 특정 지역 대상 '선심성' 복지 사업을 계획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려는 음모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최필립 이사장, MBC 이진숙 본부장과 비밀 회동"

이들은 "언론 보도에 의하면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지난 8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언론사 주식에 대한 처분 및 활용 계획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수장학회의 수천억 원에 이르는 매각 대금을 활용해 부산 경남 지역 대학생 및 노인층, 난치병 환자 등을 위한 대규모 복지 사업을 발표해 박근혜 후보를 돕기 위한 이벤트를 비밀리에 추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재철 MBC 사장 ⓒ연합뉴스
최 이사장과 김재철 MBC 사장의 최측근인 이 본부장의 비밀 회동은 <한겨레> 보도에 의해 드러났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0월 8일 정수장학회 이사장실에서 만나 정수장학회가 보유하고 있는 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를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를 오는 19일 대형 광장 등 개방된 공간에서 발표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이진숙 본부장은 MBC 지분 30%와 관련해 "MBC를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장학회 지분 30%를 상장 물량으로 처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주식 시장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주식을 풀면 (장학회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보이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본부장은 "정치적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 대중에게 가장 효과가 큰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는 발언을 해 이번 지분 매각 계획 발표에 정치적 목적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문제는 정수장학회가 이 두 언론사의 매각을 추진한다고 해도 현재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MBC 주식 30% 매각의 경우도 당장 주식 매각이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조 원 가까운 규모의 공룡 회사를 상장시키는 것은 1년 이상 걸리는 작업이다. 게다가 공영방송 주식을 매각하는데 공론화 과정도 없이 정수장학회와 MBC 사장의 '밀실 회동'으로 결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민주당 문방위 소속 의원들은 "결국 MBC 김재철 사장이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 줄서기 일환으로 이런 이벤트를 준비하고 공영 방송을 이명박 정권에 헌납한 공신으로서 이제는 박근혜 권력에 빌붙기 위한 엄청난 변신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엄청난 박근혜 대통령 선거용 음모를 기획하기까지 최소한 김재철과 박근혜 후보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할 것인 바, 박근혜 후보는 이 음모에 대해 국민 앞에 공개 사과하고 김재철은 즉각 사퇴하라"며 "박정희 군부 정권의 권력을 통한 강탈로 만들어진 정수장학회는 즉시 해체하고 국민이 원하는 사회 환원을 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최필립, '부산 기업인들이 부산일보 사겠다 해'"

최필립 이사장은 부산일보 지분과 관련한 소송이 진행 중인데도 매각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이사장은 이 본부장에게 "부산일보의 경우 노조에서 지랄들을 하고 있는데, 도저히 더이상 손을 못 대겠다"며 "부산·경남 지역 기업 총수들과 맺은 부산일보 매각 관련 MOU 체결 사실도 19일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사람들(기업인들)이 '부산일보를 사서 기업의 빽으로도 쓰고 부산도 (야당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도 말했다.

박정희 정권의 부일장학회 강제 헌납으로 정수장학회 소유가 된 부산일보 지분은 현재 강제헌납당한 고 김지태 씨 유족들에 의해 '주식매각가처분금지'에 묶여 있다. 유족들이 진행하고 있는 주식 반환 소송은 고법에 계류 중이며,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려면 적어도 올해 안에 주식 처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소송에 걸려 있는데 매각을 위한 MOU를 공개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같은 언론사 지분 매각 계획은 사전 선거 운동에 해당할 수 있어 선거법 시비도 일 전망이다.

▲ 부산일보 노조는 현재 편집권 독립 투쟁을 벌이고 있다. ⓒ부산일보 노조

"사실상 언론 지분 팔아 선거 자금 사용…있을 수 없는 일"

최재천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에 언론의 독립성을 논하는 와중에 최필립과 김재철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언론사) 지분 매각 문제와 그 매각 대금을 박 후보의 선거자금으로 사용하는데 사실상 합의를 했다는 건 어이없고 천하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MBC 출신인 신경민 의원은 "MBC를 포스코방식으로 민영화하겠다는건데, 민주화의 산인 공영방송 시스템을 자격도 없는 김재철, 이진숙, 최필립, 이런 사람들이 지분을 매각키로 한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신 의원은 "이진숙 본부장은 제 동료였고 부하였지만 그는 기자도 아니고 MBC 직원도 아니다. MBC를 정권에 말아먹는 정치 이벤트의 보조원에 불과한 하수인이다. 안타까운 한 인간의 몰락을 본다. 그 뒤에 서 있는 박근혜 후보는 진정으로 사과하고 잘못된 장물을 반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일보 출신 배재정 의원은 "부산일보가 어떤 언론인가. 편집권 독립을 위해 어려운 싸움을 하는 곳인데, 최필립 이사장은 기업에 팔아 '빽'으로 쓴다고 한다. 부산일보는 아직도 투쟁 중이고 편집장은 프레스센터 앞에서 농성 중이다. 장물을 팔아서 PK 민심잡자는 거냐. 그런 식으로 정권 잡아서 어떻게 하자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부산일보 주식은 법원이 가처분금지 신청을 받아들인 상태인데 최필립 이사장 말대로 MOU를 체결했다면 그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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