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머리카락 관리하면 '인성 붕괴' 막을수 있다고?

조희연 '서울학생 두발 자유화를 향한 선언문' 발표...찬반논쟁 가열

이르면 내년 2학기부터 서울 중·고등학생 두발 규제가 사실상 완전히 사라진다. 장발은 물론 염색 및 파마도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7일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학생 두발 자유화를 향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조 교육감은 "머리카락과 복장을 자유롭게 해달라는 학생들의 요구와 민원이 많았다"면서 "두발 모양을 결정하는 권한은 '자기결정권'에 해당하며 기본권으로서 보장돼야 한다"며 두발 자유화 선언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학교는 학생들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도 갖게 하는 민주주의의 정원이어야 한다"며 "'교복 입은 시민'인 학생들의 자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첫 발걸음으로 편안한 용모를 약속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학생인권조례 제12조에 해당하는 '두발 등 용모에 있어서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구현하려는 구체적 조치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두발 규제를 하는 서울시 중·고교는 15.7%, 하지 않는 곳은 84.3%에 달했다. 교육청은 이를 토대로 두발 규제 폐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있다고 판단하고 규정을 없앨 것을 각 학교에 권고한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두발 길이를 자유화한 학교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시행 전 우려와는 다르게 단속 중심의 학생지도에서 벗어나 학생과 교사의 신뢰 및 소통 증진으로 즐거운 학교 분위기 형성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했다.

단 일선 학교 내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조 교육감은 "이번 선언 이후 두발 길이나 상태에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학교는 2019년 1학기까지 학교구성원 간 공론화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학생생활규정(학교규칙) 개정 절차를 진행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현장은 두발의 길이는 100% 학생 자율로, 두발 상태도 학생 자율에 맡기는 것을 지향하도록 해달라"고 했다.

조 교육감의 이번 선언은 학생 인권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두발 자유화는 학생 인권 보호를 위한 상징적 사안으로 꼽힌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도 지난 2012년 두발 자유화를 전면에 내세운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한 바 있다.

다만 찬반 엇갈리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학생인권조례 공포 당시에도 한나라당 등 보수 진영에서는 "학생 인성이 붕괴된다"며 크게 반대했다. 앞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올해 초 학생 두발·복장 규제 근거 폐지에 반대한 만큼 논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학교 자율성과 학교장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두발 자유화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학교와 학교장에 있음에도 교육감이 가이드라인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제8조·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 등에 따르면, 학교규칙(학칙)을 제·개정하는 것은 학교장 권한이다.

서울특별시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서울시교육청 두발 자유화 선언에 대해 "학생 두발, 복장에 대한 개성을 실현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하는 것에는 공감하나, 오늘 선언은 서울시교육청의 일방적 선언이며 강제적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명백한 학교자율권 침해이며, 겉으로는 학교자율 및 학생자치를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교육청 스스로가 학교자율권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학생 기본적 권리를 위한 '선언'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분명히 '강제'"라고 밝혔다.

반면 청소년·교육·인권 등에 관련된 214개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논평을 통해 두발 자율화에 대해 "지연된 정의"라며 "서울뿐 아닌 전국의 인권 보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지난 20년간 두발 규제는 학교 현장의 비인권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적폐'였다"며 "2012년 공포된 서울 학생인권조례에도 완전한 두발자유가 명시되었으나, 6년이 지난 지금에야 서울시교육감이 두발자유화를 재차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에서도 두발자유화 실현이 더뎠던 이유는 학생인권조례의 확산을 막고자 2012년 당시 교육부가 학교 규칙으로 두발 등 용의복장을 규제할 수 있다는 식으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법원에 무효 소송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하여 그 영향력을 봉쇄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아가 "정부는 이를 계기로, 학생인권조례의 발목을 잡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개악했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내용을 재개정하여 두발자유화 등 학생인권 보장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