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금감원 암보험 약관 변경해 보험사들 배만 불려"

'암의 직접적인 치료 목적의 입원' 항목 법 해석 차이로 가입자들 불이익 받아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암보험 약관 개정으로 보험금 부지급률이 상승하면서 암환자들보다 오히려 보험사들의 수익만 증가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부산 북강서구갑)이 지난 12일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윤석현 원장에게 암보험 약관 중 '암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하는 입원'과 '암의 직접적인 치료 목적의 입원'의 법 해석상의 차이를 질의했다.

이에 대해 윤석헌 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으나 전재수 의원은 "전자는 입원의 목적이 암 치료인지 여부를 따지는 내용이고 후자는 입원해서 받는 치료가 직접치료인지 여부를 따지는 내용이다"는 법조인들의 해석을 소개한 뒤 지난 2014년 4월부터 32개 보험사들이 '암의 직접적인 치료 목적의 입원'으로 약관을 개정한 뒤 보험사들의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재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암보험 관련 수입보험료는 4조2837억원에서 2017년 7조6200억원으로 증가한 반면 지급보험금은 2조178억원에서 2조6273억원으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수입보험료에서 지급보험료를 뺀 회사이익은 지난 2013년 2조3000억원에서 2017년 5조원에 육박하며 2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2014년을 기점으로 보험사 암 입원보험금 부지급률이 2.91%(2009~2013 평균)에서 2014년 5.19% 급증했으며 올해 6월 기준으로 7.20%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 ⓒ전재수 의원실

문제는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4년 3월 31일 자 보도자료를 통해 암임원비상품 명칭 명확화라는 명목으로 약관 내용을 '암 치료를 직접 목적'에서 '암 직접치료 입원'으로 상품 명칭 변경을 권고했던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전재수 의원은 "약관해석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들은 그 해석에 대해 명확히 하는 것이 맞는 것인데 금감원이 나서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방향의 약관 변경을 권고한 꼴이 됐으며 단순한 문제를 오히려 어렵게 만들어 보험사의 부지급을 정당화하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건의 약관이 되도록 만든 건 당시 금감원이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오후에는 이와 같은 약관 개정으로 인해 보험금 부지급을 겪은 뒤 보험사를 상대로 분쟁 중에 있는 암환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질의를 이어갔다.

'직접적인 치료목적'이라는 말이 참고인이 가입한 보험상품 약관에 명시되어 있는지에 대한 전재수 의원의 질문에 참고인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고는 "가입약관에는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되어 있으며 현재 부지급대상자 민원인들의 약관 대부분에도 '직접치료'라는 명시는 단 한 줄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암치료를 위해 입원했던 병원의 소견서와 분쟁 중인 보험사 자문의의 소견서가 이 '직접치료' 여부에서 전혀 달랐음도 공개했다. 보험사 자문의는 참고인을 진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었으며 보험료 부지급을 겪은 다른 환자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전재수 의원은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감독원의 약관 개정 추진을 우려하며 "복잡할수록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며 "사실 이 문제는 금감원이 적어도 8년 이상, 아니 암보험이 처음 판매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방치해온 문제로, 금감원은 이를 방치한 것도 모자라 오히려 소비자에게 불리하도록 약관변경을 추진했고, 지금 상태까지 끌고 온 방조자 혹은 공범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7월 약관의 정의가 모호해 다의적으로 해석되는 경우 보험가입자에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제시하며 "이번 기회로 원칙을 바로 세우고 이 문제로 피눈물을 흘리는 보험소비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윤석헌 원장은 "그동안 암환자들이 받은 고통에 대해 개인적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법원 판례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다시 한번 꼼꼼히 들여다보겠으며 최선의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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